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 히가시노 게이고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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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일본 소설 작가라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 중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야베 미유키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으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소재거리를 가지고 다양한 스토리를 전개하며 몰입도가 높은 스피드한 추리소설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그는 거의 매년 작품을 출간할 정도로 다작하는 공장 작가기도 한데, 찍어내는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늘 새롭고 치밀하니 매 작품마다 그의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이런 그의 재능이 문학전공이 아닌, 전기공학과 전공에서 빚어 졌다면 믿겠는가? 그의 대표작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일부로,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 교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범죄의 동기는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감동스러운 면모가 있지만, 범죄의 트릭은 철두절미하고 치밀한 과학분야나 논리의 영역에서 비롯된다. 이번에 소개할 인 <사이언스?>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면모를 알 수 있는 유쾌한 지적 에세이이다.

자동차가 사용하기 쉽고 편리해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지원 장치를 자꾸 추가해 운전자들의 책임감을 낮추고

운전 기술을 향상시키려는 의욕을 빼앗으면

결국 자동차 사회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 사회는 인간이 서로 협력해 쌓아 올려가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이렇게 말하는 시대가 오지 않기를 빈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컴퓨터가 그랬어.”‘


 

그동안 그의 취미인 겨울 스포츠를 중점으로 다룬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면, 이번에는 그의 전공인 과학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룬 에세이가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다이아몬드 LOOP><책의 여행자>라는 잡지에서 연재한 짧은 생활밀착형식 과학 이야기중 28편을 모아 담아낸다. <사이언스?>라는 제목처럼 과학이라는 딱딱하고 전문적인 느낌만을 주는 것이 아닌, ?가 가진 의문, 질문이라는 기호에 주목하면 좀 더 쉽게 이해가는 책인데, 결국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이 현대과학문명이 만드는 크고 작은 논란, 문제, 단점거리들을 직면함과 동시에 평소 궁금하고 호기심이 들었지만 미쳐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과학문제들을 가볍고 유쾌하지만 다시금 돌이켜 보게 만드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낯선 여성이 옆자리에 앉았을 때 남자들이 착각에 빠지는 이유, 현대인의 다이어트,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올림픽 결과 예측,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의무, 과학발달에 따른 개인사생활 침해영역, 기계과학과 사람기술간의 차이, 저출산 문제 등 일생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과학잡담에서부터 과학에 대한 희망과 염려 또한 담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의 코믹한 입담과 쉽게 편하게 그냥 읽어보고싶은 과학책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딱딱하고 복잡하고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없는 휙휙 읽어내려갈 수 있는 과학책. 한 권 쯤은 읽어 볼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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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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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8일째 매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 영화이다. 영화가 재미없어가 아니라, 훌륭한 영화임에도 원작소설이 절판되어 함께 읽어볼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이 영화는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와 주연 배우 이노우에 마오의 합작으로 일부 일본팬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여자주인공 에리나가 아버지의 내연녀에게 납치당한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성중심시점의 미스터리물로 모성과 가족, 사랑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유괴와 모성, 사랑과 불륜이라는 비뚤어진 관계에서 여성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호소하는 점이 인상깊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가쿠타 미쓰요만의 특색있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뚜렷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엄마에 관한 향수를 자극하며 때로는 슬프고 애틋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마마보이>를 소개한다.

 

나는 엄마를 몰랐다. 엄마는 나를 알고 있었을까.

내 입으로 나쁜 짓을 한 이유를 말하게 하고,

거짓말과 사실을 섞어 꾸며서 말하게 하고서도

나란 인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지금은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어린아이처럼 무엇이든 엄마에게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소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항상 우리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고, 무엇이라 정의내릴 수 없지만 벗어날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엄마와 우리들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가쿠다 미쓰요는 여덟편의 엄마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마마보이>를 통해 보여준다.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허공을 차다][빗속을 걷다][새를 운반하다][파슬리와 온천][마마보이][둘이 살기][울어,아가야,울러][첫사랑 찾아서 떠난 여행] 단편속의 수록된 엄마들은 가지각색이고, 다양하지만 어느 한 부분 틀림없이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관계와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마마보이]를 소개한다. 어느날, 구보다()는 사유리와 말다툼을 하게 된다.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마마보이라고 부르며 뻐긴 탓이다. 커피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잊은 것이 발단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와 결혼한 것 자체가 실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여섯 살 연상이라 어른스러울 줄 알았지만 사유리는 히스테릭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었고, 게다가 친정엄마와 식사하는 횟수가 남편인 자신보다 많은 정도니 누가 마마보이고 마마걸인지 따지고 싶을 정도이다. 반면 남편인 구보다는 도쿄에 올라온 뒤로 야마나시에 살고 있는 엄마와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명절에도 통 가지 않았다. 2년전 엄마의 재혼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갑작스럽긴 했지만 별다른 감정이 들지도 않았다.

 

사유리와 다툰 뒤, 직장 내 스트레스로 갈피를 못잡던 차. 시게루는 직장동료인 데즈카와 술한잔을 하며 자신의 고민거리였던 부인과 엄마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게다가 잠자리까지 하게된다. 사실 엄마는 겉으로는 투병중인 아버지를 돌보고 강단있게 아들을 키운 엄마지만, 아버지가 죽은 뒤 4개월만에 재혼을 한 점이 내내 마음에 걸린 것이다. 매일 저녘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묻던 엄마와 죽어가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던 엄마, 시게루는 불륜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엄마의 모습을 회상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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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일락
이규진 지음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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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겨울이가고 봄이 온다. 계절마다 끌리는 소설류가 있는데, 여름에는 체온을 내려줄 오싹한 공포소설, 가을에는 문장이 촉촉한 정감 있는 감동소설, 겨울에는 휑한 살풍경을 떠올려줄 스릴러소설이 생각난다. 봄은? 봄은 화려하게 개화되는 꽃처럼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떠오른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봄에 읽기에 적합한 판타지 로맨스 그리고 가족애가 섞인 소설이다. <안녕, 라일락>은 제목처럼 보랏빛 꽃들이 쪼개지면서 향긋한 정향이 퍼져나오는 듯 하다고나 할까? 곧 다가올 사월의 봄을 상상하며 읽기를 추천한다. 담벼락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커다난 라일락 나무, 그리고 그 향긋한 꽃향기와 달콤하고 따뜻한 봄기운을 미리 느끼게해 줄 로맨스 소설, <안녕 라일락!>을 소개한다.

 

 

근데 아빠, 내 생각엔 말야.

그 아줌마랑 아저씨는 나름대로 사랑하며 산 거 같아.

그랬으니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 아니야?

사랑은 말이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는 게 더 중요하대.

사랑할 대상이 있어야 살 수 있대. 사랑받고 있는 건 모를 수 있지만,

사랑하는 건 자기가 알기 때문에 그 힘으로 사는 거래.”

누가 그래?”

 

 

작은 꽃가게를 하며 일평생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년이 있다. 소년의 이름은 일락. 열일곱살에 엄마인 혜진이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그 뒤 꽃집을 이어받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몇 년뒤 20대가 된 일락. 생전에 아버지를 만나보는 게 작은 소원이었는데,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을까? 크리스마스 이브날 뜬금없이 아버지가 나타난다. 자신과는 너무도 다르고, 상상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 하늘에서 뚝 떨어진건지, 땅에서 솟아난건지, 갑자기 나타난것도 당황스러운데, 대뜸 반말을 하며 아들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30대처럼 보이는 꽃미남. 그는 일락의 아버지 석진이다.

 

소년의 긍지, 여인의 관능, 어린아이의 수줍음과 맹수의 난폭함. 순진하고 얌전한 듯하다가 어느 날은 도발적이기도 하고. 신이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 싶은, 그 모든 것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초절정 꽃미남’. 얼핏 봐도 중년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동안외모로 보이는데다가 블루진을 입은 꽃미남 로커인 그가 아버지인 것도 황당한데, 이제부터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는 석진. 이런 석진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그는 이미 죽었고, 젋은 날 지나가는 열정으로 생긴 자신도 모르는 아들인 일락을 위해 두번째 삶을 사는 것인데... 냉정하기만 한 아들 일락, 과연 석진은 일락과 함께 살아가며 두 번째 삶의 미션을 완수하고 부자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아버지와 소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연과 사랑의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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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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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1위를 기록하며, 스티븐 스필버그 스튜디오에서 영화화까지 한 소설이 있다. W. 브루스 카메론의 <베일리 어게인>이다. 당시 이 원작소설은 베일리 앓이 열풍과 함께 많은 반려인들의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사람에게만 감정이 있는게 아니라, 개에게도 감정이 있으며, 사람에게도 삶과 죽음의 윤회가 있다면, 개에게도 삶과 죽음의 윤회가 있다. 이 영화는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삶과 죽음을 되풀이 하는 사랑스러운 개 베일리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생각하며, 그 목적이 주인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으며 다시 원래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 <개가 되기 싫은 개>는 이런 현대소설풍의 힐링소설은 아니지만, 대자연 속에서 인간과 개가 주고받는 따뜻하고 뭉클한 교감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개이지만, 개가되지 싫은 유별난 개 머트와 좌충우돌 가족이야기. 그 흥미로운 모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어릴 때 머트는 개로 살면 미래가 없다고 결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모든 행동을 고집스레 하면서 개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개로 믿지 않았지만,

멍청한 개들이 흔히 그러듯 자기를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머트는 개와 사람, 양쪽 모두에 가까워 보였지만

또한 그 어느 쪽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1920년대 8월 먼지가 자욱한 새스커툰 시의 변두리에 있는 작은 마을. 그 곳에 한 가족이 산다. 흙면지가 자욱한 평온으로 이사 온 가족. 당시 가뭄과 불경기가 시작되어 동서부에서 힘든 시기가 시작됬고 아버지는 윈저의 든든한 직방을 버리고 새스커툰의 사서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사로잡혀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 아들인 는 새 생활에 딱 한가지 단점을 꼽으라면 집에 개가 없다는 것이었다. 개가 키우고 싶어 안달했고, 아버지는 내 종조부이신 프랭크 할아버지의 사냥경험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사냥개를 가지고 싶어했다. 결국 개를 사기로 했는데, 어느날 어머니가 사오신 개는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어머니는 오리 소년에게 싼값에 강아지를 사왔는데, 작고 비쩍 마른데다 온몸이 소똥범벅이었다. 아버지는 이런 개가 어떻게 새 사냥을 하냐며 화를 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산 비싼 새 총과 총알 값을 언급하며 맞대응을 했고, 그렇게 단돈 4센트짜리 족보를 알 수 없는 머트(잡종견)은 소년 팔리의 가족이 된다. 하지만 이 개 싼 가격과는 달리 원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여느 강아지와 달리 단호하고 자제력이 강하고 품위가 있다. 뭔가 스스로를 로 인정하지 않는 구석이 있달까. 머트는 아버지는 우려와는 다르게 총소리에 새사냥을 하는 탁월한 재능을 보이기도 하며, 곡예사처럼 나무와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심지어 항해사 임무를 도전하기에 이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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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녀명란전 1
관심즉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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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이 대륙커플을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조려영 풍소봉이다. 이 커플은 중국드라마 <녹비홍수>의 주인공으로 만나 실제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인데, 현재에도 드라마와 현실 경계 없이 달달한 모습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 <녹비홍수>73부작이라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과 꾸준한 화제성으로 국내방영까지 이어진 중국사극으로, 성씨 가문의 여섯 번째 아기씨인 명란이 어릴적 첩인 생모를 일찍 여이고, 서녀출신으로 정실인 계모로부터 냉대를 받으며, 이복 자매들 사이에서의 경쟁을 하며 위기를 이겨내고 사랑을 찾아가며 현명한 여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목 녹비홍수푸른잎은 짙어지고 붉은 꽃이 진다는 시기라는 뜻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드라마에서는 온갖 권모술수와 암투, 삼각관계로 어지럽기만 한 여자주인공의 삶이 이어진다. 과연 원작소설 또한 그 다사다난한 삶을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풀어낼지? 사극로맨스 <서녀명란전>을 소개한다.


 

성명란, 본명 요의의,

비 고대인, 타임슬립 여성,

위장 나이 11, 미혼, 학업 중단,

위에 비하면 부족하고 아래에 비하면 여유있는 형편,

고대 생존 스킬 독학 중.‘

 

 

인민법원의 서기기인 요의의. 정치 법률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그녀. 결국 민사정의 서기가 되었으나 찾아가는 법정이라는 가난한 산간지대에 재판시 필요한 문서 인장 같은 물건들을 싣고, 산 넘고 물건너 이동하며, 소환장에 따라 현지에서 법정을 여는 일을 돕는 힘든 공무를 지원하는 일을 맞게 된다. 한창나이인 20대에 그런 곳에 가서 1년이나 버티고 결국 도시로 돌아가게 된날, 느닷없이 연일 폭우가 이어지고, 산사태를 만나게 된다.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눈을 뜬 것은 요의의인 자신이 아닌, 고대의 첩의 자식인 성명란이라는 성굉의 여식으로 태어난다.

 

공무 중에 순직한 열사를 이런식으로 환생시키다니, 저승에도 부정척결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얼핏보기에는 정육품이고 곧 등주 지주로 승진할 성굉의 여섯 번째 딸이나, 서녀라는 첩의 자식이며, 그녀의 어머니인 생모 위이랑은 동생을 낳다 죽었지만, 시녀들의 뒷말을 들어보니, 그 죽음 또한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정실부인인 왕씨, 성굉의 애첩인 임이랑,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인 화란, 묵란, 여란. 이 복잡한 관계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해야만 하는 요의의이자 성명란. 과연, 그녀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천대하는 집안사람들 속에서 고대의 여성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까?

 

드라마 <녹비홍수>와는 다른 전개로 흥미롭게 시작된 원자소설 <서녀명란전>. 중국 언정소설의 대부분은 천월소설로 타입슬립, 즉 현대에 살던 사람이 과거나 이계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내용을 다룬 로맨스소설이 많은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드라마화 될 때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성을 빼고 제작된다고 한다. 즉 드라마 <녹비홍수>에서는 요의의라는 현대인물이 아예없는 것이다. 성명란이라는 고대여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은 현대여성이고 20대인 요의의가 죽을 사고를 당하고 소대시대의 어린 아이 성명란으로 타임슬립한 것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어린 성명란의 캐릭터가 너무 지혜롭고 현숙하게 그려질 때, 그 어른스러움이 이해가 가면서 썩 어울리며, 고대의 신분과 핏줄이라는 억압 속에서 서녀로써 당연하게 감내하라는 듯 주어지는 위기와 고난은 현대의 요의의로 강단있게 이겨내길 바라는 독자의 응원을 한 층 더 깊이있게 만든다. 또한 목차와 중간중간 저자의 해설이 현대와 과거를 비교하며 비꼬는 듯한 위트 있는 말투를 적절히 녹여내는데, 그 것이 중국사극 특유의 무거움을 덜어내며 좀 더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만든다.

+@ 만약, 중국 시대극을 좋아하고 여성들 중심으로 그려진 암투와 애정극을 좋아한다면 적극추천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묵직한 사극의 분위기를 느껴 보고 싶다면 드라마를!

좀 더 이색적인 타임슬립물을 읽어보자면 원작소설 쪽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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