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내가 공지영 작가님을 많이 좋아하게 될 줄 몰랐고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이 책과 이 책을 영화화한 영화가 개봉하고 히트를 치고 나서 다시 이 책을 뒤적여볼 때면 마음이 좀 무거웠다. 책을 보면서 울거나 하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은 좀 나와도 읽는 내내 울었다는 분들에 비해서는 아주 잠깐 동안만 눈물을 흘렸다. 나는 책만 보면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어질어질하고 글씨가 눈에 안들어오고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는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한 권 읽어내는 일조차도 대단히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그 증상을 극복하느라 기도도 해보고 책을 이것저것 읽게 됐고 지금에 와서는 많이 나아졌다. 2010년부터는 몇월몇일에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작가의 글이었는지를 기록하게 됐고 블로그에 리뷰도 조금씩 써보기 시작했다.
1997년 12월 31일에 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고 아무 것도 몰랐는데 이 책에서 보니 그날이 사형수들이 처형된 날이었다고 공지영 작가님은 쓰셨다. 그때 충격을 받으셨다는 것을 보고 작가님은 정말 남다르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그냥 마음 아파하고 말 걸 작가님은 소설로 쓰셔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셨으니 말이다. 이 책을 쓰시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대해 생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채로 살다 죽을 수도 있다. 나도 그무렵 자살충동이 수시로 찾아와서 마음이 우울하고 힘들었었는데 너무도 불행했던 사형수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읽고나서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특히 `용서`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 중의 하나가 안좋은 기억을 곱씹으면서 용서하지 못하는 것인데 용서하지 못하면 주님도 내 죄를 용서하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릴 때 어른들에게 당했던 부당하게 혼나고 맞은 기억들을 그대로 가지고 살았다. 얼마 전 엄마와도 화해를 했고 용서를 해드렸었는데도 엄마에 대한 반감이 남아 있어서 며칠 전에도 심하게 다퉜다. 나를 화나게 하고 굴욕감을 주고 슬프게 만들었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해야겠다. 세상에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사형수가 된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내게 주어진 삶을 더 즐겁고 기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