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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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나왔던 2001년에 이 책을 읽고 15년만에 다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공지영 씨 책이라고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은 게 전부였고 작가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기에 별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읽었던 것 같다.
다른 소설, 산문, 에세이를 읽다보니 작가님만의 유머스러운 말투와 진지함, 예리함 같은 것을 알아보게 됐지만 2001년에는 너무 많이 아팠던 시기이기 때문에 더 책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도 작가님의 성찰 같은 것이 나온 부분에서는 속으로 질려 버리기도 했다. 작가님은 참으로 똑똑하시고 생각이 많으신 분이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분명하게 느껴지던 것은 작가님의 글 속에서 수도원 기행을 통해 작가님이 만나는 수녀님, 신부님,수사님, 선배 등등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이끄심이었다. 15년만에 다시 읽은 수도원기행은 구구절절 내 마음 속에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주님께 항복하였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냉담을 풀고 눈물의 고해성사를 통해 주님께 돌아오시는 장면에 대한 묘사에서는 내 가슴도 벅찼다.
작가님은 18년만에 회심하셨다고 하는데 성당을 다니시지 않게 되기 전에는 주일학교를 열심히 다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다른 소녀들처럼 신학생을 짝사랑하기도 하고
신부님으로부터 수녀원에 가라는 말씀도 들었다고 한다. 주제넘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공작가님이 성당에 계속 다니셨다면 인생을 덜 힘들게 사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성당에는 안나가도 기도는 하셨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성체를 영하고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에 참례하면서 기운을 얻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수도원기행을 읽으면서 웃은 부분들도 있었는데 15년 전에는 그 책을 읽으면서 웃은 기억이 없다. 못 알아들어서이기도 하고 우울해서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 든 생각은 ‘아, 이분 참 피곤한 스타일이네... 머리 아파서 이런 생각 어떻게 하지?‘ 그랬다.
그동안 책도 더 읽고 생각도 더 했지만 작가님의 생각을 이해하기에는 힘들 때가 많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 같다는 그런.. 거리감...
작가님의 특징이 어려운 얘기를 쉽게 쓰시는 거라는데 나는 그 쉽게 쓰여져있는 것을 보고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뇌를 개조하지 않는 이상 내가 글을 쓴다는 건 무리인 것 같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수도원기행2도 다시 한번 읽어보려 한다. 기쁜 성탄절 오후인데 외로운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타향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외로운 한국인 수녀님들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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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지 2016-12-2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계단을 올라가는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갔으때 비로소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르듯이 독서 역시 욕심내지 않구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것이 중요한것 같아요..

sonne 2016-12-26 19:41   좋아요 0 | URL
네. 전 자꾸 조급해지는 게 문제에요..ㅎㅎ
차분하게 천천히 한걸음씩 올라가야 될 것 같은데 말이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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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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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모든 것이 정지되어버린 듯 덥다는 생각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던 때 생각을 하게 된다.
여름 이후로는 리뷰를 쓰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여기에 또 글을 남긴다는 것이 어색할 정도이다.
남자 요리사들이 대세인 최근의 흐름에 맞아 떨어져서 이 책도 요리법도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이 책이 꽁지작가님이 쓰신 게 아니라면 안샀을 것이다. 나는 꽁지작가님의 팬이기 때문에 매니아라는 거에 도전해보려고 이책 저책 기억을 짜내며 리뷰도 썼었던 것인데 여름 이후론 책도 띄엄띄엄 읽고 무기력하게 보냈었다. 독서의 계절엔 책을 읽기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책 저책 건드리기만 하고 그런 책들이 쌓여가면서 숙제거리로 남아 마음만 산란해졌다.
이책이 택배로 도착했을 때 ‘딸에게 주는 레시피‘ 싸인본이 왔을 때 만큼이나 기쁘고 반가웠다. 한겨레에서 자주 읽었었지만 다시 읽어도 또 웃기고 또 재미가 있었다.
주로 육식을 하고 컵라면, 편의점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나란 사람이 채식과 해물 위주의 시인의 밥상을 받는다면 과연 얼마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 웃었다.
아마 그 레시피 대로 해먹고 산다면 지금처럼 비만에 시달리거나 위가 소화를 못시켜서 더부룩하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늘 뒷부분 나머지를 읽다가 꽁지작가님을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았다. ‘여전히 고우시고 아름다우시구나...‘
여름이었는지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멋스러웠다.
작가님은 정말 좋으시겠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셨고 영혼도 착하신 것 같고 맑은 사람들을 친구로 두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꽁지작가님의 책은 우선구매 0순위로 두고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읽으면 즐거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에 실려있는 박남준 시인의 시들도 읽고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좋은 책이다. 한번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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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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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2010년에 읽었는데 지금 나는 용인에 살고 있지만 그때는 판교에 살 때였다. 마루 소파에 앉아서 이 책을 열심히 읽던 기억이 난다. 장애인의 인권 문제...
가끔 뉴스에서 중년의 아저씨들이 정신지체 여성을 상습적으로 돌아가며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보고 분개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흥분하고 화가나는 걸 애써 참으며 끝까지 읽었다.

엄마가 나를 가지셨을 때 몸이 많이 안좋아서 검사를 이것저것 받고 엑스레이도 많이 찍고 해서 의사들이 내가 기형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낳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7명한테 물어봤는데 그 의사분들 모두 낳는 걸 반대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나를 낳으셨다. 다행히 나는 정상이었다.
내가 만약 장애아로 태어났다면 도가니에서의 그 성폭력을 내가 당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남자들에게 강한 성욕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이렇게 번식하며 자손을 많이 낳고 번성했다고는 하나 여기 나오는 선생들은 짐승보다도 못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치를 떨게 했다.

이러한 사회고발적인 글을 쓰시고 불쌍하고 힘없는 장애아들의 편에 서시는 공작가님이 너무 멋지게 보였고
나도 돈이나 권력과 상관없이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굽히지 않고 소신 대로 말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겁이 많고 비겁한 나이지만 약자의 편에 서고 그들을 감싸고 보호해주고 싶다. 피해자 장애아들,그들의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주님께서 치유해주시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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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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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내가 공지영 작가님을 많이 좋아하게 될 줄 몰랐고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이 책과 이 책을 영화화한 영화가 개봉하고 히트를 치고 나서 다시 이 책을 뒤적여볼 때면 마음이 좀 무거웠다. 책을 보면서 울거나 하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은 좀 나와도 읽는 내내 울었다는 분들에 비해서는 아주 잠깐 동안만 눈물을 흘렸다. 나는 책만 보면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어질어질하고 글씨가 눈에 안들어오고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는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한 권 읽어내는 일조차도 대단히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그 증상을 극복하느라 기도도 해보고 책을 이것저것 읽게 됐고 지금에 와서는 많이 나아졌다. 2010년부터는 몇월몇일에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작가의 글이었는지를 기록하게 됐고 블로그에 리뷰도 조금씩 써보기 시작했다.

1997년 12월 31일에 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고 아무 것도 몰랐는데 이 책에서 보니 그날이 사형수들이 처형된 날이었다고 공지영 작가님은 쓰셨다. 그때 충격을 받으셨다는 것을 보고 작가님은 정말 남다르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그냥 마음 아파하고 말 걸 작가님은 소설로 쓰셔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셨으니 말이다. 이 책을 쓰시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대해 생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채로 살다 죽을 수도 있다. 나도 그무렵 자살충동이 수시로 찾아와서 마음이 우울하고 힘들었었는데 너무도 불행했던 사형수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읽고나서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특히 `용서`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 중의 하나가 안좋은 기억을 곱씹으면서 용서하지 못하는 것인데 용서하지 못하면 주님도 내 죄를 용서하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릴 때 어른들에게 당했던 부당하게 혼나고 맞은 기억들을 그대로 가지고 살았다. 얼마 전 엄마와도 화해를 했고 용서를 해드렸었는데도 엄마에 대한 반감이 남아 있어서 며칠 전에도 심하게 다퉜다. 나를 화나게 하고 굴욕감을 주고 슬프게 만들었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해야겠다. 세상에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사형수가 된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내게 주어진 삶을 더 즐겁고 기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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