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 상위 1%를 모시는 흙수저 비서들이 꾸미는 부의 재분배 프로젝트!

티나 폰타나는 빈곤한 집안의 이탈리아 이민자 2세로 태어났다. 별볼일 없는 그저그런 집안. 흔히들 말하는 태생부터가 흙수저다. 하지만 심성이 착하고 바른생활을 해온 그녀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정직하고 열심히 공부만 한 덕에 명문이라 불리는 뉴욕대 영문과에 입학했고 대학이 흙수저를 금수저로 바꿔줄 희망을 꿈꾼 어떻게 보면 훌륭하고 어떻게 보면 순진한 그런 여자가 티나이다. 차근차근 알바를 걸쳐 소개를 통해 겉보기엔 훌륭한 직장을 얻었고 그 직장은 세계 굴지의 언론사 회장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의 비서 자리이다. 이제 그녀는 금수저가 되었을까? 허나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도 않다. 겉보기엔 대단한 직장을 다니는 티나는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6년째 발전 가능성 없는 단순 업무만을 반복하며 10년째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 대출금에 원룸 월세를 생각하면 연애는 사치고 낙이 있다면 퇴근 후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보는 정도인 일명 건어물녀이다. ‘이러려고 명문대를 갔나?’ 싶을 무렵. 그녀의 인생에 ‘우연’이란 이름의 ‘유혹’ 혹은 ‘기회’가 찾아 온다.

어느 날 출장으로 인해 상사의 비행기티켓을 결재하는 일이 생긴다. 헌데 회사 법인 카드가 한도가 찼고 결국 자신의 카드로 대신 결제하게 된다. 회사에 결제 내역을 올리고 기다리는 데 이 환급 과정에서 회사 자금 2만 달러가 그녀의 수중에 떨어진다. 그녀의 연봉은 약 4만불, 학자금 대출은 2만 달러가 남았다. 눈먼 회삿돈 2만 달러. 소심한 원칙주의자 티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그리고 결국 유혹에 못 이겨 회사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버린다. 영수증 조작으로 아무도 모를거라 생각했는데 경비 처리부서의 비서 에밀리에게 들켜버린다. 거짓으로 결재 올린 것을 알아버린 에밀리는 자신의 학자금 대출 7만 달러도 갚아달라고 협박하게 되고. 더군다나 상류층 출신의 금발미녀인줄 알았던 협박녀 에밀리가 사실 집도 절도 없는 신세로 이젠 티나의 원룸에 까지 얹혀살게 되는데. 이래저래 엮인 관계. 결국 둘은 불협화음 베프가 되고, 티나는 에밀리의 학자금까지 횡령하게 된다.

헌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계팀장 마지가 이들의 범행을 눈치채고 자신의 팀 비서 한 사람의 학자금 대출 8만 달러를 갚아 달라고 강요하게 된다. 이런식으로 티나가 갚아주어야 할 비서들의 학자금 대출은 점점 늘어난다. 하루에 연봉급의 돈을 뿌려내며 써대는 악덕 재벌의 눈먼 돈을 횡령해 학자금 대출금의 빚더미에 허덕이는 여직원들의 구원투수가 되버린 티나. 그리고 흙수저 횡령 범죄 비서단. 그들의 반란은 성공할 것인가?


- 현실적이고 실랄한 사회 비판에 위트와 유머를 녹여내다! : 삼포세대를 위한 사이다 소설!

카밀 페리(작가)는 에스콰이어 편집장의 비서로 일한 여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여성의 시점과 비서라는 직업상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명문대를 나와 새 사람이 될 것 같은 비서들이 사실 새 옷을 입은 것 뿐, 겉으로는 번지르한 옷차림과 허세가 가득하지만 그 속은 학자금 대출과 저임금으로 허덕이는 여전한 빈곤층인 사실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한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 이 책은 일류 대학을 나와도 별다를 것 없는 안타까운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된 사회현상을 실랄하게 비판한다. 삼포세대인 요즘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 허탈감 배신감 등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여기까지 평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헌데 이것들이 소설의 소재로 적합한가?’ 나는 소설의 목적은 단연 ‘재미’를 위한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알고 있는 팍팍한 현실을 소설에서 까지 굳이 읽고 싶진 않단 말이다. 헌데 이 소설은 다르다. 무거울 것만 같은 소재가 작가의 탁월한 위트와 유머로 명쾌하게 써져있다. 다소 칙칙하고 무거울 것만 같은 비판적 소재를 이토록 상큼 발랄하게 표현하다니! 소재와 스토리 사이의 괴리감이 전혀 안 느껴질 정도로 타당성을 가지며 제옷을 찾아 입은듯 어울리니 극찬을 할 수 밖에 없다. 암울과 우울한 세태를 비판하되 티나와 에밀리의 불협화음 우정, 티나와 케빈과의 밀당 로맨스, 재벌들에게 대적하는 ‘빈손연합’의 좌충우돌 아슬아슬 횡령기 등으로 소설의 참 목적인 ‘재미’를 멋들어지고 통쾌하게 보여준다. 2016년 삼포세대를 위한 사이다 소설이 있다면 바로 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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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버스터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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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당신의 악몽을 물리친다!”

“미스터리와 SF, 사회비판.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미유키’의 새로운 매력!”

 

미야베 미유키.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은 남다르다. 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도도한 소설이랄까? 애정은 있는데 많이 읽지는 못한 모순된 사정을 가진다. 추리, 미스터리, 공포, SF, 판타지, 사회비판, 시대, 청소년 소설 까지 장르를 화려하게 변주하면서 써내려가는 그녀의 소설은 장르의 매력요소를 잘 파악해 거기에 맞춘 독특한 소재로 써 내려갔고 그 소설은 나에게 무척 매혹적이였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짧막한 호흡의 문장을 읽어와 토막문장으로 빠르게 쳐내려가는 소설에 익숙한 나는 미미여사의 긴 호흡의 세밀한 묘사 문구가 눈에 잘 익지가 않아 헤맨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애정을 가진 이유는 독특한 소재, 다양한 장르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칠 때 인물들이 ‘사람’임을 잊지 않으며 상처받은 사람으로써 인물들을 그려내 어딘가 씁쓸하기만 묘한 여운을 주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불어 일본추리소설계의 여왕으로 양대산맥으로 취급되며 미미여사라는 애칭까지 얻은 미야베 미유키.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매년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서도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물리치고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니 그녀의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인기작임은 틀림없다.

 

이런 그녀가 신간을 내놓았다. 드림버스터. 화차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소설이다. 사실 얼마 전 어떤 감사한 분께서 내게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권해주셨는데. 이참에 이 소설을 읽고 다시 그녀를 떠올려 모방범의 구매까지 이어질까? 싶었는데. 아 어려운 고민이 생겼다. 드림버스터가 나의 첫 SF소설이고 나는 추리,미스터리소설만을 고집하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모방범을 구매해야할지 드림버스터를 계속 구매해야할지 곤란해졌다. 그래.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미여사의 신작 드림버스터! 재밌다! 딱 SF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알아보니 그녀는 게임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고 직원들에게 온라인 게임 금지령을 받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진 게임페인이라고 하니 좋아하는 만큼 잘 쓰여진 것이다. 좋아하면 그일을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된다던데. 이게 그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SF 게임같은 소설 드림 버스터는 한 줄로 요약하면 악몽을 물리치는 사람들의 스펙타클한 모험기이다. 줄거리를 이야기 이렇다. 먼 옛날, 또는 먼 미래. 지구와 평행세계에 놓인 다른 위상에 존재한 행성 테-라에서 과학자들이 의식과 육체를 분리해 자유롭게 보관 이동하는 극비 실험 프로젝트 나이트 메어를 진행한다. 전쟁으로 인해 척박한 환경에 피폐해진 정신으로 고통받은 민간인들을 위해 시작한 실험으로 기억을 선별해 삭제 혹은 이동함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일이다. 의식의 보관 이동으로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불사화를 목표한 이 계획은 다섯 번째 실험기인 빅 올드 원의 완성으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빅 올드 원이 폭발하고 그로인해 테라는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으로 쑥대밭으로 변한다. 문제는 환경뿐만이 아니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흉악한 범죄자 쉰 명은 사형이 내려진 극악무도한 이들인데 이 폭발로 인해 그들의 의식이 어딘가로 빠져 나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의식만 남은 존재가 되어 시공의 구멍을 통과했고 다른 세계로 도망쳤다. 그 곳이 바로 현대의 지구. 이제 범죄자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의식을 가진 지구인들을 찾아 그들의 꿈속을 통해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를 막고자 드림 버스터가 출동하게 된다. 지구인들의 꿈속에 들어온 범죄자들을 사냥하고 현상금을 받는 일명 의식 사냥꾼들을 말한다.

 

긴 줄거리 만큼 넓은 세계관과 초반에 복잡한 설정이 약간 어렵게도 느껴졌다. 그건 아마 내가 처음 SF소설을 접했고 평소에도 SF분야의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탓일거다. 상상력이 부족하달까? 그래서 초반이 좀 복잡한 것 같았는데 확실히 신선한 소재와 누구나 꿀 수 있는 꿈과 꿈속의 악몽들이 현실적인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며 범죄자들의 죄목들이 현재에도 존재하는 사회범죄기 때문에 전혀 억지스럽지는 않다. 기발하고 신선하고 전혀 다른맛을 처음 느낀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 신선한 상상력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고 넓은 세계관이 디테일한 설정이 들어가 있어서 납득이 된다. 미야베미유키. 역시 이번에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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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탄환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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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대학병원 내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 

72시간 만에 범인이 설치한 완전무결한 트릭을 밝혀내라!

도조대학병원 의학부가 있는 사쿠라노미야 시. 도조대학병원 부정수소외래 소속 의사 다구치 고헤이는 피를 싫어해 신경내과를 선택한 의사로 어딘가 하자있는 인물이다. 별다른 증상 없이 찾아오는 환자들의 불평불만을 들어주는 그는 일명 하소연 외래 의사이다. 이런 그와 콤비를 이루는 시라토리는 후생노동성 공무원이다. 시라토리는 뻔뻔함과 당당함 그 어딘가에 속한 인물로 응용 심리학을 기초로 논리적인 추리를 하는 해결사이다. 일명 로지컬 몬스터 혹은 화식조로 불리는 그. 이렇게 전혀 다른 개성파2명이 복식조를 이뤄 핑퐁을 하는듯한 의학 추리 소설이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 바로 이 책 <아리아드네의 탄환>이다.

 

다구치 고헤이 부정수소외래(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의 걱정이나 푸념을 들어주어 치료에 도움을 주는 진료)소속이다. 그래서 그를 찾아오는 의사는 거의 드물었다. 다구치의 부서에 환자를 의뢰한다는 것은 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니, 어떤 의사가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경력에 오점을 남기겠는가. 헌데 그를 찾아온 이가 생겼다. 시마즈가 찾아왔다. 그는 다구치의 옛 친구이자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방사선과 조교수이다. 시마즈는 다구치에게 말했다. ‘도모노가 죽었대’. 다구치는 어안 벙벙했다. 도모노는 화상 진단 장비 제조사인 이미지 일렉트릭사에 소속된 기술자이다. 부지런한 업자. 처음 그의 죽음 소식을 접한 노구치는 평소 밤샘 작업하던 도모노의 초췌한 얼굴이 떠올라 과로사인줄 알았다.   


 

시마즈는 다구치에게 도모노가 MRI촬영실에서 죽었고 잠시 함께 가자고 청하게 되고 다구치는 시마즈를 따라 나선다. 그곳에는 싸늘하게 식은 도모노의 시체가 있고. 도모노의 시체를 보아하니 특별한 외상도 없고 사건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도모노는 왜 죽은 것일까? 시마즈는 도모노의 사인을 밝히려고 하지만 사건 연관성이 없다며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부모는 아들의 몸에 칼을 대 해부한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 부검을 거부하게 된다.


 

그 후 시마즈는 부검을 하지 않고 사인을 밝힐 수 있다는 AI센터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게 된다. AI는 해부보다는 사인 판명 확률이 낮지만 외상이 있는지 없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으며 시신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사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다. AI 진단 후 사인의 의심이 생기면 그 뒤 좀 더 적극적으로 부검을 할 수 있다. 또한 뇌출혈, 심근경색 여부를 알 수도 있다.


 

AI 시스템 도입은 사인불명의 시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헌데 이 시스템의 도입을 두고 사법기관과 의료기관이 격렬하게 대립한다. 그 와중에 다구치는 병원장의 정치적 이유와 어이없는 꾀임으로 AI 센터 센터장이 되고. 이제 코가 꾀인 다구치와 AI 찬성론자 시마즈는 AI센터 설립을 앞두고 있는데. 역시나 AI 시스템에 대한 반대론자 사법기관과 경찰세력이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도조대학병원의 목을 조여온다.


 

결국 목에 올가미가 씌워지고. 범인이 설치한 트릭으로 도조대학병원 내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여 다카시나 병원장은 뇌물 수수와 살인사건 혐의를 쓰고 현장에서 체포된다. 병원장과 도조대학병원의 운명이 걸린 사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단 72시간. 시간안에 범인이 설치한 트릭을 꽤 뚫고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데... 질주하는 타임리밋, 거대한 공권력의 음모, 진범의 펼친 논리와 맞서는 다구치와 시라토리의 활약! 과연 트릭의 해답은 무엇일까? AI도입은 무사히 완결 될 것인까? 그 숨막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 의학 추리소설의 왕 가이도 다케루의 귀환

 

전직 외과의사인 가이도 다케루.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의료 현장의 리얼리티를 담은 의학 추리 소설계의 왕이다. 단순히 오락성을 위한 추리소설에 일본 사회가 가진 의학계의 비리와 병폐,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그의 소설은 언제나 개성 있는 인물들의 독특한 추리력과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섬세하고 논리적인 트릭의 격정적인 대결로 재미를 선사하며, 의료계의 시사성을 담아 독자에게 좀 더 쉽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독자의 시야를 확장해 왔다. 이번 소설도 역시나 의학 추리소설계의 왕의 귀환 이라는 타이틀을 서평에 내걸 정도로 확실하게 재미있고 확실하게 눈이 트이는 소설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의학적 소재와 정밀한 트릭, 개성있는 다구치-시라토리 콤비, 거기에 72시간의 타임리밋까지. 말해 입아프다. 그냥 봐라. 그의 소설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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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그널 2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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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과거를 바꾸는 신호, <시그널 2권>
: 시그널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하여...


1권 리뷰에서는 드라마 내용을 안다는 전제하에 소설화된 시그널의 형식적인 면을 쓰다 보니 스토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2권 리뷰에서는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프로파일러 박해영은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위 계급장을 단 엘리트지만 세상에 대한 불신, 특히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있다. 경찰로써의 일보다 연예인 스캔들이나 파는 삐뚤어진 경찰이 되버린 해영. 그가 삐뚤어진 이유는 삐뚤어진 세상 탓이였다. 과거 같은 학교 여자 친구(김윤정)가 유괴 살인되었을 때 범인을 목격하지만 경찰은 어린해영의 말을 무시하고 조사조차 하지 않아 결국 미제사건이 되었고, 그의 형은 고교생 집단성폭행의 주범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써 자살을 하게 되며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렇게 모양만 경찰인 박해영이 진양경찰서 강력팀으로 체포된다. 여자연예인 스캔들을 파기가 취미인 탓에 쓰레기통을 뒤졌는데 그것이 CCTV에 찍혔고 차수현팀장이 박해영을 스토커범으로 체포하게 된 것이다. 차수현은 강단있고 눈빛으로 제압하는 딱 강력계 형사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현장에서 몸으로 구르며 경찰로써 사명을 다하는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런 탓에 차수현은 경찰답지 않은 박해영이 못마땅하고, 박해영은 그녀가 경찰다워 못마땅했다. 박해영에게 경찰은 그저 가식적이고 허울뿐인 직급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쯤으로 보이니 말이다. 서로가 경멸에 찬 눈빛을 주고받고 차수현은 박해영의 신분을 확인했으니 할 수 없이 그를 돌려보낸다.

박해영이 경찰서를 나올 무렵. 이미 해진 후 였다. 한쪽 트럭에 실려 있는 폐기물 포대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박해영 경위님 거기 있습니까?” 계속되는 부름에 안을 살펴보지만 사람은 없다. 이해할수 없는 박해영이 발견한 것은 오래된 무전기 하나. 무전 너머의 목소리는 이재한이라는 형사다. 이재한은 박해영에게 15년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김윤정 유괴사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박해영은 장난일거라는 의심은 지닌채 이재한이 알려준 선일정신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병원 하수구에서 손가락이 잘린채 목을 맨 흔적이 있는 남성 사체 한구를 발견하게 된다.

경찰은 공소시효전에 미제사건을 해결하기위해 이 사체를 김윤정 유괴사건의 진범으로 몰아간다. 매스컴 앞에서 가식으로 무장한 경찰청 수사국장 김범주는 대외적으로 김윤정 사건의 범인이 김윤정을 유괴 살해한뒤 죄책감에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발표한다. 이것을 본 박해영은 공소시효에 급급해 대충 마무리하려는 경찰의 태세에 분노한다. 사실 박해영은 진범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린시절 해영이 짝사랑하던 여자 아이가 김윤정이였고 김윤정이 유괴된 당일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성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분노에찬 박해영은 매스컴에 대고 발표한다. 진범은 여자이며 현재까지도 살아있다는 사실을...(초반 도입 내용)

이렇듯 시그널은 무전을 통해 시작되었다. 이재한 형사의 무전으로 박해영 경위는 김윤정 유괴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장기미제사건전담팀이 만들어지게 된다. 1권, 2권에 걸쳐 실제 대한민국에서 발생된 미제사건을 소재로 하며 이재한과 박해영의 무전으로 현재의 장기미제사건의 단서들과 박해영의 프로파일링으로 이재한은 과거의 사건을 해결함으로 현재의 미제가 범인을 검거하는 사건으로 바뀌게 된다. 소설(드라마)속에서나마 미제는 더 이상 미제가 아니며 범인은 잡히고 정의가 실현되는 이야기에 독자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또한 이재한과 박해영의 아찔하고 치열한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사투는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며 시그널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메시지와 여운을 남긴다.

-참고: 시그널에서는 사건별로 진행되며 소설을 읽을 때 페이지 밑에 관련 사건명이 따로 명시되어 있다.

많은 사건을 헷갈리지 않고 볼 수 있다.(소설사건/실제사건)

1권:

김윤정유괴사건(+서형준살인사건)/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 사건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화성 연쇄살인 사건
대도사건/조세형 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고
사라진 목걸이, 사라진 여자 사건


2권:

홍원동 연쇄살인사건/신정동 연쇄폭행살인사건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이재한 실종 사건(+김범주피살사건)/경진동 폐창고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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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그널 1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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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사이의 무전은 돌고 돌았던 게 아닐까요.” 간절함이 보내온 신호, <시그널 1권>
:드라마 시그널 그리고 성공적인 소설화에 대하여...

올해 최고의 화제 드라마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시그널’이다. 보통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이 5%이상만 나와도 대박으로 치는 시점에 지상파에서나 나올법한 두 자리 12.5%의 시청률을 갱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였다. 처음부터 딱딱한 수치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성적표는 곧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훌륭한 성적표를 받은 모범 드라마 시그널은 시청률만큼이나 특별한 소재를 다룰 것 같지만 사실 이전 드라마와 별다를 것 없는 소재를 다룬다. 바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타임슬립’. 이전에도 많이 다루었던 소재로 분명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인기 있는 소재이나 그만큼 흔한 소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 진, 미래의 선택, 나인, 신의선물 14일 등이 방영된 시점이고 이는 타임슬립이란 소재가 더 이상 새로울것이 없으며 매우 치열한 경쟁을 부르는 레드오션 소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널은 ‘성공’했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의 정반대의 두 형사, 이재한과 박해영이 무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가 형과 아버지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를 바꾸려는 ‘나인’과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갑동이’의 장점만 쏙쏙 골라 합작한 작품 같았다. 김은희 작가는 예전부터 쌓아온 장르 드라마의 내공으로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과 공감을 일으킬만한 명대사들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생,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과 세밀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원석 PD는 시청자들이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연기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섬세한 영상을 제공했다. 사실 이들의 합작은 기획단계서부터 흥행을 예상할만한 요소였다.  

이런 시그널의 소설화라니! 반갑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했다. 영상을 활자로 옴겼을 때 김은희 작가의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개를 따라가려면 호흡이 짧은 문장이어야 필요할텐데 그럼 대본집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고, 김원석 PD의 연출력이 보이는 섬세한 영상미는 소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설화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 이였다. 하지만 읽고 난후는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소설화 역시 성공적이였다. 소설은 소설의 맛이 따로 있다. 같은 재료로 다른 요리를 만들 듯이 말이다. 마치 콩으로 비지찌개를 만들고 두부를 만드는게 각각의 다른 맛이 있듯이 이것도 그러했다. 등장인물의 행동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관찰력 있는 전개와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카메라 파인더를 보는 듯한 섬세하고 밀도 있는 심리묘사는 시그널 소설화의 우려를 과감히 깨트렸다. 또한 활자로 곱씹게되는 명대사들은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대부분 소설을 읽고 나서 영상을 보는게 당연시되는데 시그널은 영상을 보고 소설을 읽어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고 배가 된다. 소설의 활자 따라 드라마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은 상상력을 반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시그널의 스토리를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견인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성공적인 시그널 소설, 물론 드라마를 안본사람에게도 권하겠지만 드라마를 봤으니 굳이 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디지털 시대에 영상으로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소설 속 이재한 형사의 시대처럼 아날로그식인 소설로 간직하는 것도 드라마의 향수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덮어 간직하는 일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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