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그널 1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결국 우리 사이의 무전은 돌고 돌았던 게 아닐까요.” 간절함이 보내온 신호, <시그널 1권>
:드라마 시그널 그리고 성공적인 소설화에 대하여...

올해 최고의 화제 드라마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시그널’이다. 보통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이 5%이상만 나와도 대박으로 치는 시점에 지상파에서나 나올법한 두 자리 12.5%의 시청률을 갱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였다. 처음부터 딱딱한 수치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성적표는 곧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훌륭한 성적표를 받은 모범 드라마 시그널은 시청률만큼이나 특별한 소재를 다룰 것 같지만 사실 이전 드라마와 별다를 것 없는 소재를 다룬다. 바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타임슬립’. 이전에도 많이 다루었던 소재로 분명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인기 있는 소재이나 그만큼 흔한 소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 진, 미래의 선택, 나인, 신의선물 14일 등이 방영된 시점이고 이는 타임슬립이란 소재가 더 이상 새로울것이 없으며 매우 치열한 경쟁을 부르는 레드오션 소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널은 ‘성공’했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의 정반대의 두 형사, 이재한과 박해영이 무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가 형과 아버지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를 바꾸려는 ‘나인’과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갑동이’의 장점만 쏙쏙 골라 합작한 작품 같았다. 김은희 작가는 예전부터 쌓아온 장르 드라마의 내공으로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과 공감을 일으킬만한 명대사들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생,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과 세밀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원석 PD는 시청자들이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연기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섬세한 영상을 제공했다. 사실 이들의 합작은 기획단계서부터 흥행을 예상할만한 요소였다.  

이런 시그널의 소설화라니! 반갑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했다. 영상을 활자로 옴겼을 때 김은희 작가의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개를 따라가려면 호흡이 짧은 문장이어야 필요할텐데 그럼 대본집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고, 김원석 PD의 연출력이 보이는 섬세한 영상미는 소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설화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 이였다. 하지만 읽고 난후는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소설화 역시 성공적이였다. 소설은 소설의 맛이 따로 있다. 같은 재료로 다른 요리를 만들 듯이 말이다. 마치 콩으로 비지찌개를 만들고 두부를 만드는게 각각의 다른 맛이 있듯이 이것도 그러했다. 등장인물의 행동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관찰력 있는 전개와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카메라 파인더를 보는 듯한 섬세하고 밀도 있는 심리묘사는 시그널 소설화의 우려를 과감히 깨트렸다. 또한 활자로 곱씹게되는 명대사들은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대부분 소설을 읽고 나서 영상을 보는게 당연시되는데 시그널은 영상을 보고 소설을 읽어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고 배가 된다. 소설의 활자 따라 드라마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은 상상력을 반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시그널의 스토리를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견인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성공적인 시그널 소설, 물론 드라마를 안본사람에게도 권하겠지만 드라마를 봤으니 굳이 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디지털 시대에 영상으로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소설 속 이재한 형사의 시대처럼 아날로그식인 소설로 간직하는 것도 드라마의 향수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덮어 간직하는 일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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