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형사 베니 시리즈 2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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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낭여행 중 참혹하게 살해된 미국인 10대 소녀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또 다른 소녀를 구해라!

 

한 소녀가 달리고 있다. 가파른 언덕과 등산로의 자갈을 휘저으며 달리고 있다. 목적지도 계획도 없이 무언가를 피해 무작정 달리고 있다. 친구의 죽음을 알고 있는 소녀, 그리고 그녀를 쫓는 거대한 무언가, 달리지 않으면 자신도 집어 삼켜질것만 같은 소녀는 두려움을 안고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같은 시각 수사관 베니 그리설에게 한통의 전화가 온다. 멘토링을 하는 후배 경위 부시였다. 사건이였다. 루터교회의 앞마당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전화를 끊고 베니는 어젯밤 뜻하지 않은 외도를 떠올리며 후회한다. 현재 베니는 강제적 별거중이다. 열심히 일하면 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진급도 할 수 있다는 평범한 꿈을 가진 이 착한 형사가 25년째 경위다. 매일같이 보는 살인사건 그리고 가족을 볼 때 마다 가족이 이와 같은 시체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탓인지 술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처연한 형사다. 급기야 술김에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고 결국 아내는 6개월 동안 술을 끊고 금욕생활을 하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그를 쫓아낸다. 이제 술을 끊은지 156일째다. 아내와 저녘 약속을 하고 화해를 할 수 있는 이 시점에 외도라니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이상형의 여자를 만난건 단지 운이 나빴던 거다. 하지만 정말 운이 나쁜건 현장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목에 자상이 남겨진 시체 한구. 배낭여행을 온 미국인 소녀였다. 자신의 딸 카라와 비슷한 또래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뒤에 오는 씁쓸한 감정은 불길한 기운을 뿜는다. 그리고 곧 이여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에게 또 다른 사건의 멘토링이 요구된다. 그것도 하필 재수없는 후배 프란스만 데커의 사건이다. 똑똑한 머리 하나만 믿고 자신을 무시만하던 그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사건은 손만 대면 대박을 터뜨린다는 음반계의 큰손 애덤의 살인사건이다. 애덤의 아내인 알렉산드라는 알콜중독자이고 그날밤도 술에 쩔어있었다. 술에 깨보니 남편은 총상을 입은채 죽어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총이 그녀의 손 옆에 있다. 술김에 남편을 쏴 죽이기라도 한것일까? 하지만 베니 그리설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 알렉산드라가 범임을 아님을 직감한다. 쫓기는 소녀, 살해된 소녀, 죽은 음반계의 큰손. 전혀 달라 보이는 세 조각이 어떻게 맞춰져 하나의 퍼즐을 완성할지 답은 초라한 노땅 경위 베니 그리설에게 달렸다.

 

 

- ‘히어로가 아니여도 괜찮습니다.’ : 독자가 기다려온 평범함보다 초라함이 어울리는 주인공

 

마흔이 넘도록 쥐꼬리만한 월급을 버는 25년차 경위, 강력계 동료들에게 신뢰를 잃은 술주정뱅이, 멘토링을 하는 후배들이 무시하는 노땅 형사, 주구장창 늘어지는 철야 덕분에 자식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아빠, 알콜중독에 끝내 아내에게 손찌검까지한 남편, 수트케이스 하나 달랑 들고 집에서 쫓겨난 쓸쓸한 가장, 어쩌다보니 별거 중 외도라는 실수도 하는 인간적인? 남자, 큰 가슴과 큰 입술에 패티시를 느끼는 보통 남자, ‘씨발’이라는 욕지거리가 인사보다 친숙한 마초적인 남자, 희끗희끗한 머리, 눈가주름, 슬라브족의 특징이 담긴 외모를 가진 못생긴 남자, 자, 여기까지 쭉 나열해보니 정말 매력없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베니에게 빠져든다. 대부분의 예전 소설은 반대였다. 여심을 저격할만한 매력적인 외모, 명석을 넘어선 천재적인 두뇌, 다부진 몸매와 액션극에 적합한 격투실력, 어쩌면 평범한 우리들은 비범한 히어로를 꿈꾸며 마치 우리가 형사인냥 히어로라는 극중인물의 옷을 입고 머릿속에 상상을 펼치며 살인범을 잡길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베니를 보라. 평범한 경위가아니라 초라한 경위다. 가족과 직장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모든 것에서 실패한 늙은 경위다. 늙었는데 존경과 경외심조차도 받지 못하는 초라한 주인공이다. 우리는 이 초라함에서 문득 위로를 받고 응원을 하게된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초라함을 베니만큼은 아니더라도 한두개 쯤은 가지고 살아가지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이 초라한 형사가 모든 것을 걸고 온몸으로 부딪쳐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응원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감정이 이입 된다. 우리는 히어로가 아니라 우리가 한 두개쯤 가진 치명적인 초라함으로 무장한 안타깝지만 치열하게 싸우는 열정적인 캐릭터를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만으로 이 소설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 ‘벽돌책이어도 괜찮습니다.’ : 두께를 능가하는 작가의 영리한 진행력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반가운 편은 아니였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요네스뵈의 헤리홀레 시리즈를 떠오르게 하는 이 방대한 분량은 나처럼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독서가에게는 그리 반갑기만은 하지 않았다. ‘이게 역사대하소설도 아니고 대체 무슨 할말이 그리 많다는 거지?’ 나처럼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 추리 스릴러 같은 장르소설에 빠지는 이유는 대부분 1권 분량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이 두권 같은 한권짜리가 아니란 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범인이나 숨겨진 트릭이 뒷장을 궁금하게 만들어 책장을 넘기는 원동력이 되며 끝끝내 갈무리를 지었을 때 보이는 복선과 반전들이 일종의 상장처럼 느껴지는데서 오는 쾌감은 남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떠한가. 간단히 결과부터 말하자면 훌륭하다. 디온 메이어는 요네스뵈처럼 벽돌책을 읽게 하는 영리한 진행력을 가졌다. 일단 전혀 상관없는 사건들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상관성을 만들어 내는데 이 점이 중간의 지루함을 가질 무렵 필연적으로 시점이 교차되어 책을 붙잡게 만든다. 또한 13시간이라는 타임리밋과 목차의 장마다 약 1시간에서 1시간반가량의 분량을 넣어 마치 자신이 그 시점을 지배하는 등장인물이 된듯한 긴박감을 선사한다. 매력적인 소재가 소설의 첫인상이라면 좋은 첫인상을 가진 소설은 많다. 그 첫인상을 뛰어넘어 사귀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 인상을 심어 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것은 디온 메이어는 보여준다.

 

 

- ‘한가지만 담아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소설

 

일을 함에 있어서 흔히 하는 말들이 있다.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라’ 그래, 한가지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 아닌가! 그러나 이 소설은 그 반을 넘어선다. 그렇다고 그 반이 흐지부지하냐 그것도 아니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추리의 요소인 가독성, 진행력, 타당성, 스토리, 반전, 캐릭터 등이 두루 갖추어진 소설이다. 흥미를 유발하는 사건이 가져오는 가독성, 벽돌책을 뚫게 만드는 교차 서술이 주는 진행력, 인물들에게 공감을 가져올 수 있는 타당성, 아프리카라는 독특한 배경에 흥미로운 소재를 더한 스토리, 벽돌책 많큼 부풀려놓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반전,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개성있는 케릭터들의 집합까지... 더 말해 무엇하랴, 재미있고 훌륭한 추리소설임이 분명한 것을.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무엇이냐, 그 반은 아프리카라의 실정을 고발하는데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종차별문제, 절대빈곤문제, 무의미한 치안, 통제불가능한 범죄, 정의가 아닌 비리가 판치는 현실. 추리소설에 아프리카의 현실을 여실히 담아내는 이 소설은 단지 장르소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추리소설에 아프리카소설을 더한 소설이고 고구마를 먹은 듯 팍팍하고 답답한 현실이 추리소설의 장애요소로 등장하며 따분할것만 같은 한 나라의 실정 고발을 이질감없이 매끄럽게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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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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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체절명의 10시간! 전 국민을 인질로 한 테러가 시작됐다! 범인의 목표는 원전!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방위청 자위대에 납품할 최신예 거대 전투 헬기 ‘빅B’가 최종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다. 항상 가족보다 일에 매진한 헬기 개발 연구원 유하라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시험장으로 향한다. 최종 시험 비행만을 기다리던 유하라는 오직 이 시험 비행만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가족 휴가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개인적인 생활과 가족들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전념한 탓 일거다. 어른들이 그들만의 이야기로 시험비행을 기다리던 중 지루함을 못 참은 아이들, 유하라의 아들 다카히코와 게이타(다른 연구원의 아들)는 제3격납고에 들어가게 된다. 산처럼 거대한 몸을 지진 전투헬기에 아이들은 신기함과 동시에 호기심이 발동하고 장난스럽게 헬기 위에 탑승한다. 이 때 헬기는 갑작스러운 비행을 시작하고 무선 원격 조종에 의해 후쿠이 현 쓰루가 시의 고속 증식 원형로 ‘신양’으로 향한다. 원전 위 상공을 선회하는 헬기, 그 안에 남아있는 것은 어린아이와 폭탄뿐. 자신을 ‘천공의 벌’이라 칭한 범인은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 일본 전역의 원전을 모두 폐기 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헬기를 원전에 추락시키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TV를 통해 중계할 것을 요구한다. 베일에 싸인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의 목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원전을 향한 헬기의 추락을 막을 수 있을까? 헬기 속에 남겨진 어린 다카히코는 무사히 구출될 것 인가? 이제 추락까지 남은시간은 단 8시간, 일본 전역에 혼돈과 공포의 물살이 파도치기 시작 한다.

 

- 해답 없는 추리 소설 : ‘어느 쪽에 앉아 볼래?’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소 소설’

지난 기간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그저 ‘즐기기 위한’ 소설이였다. 정밀하고 교묘한 트릭, 숨막히게 달려들게 만드는 속도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반전, 때로는 따뜻한 인간미, 그래 그의 소설은 읽고 씹고 맛보는 ‘맛있는 소설’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건 ‘공허한 십자가’에서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어떤 쪽에 찬성하고 공감해야할지 어려운 시소마냥 무게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균형을 잡고는 넌 어느 쪽에 앉아볼래? 하고 묻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관해서는 ‘필요’에 무게를 실을 것인가? ‘안전’에 무게를 실을 것인가? 범인에 관해서는 찬성, 이해할 것인가? 반대, 대립할 것 인가? 소설을 읽다보면 옳고, 그르다, 맞다, 틀리다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현실에 도달한다. 그 현실이 우리나라의 현 실정과 같으니 이 소설은 현실감 넘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 현실감 넘치는 사회파 추리소설 : ‘이게 단지 소설일까? 현실일까?’

요 근래 우리나라가 겪은 지진을 염두 하면 더 그렇다.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으나 이번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닐 뿐더러 한반도 전체가 활성단층지대라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울진, 경주, 부산에는 현재 건설 중인 것까지 총 16기의 핵발전소가 있고 그곳에 양산단층 18개, 울산단층 17개 등 활성단층대가 많다. 출렁거리는 땅 위에 핵발전소라는 폭탄을 올려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4년간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고장이 48건이다. 언제 방화쇠가 당겨질지 어느 탄환이 빈 탄환인지 우리는 가늠할 수가 없다. 이런 위험한 현실에 이 소설은 ‘추리’하기 위한 소설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한 소설임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오락성을 넘어서 현시점에 읽고 ‘필요한 고민거리’를 제공해 주는 현실소설이다.

 

- 강점이자 약점 : ‘길다, 설명이 많다, 어렵다’ 이것이 과연 단점일까?

이 책을 읽은 후 아쉬운 점은 단 한 가지 였다. 용어에 대한 지나친 친절. 친절이 너무 지나쳐서 많은 분량을 군용헬기와 핵에 관한 설명으로 할애했고, 지나친 친절이 약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져 중간에 지치기도 했다. 완독 후 난 이 방대한 분량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냈을까? 그리고 공중 구조작업은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 됬을까? 이런 궁금증에 영화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후에는 생각은 달라졌다. 이 약점이 강점처럼 느껴졌다. 영화에서는 용어에 관한 설명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간혹 인물들간의 대화로 짤막하게 나온다. 배우들이 긴급한 상황에 대사를 치는 속도도 빠른 편이여서 들어도 제대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마 이게 이 영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등에 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평점이 떨어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같이 평소 군용헬기나 핵에 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았으면 이 영화의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만약 영화를 보고 싶다면 무조건 책을 먼저 봐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원작소설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지만 단순히 원작이 더 재미있어서 원작을 먼저 읽는게 아니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원작소설을 거쳐야만 비로서 영화의 내용을 편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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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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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분량에 녹초가 된 독자를 마지막까지 이끌고 가는 히가시노게이고의 하드캐리 소설.그러나 재미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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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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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now who killed my sister
I wrote this novel for him"

- 함정에 걸려든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린다의 여동생 안나가 죽었다. 살인 이였다. 범인은 안나를 무참히 살해 했다왜 일까? 처음에는 강도 살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린다는 보았다. 범인의 얼굴를. 범인도 보았다. 린다의 얼굴을. 범인은 그저 동생의 시체를 남기고 떠났다. 왜 일까? 왜 린다만 살아남은 것일까? 왜 안나는 죽어야만 했을까? 수많은 의문을 남긴채 11년이 흘렀다.

1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을 테지만 린다의 시간만은 정지해버렸다. 물론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긴 했지만 그날 이후 11년 동안 집밖에 나가질 못했다. 밝혀지지 않은 의문들, 여전히 뇌리에 박힌 그날의 기억조각은 매번 악몽으로 나타나 린다를 12년전으로 되돌리곤 했다. 그녀는 트라우마란 <트랩>에 걸린채 11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TV속에 한 남자를 보았다. 그다.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기억의 조각이 매일 같이 머리속에 부유해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였다. 범인은 저명한 언론인으로 기자였다. 빅토르 렌첸 그가 살인범이다범인을 알아본 린다는 경찰에 알리려고 하나 당시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본인임을 알게 된다. 이제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협력해줄 조력자도 없다. 오직 11년동안 은둔생활을 한 린다 자신만이 안나의 복수도 진실도 의문도 밝혀낼 수 있다.

린다는 빅터에게 공공연한 편지를 쓰기로 한다. 11년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날 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11년동안 은둔한 작가는 살인범의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 소설이라는 <트랩:함정>을 설치하기로 한다. 과연 범인은 린다의 <트랩:함정>에 걸려 들것인가? 또한 린다는 11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트라우마라는 <트랩: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제목과 꼭 닮은 소설 <트랩: 함정, , 올가미> :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솔직히 말해 요즘 대세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같이 빠른 전개의 가독성이 있는 스릴러는 아니다. 즉 진행적인 면에서 좀 더딘 감이 있다. <트랩>이라는 제목처럼 작가는 결말을 향한 길목에 치명적인 함정을 설치하고 독자를 여유롭게 소설 속으로 인도한다. 그 여유로움이 권태나 지루함으로 변모할 때 쯤 독자는 방심을 하고 이미 소설의 글자를 그냥저냥 문자로만 읽게 될 때쯤 글자에서 스파크가 튄다. 작가의 함정이 작동해 버린 것 이다.

 

읽는 동안 초반에 <트랩>에 대한 인상은 예상 가능한 결말밝혀진 범인이라는 부분에서 독자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중후반에는 빠르게 박동하는 심장이 아니라 목을 서서히 조여 시야를 오그라트리는 진행으로 질식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질식 끝에 독자가 믿어온 사실이 희미해지고 위아래가 뒤바뀌는 시점에 엄청난 반전이 결말을 날카롭게 뚫어버린다. 결말을 보고 나서야 나는 감탄했고 인정해 버렸다. 멜라니 라베는 뛰어난 사냥꾼이라고. 그녀의 <트랩>이란 소설은 나를 사냥하기에 충분한 함정이였다고. 이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비로소 자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함정에 걸려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 작가의 위험한 선택, 스릴러 장르에 독특한 구조 [액자 소설] 

이 소설의 특별한 것은 액자 소설이라는 구조이다. 보통 대부분의 스릴러가 시간을 순차적으로 나열해 진행한다. 사건, 사고, 살인이 빵빵 터지면서 폭발적인 긴장감을 곳곳에 배치해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의 흐름을 질주하게 하기 위함이다. 반면 액자 소설은 어떠한가? 자칫 잘못하면 흐름을 깨거나 소설 전반의 흐름이 무너져 두서없는 단편을 짜깁기한 엉터리 소설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라니 라베는 액자 구조를 선택했다.

 

<트랩> 속에는 소설가 린다가 쓴 소설 <피를 나눈 자매>가 있다. 애초에 <트랩>을 쓸 당시의 멜라니 라베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이 액자 속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린다의 소설을 쓸 때 자신의 어투나 버릇을 완벽히 배제했다고 한다. 오직 소설 속 주인공인 린다로 빙의해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을 쓰려고 부단히 노력한 것이다. 이로 인해 나는 린다의 심리에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작가의 힌트인 복선도 발견하며 중간에 루즈해 질 때 마다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런 액자구성은 완독 후 겉소설 속소설을 따로 모아 읽으면 작가의 의도나 강조점이 보여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트랩>은 픽션임에도 리얼리티를 가진다.

<트랩>은 소설임에도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뛰어난 심리 묘사 덕분에 사실적이다’.

이 소설의 아이디어는 멜라니 라베가 친구와의 저녘 식사 자리에서 얻었는데 친구는 멜라니 라베에게 아는 작가 있고 그가 오랫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다는 말을 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멜라니 라베가 그 즉시 예전의 기자 경력을 발판 삶아 실례를 취재했다. 모든 작가가 소재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지만 기자경력을 활용한 인터뷰방식이 좀 더 많은 것을 얻었으리라 짐작한다. 또한 멜라니 라베처럼 주인공 린다는 소설가이며 범인인 빅터 렌첸은 기자이다. 멜라니 라베의 현재 삶(작가)과 지나온 삶(기자) 모두가 <트랩>안에 인물들로 살아 숨신다. <트랩>의 가장 압권인 땀을 쥐게 하는 인터뷰 장면 역시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는 원동력은 멜라니 라베의 삶이였으니 이보다 사실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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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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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

-장 폴 사르트르-

 

 

 

더글라스 케네디, 그의 소설은 대부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며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은 항상 고난, 시련, 역경을 겪으며 땅바닥에 곤두박질 쳐지다 못해 지리멸렬한 삶을 살게 된다. 가면 갈수록 너덜너덜해진 그의 주인공들은 이런 가운데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그것은 매우 명쾌하다 못해 단순하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에 따른 고난은 살아가는 삶속에 녹아있다. 그것은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적이자 동반자이다. 그는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니라 고난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말한다. 이번 소설 역시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삶이 어떻게 변모하며 잘못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비극과 해답을 담은 짤막한 12편의 소설은 이상, 현실, 좌절, 고뇌, 성공, 실패 등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삶의 단편을 강렬하고 흥미롭게 담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픽업의 줄거리를 잠시 이야기 해보자면 <픽업>은 유령회사를 만들어 고객들의 돈을 사기 치는 사기꾼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을 쓰레기라고 칭하며 사기는 살아가는 방식이며 세상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의 결혼 생활 역시 계산대에 놓인 인간관계며 영원한 사랑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오로지 돈만이 그의 전부이고 영원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 경고라도 준 것일까? 사기횡령으로 고소를 당하고 재판대에 오르게 된다. 하지면 사기꾼은 자신의 직업처럼 돈으로 배심원을 매수해 유유히 빠져나간다. ‘이 우습기라도 한 듯 말이다. 무죄로 풀려난 그는 승리에 취해 낡은 술집에서 그만의 자축파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연 같은 필연으로 어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고 그로 인해 은 그의 모든 것을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아마 작가가 이 이야기를 제목으로 내세운 이유는 가장 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평소 인과응보와 약자의 편에 서서 글을 써온 그의 내력과 같은 맥을 가진다. 이 이야기는 선택에 따른 결과는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비극의 끝에서 절망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읽어낸다면 그 삶은 앞으로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예견하기도 한다.

 

그 외의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와 냉정하고 실리적인 여자가 결혼한 뒤 이혼을 하고 남편이 고가의 다이아몬드 결혼 반지를 다시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팽팽한 심리전을 그린 <크리스마스 반지>, 젊은 시절 운명의 여인을 만나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원하는 사랑이 기회로 찾아왔을 때 도망쳐버린 남자의 비애와 후회를 그린 <여름 소나타>, 한통의 전화를 받은 후 평소라면 후회라는 예고제에 겁을 먹을 법한 과격한 일탈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남자를 그린 <전화> 등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의 인생은 BD사이의 C이다라는 명언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 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이런 뻔한 주제, 비슷한 맥락을 각각의 다른 스토리로 옷을 갈아입혀 다양한 연출을 함으로 결코 지루하지도 고루하지도 않다. 이 단편집은 멋진 컬렉션 같다. 디자이너들이 그 시즌에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구사해내는 것과 같다. 나는 조금의 지루함을 못 견뎌 가독성 있는 소설류를 즐겨 읽으나 핀치를 겪을 때는 나와 비슷하거나 더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실화를 다룬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그것은 일종의 공감과 돌파구를 얻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다. 만약 나와 같은 패턴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이번에는 이 소설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실화가 주는 생생함이나 따뜻함이 때때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느껴질 정도로 삶이 팍팍할 때 이 소설을 읽어보아라. 당신에게 방향은 물론이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대화와 독백으로 스피드 있게 절정에 다다르는 결코 지루하지 않고 골머리 썩지 않을 이야기로 멋진 쇼를 선사해줄테니 말이다. 지금 만약 당신이 <핀치>라면 이 책을 <픽업>하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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