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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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8일째 매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 영화이다. 영화가 재미없어가 아니라, 훌륭한 영화임에도 원작소설이 절판되어 함께 읽어볼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이 영화는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와 주연 배우 이노우에 마오의 합작으로 일부 일본팬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여자주인공 에리나가 아버지의 내연녀에게 납치당한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성중심시점의 미스터리물로 모성과 가족, 사랑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유괴와 모성, 사랑과 불륜이라는 비뚤어진 관계에서 여성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호소하는 점이 인상깊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가쿠타 미쓰요만의 특색있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뚜렷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엄마에 관한 향수를 자극하며 때로는 슬프고 애틋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마마보이>를 소개한다.

 

나는 엄마를 몰랐다. 엄마는 나를 알고 있었을까.

내 입으로 나쁜 짓을 한 이유를 말하게 하고,

거짓말과 사실을 섞어 꾸며서 말하게 하고서도

나란 인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지금은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어린아이처럼 무엇이든 엄마에게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소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항상 우리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고, 무엇이라 정의내릴 수 없지만 벗어날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엄마와 우리들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가쿠다 미쓰요는 여덟편의 엄마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마마보이>를 통해 보여준다.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허공을 차다][빗속을 걷다][새를 운반하다][파슬리와 온천][마마보이][둘이 살기][울어,아가야,울러][첫사랑 찾아서 떠난 여행] 단편속의 수록된 엄마들은 가지각색이고, 다양하지만 어느 한 부분 틀림없이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관계와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마마보이]를 소개한다. 어느날, 구보다()는 사유리와 말다툼을 하게 된다.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마마보이라고 부르며 뻐긴 탓이다. 커피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잊은 것이 발단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와 결혼한 것 자체가 실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여섯 살 연상이라 어른스러울 줄 알았지만 사유리는 히스테릭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었고, 게다가 친정엄마와 식사하는 횟수가 남편인 자신보다 많은 정도니 누가 마마보이고 마마걸인지 따지고 싶을 정도이다. 반면 남편인 구보다는 도쿄에 올라온 뒤로 야마나시에 살고 있는 엄마와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명절에도 통 가지 않았다. 2년전 엄마의 재혼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갑작스럽긴 했지만 별다른 감정이 들지도 않았다.

 

사유리와 다툰 뒤, 직장 내 스트레스로 갈피를 못잡던 차. 시게루는 직장동료인 데즈카와 술한잔을 하며 자신의 고민거리였던 부인과 엄마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게다가 잠자리까지 하게된다. 사실 엄마는 겉으로는 투병중인 아버지를 돌보고 강단있게 아들을 키운 엄마지만, 아버지가 죽은 뒤 4개월만에 재혼을 한 점이 내내 마음에 걸린 것이다. 매일 저녘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묻던 엄마와 죽어가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던 엄마, 시게루는 불륜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엄마의 모습을 회상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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