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성과 타당성 - 담론적 법이론과 민주적 법치국가 이론 나남신서 1226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박영도 외 옮김 / 나남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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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과 타당성

하버마스는 <사실성과 타당성>을 ‘법이론과 민주주의에 관한 저술이다‘ 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그렇지만 도덕, 법, 행정권력으로 이어지는 복잡하고 정교한 논의는 주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고 필사하며, 어느 곳에 밑줄을 긋고 읽어야 하는지 도통 어렵다. 쉽게 읽지 못하는 것이 꼭 단어의 뜻이 어렵고 저자의 사고가 깊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다.
무엇도 모르고 시작했던 책읽기가 조금씩 진행하며 궁금해지는 내용은, 법과 정치의 내적 관계에서 갈등을 풀기 위해 지켜야하는 정당화의 규준이었고 그 절차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의사소통형식을 통한 담론과 협상이었다.
또한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기본권을 법질서의 원리로 규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이었다.

1. 사실성과 타당성의 사회적 범주로서 법

*실천이성과 그 파산
주관적 능력으로서의 실천이성이라는 개념은 근대의 산물이다. 실천이성은 개인주의적으로 이해된 행복과 아울러 도덕적으로 첨예화된 개인의 자율성과 관계맺게 되었으며, 부르조아 사회의 구성원의 역할과 아울러 정치적 시민과 세계시민의 역할도 떠맡을 수 있는 사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자유와 관계맺게 되었다.
그러나 주체철학의 전제 위에서 재구성하게 되어 문화적 삶의 형식과 정치적 삶의 질서로부터 분리한다. 또한 복잡한 현대 사회는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라든가 개인들로 합성된 사회라는 두가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맑스주의 사회이론은 이러한 사실로부터 규범적 국가이론을 포기하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결국 실천이성을 설명하려 했던 역사의 목적론(역사 철학) 속에서도, 유적 인간의 구성(인간학) 속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성공한 전통(민주적 법치국가)이라는 우연한 기초에 의존하여 근거지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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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천의 자리에 의사소통행적 이성이 등장한다.
사상적 전통의 실천이성과 역사철학을 통한 규범적 문제제기의 사회적 실천의 영역은 언어적 매체 속으로 자리를 옮기고 도덕적 문제에만 결박된 상태로부터 이성 개념은 벗어나게 되었다. 의사 소통적 이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언어적 상호작용의 망을 매개하고 삶의 형식을 구조화하는 언어적 매체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언어적 상호작용의 참여자들이 발화수반적 목표를 유보없이 추구하고, 그들간의 동의를 비판가능한 타당성 주장의 상호주관적 인정을 통해 형성하며, 합의로부터 도출되는 상호작용과 관련된 책무를 받아들일 자세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편으로 그것은 명제적 진리, 주관적 진실성, 규범적 정당성이라는 타당성 주장의 전체 스펙트럼으로 자신을 확장한다.
1) 의미와 진리 : 언어에 내재하는 사실성과 타당성의 긴장에 대하여
개념형성과 판단형성의 요소적 차원에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동일시 가능한 대상으로서 표상과 개인적의 의식의 경계를 뛰어 넘어 진리의 이념인 사상으로 구분짓는다. 문장의 의미와 사상의 관계에서 형식적 의미론은 언어와 세계, 문장과 실태, 혹은 사상과 사유의 힘 사이의 존재론적 관계에 호소하였다. 이에 반해 퍼스는 의사 소통과 일반적 기호 해석을 언어적 성취의 핵심으로 삼았다. 세계가 언어적으로 재현하는 하나의 해석공동체는 명제에 대한 타당성을 전체의 합리적 동기에서 나온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공간과 역사적 시간의 측면에서 이상적으로 확장된, 판단능력을 갖춘 해석자 청중의 의사소통 조건 속에서 비판가능한 타당성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내부로서의 초월 : 의견불일치 위험의 관리
의사소통적으로 사회화된 개인들의 통합양식은 *화자와 청자의 역할 속에서 협의를 통한 공통의 상황해석을 산출 *특정 맥락 속에서 구속력 있는 인정을 받을 때 *생활 세계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합의된 해석들, 헌신성, 숙련 * 고대적 제도( 상호침투하는 문화적 전통과 정당한 질서와 개인적 정체성들이 엮여져서 형성하는 복합체) *법의 범주 - 사회적 분화과정은 기능적으로 전문화된 과제들, 사회적 역할들, 이해상황의 다기화를 강제한다. 그 결과 사회적 통합은 점점 더 행위자들이 상호이해 과정에 기초하여 스스로 성취해야 할 과제로 변모되었다. 이제 전략적 상호작용을 규범적으로 규제하고, 이 규제에 따라 행위자들이 상호이해에 도달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제 개인적 자유에게 법의 강제력을 빌려주는 권리체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3)법적 타당성의 차원들
법의 타당성 양식 속에서는 국가에 의한 법집행의 사실성이라는 계기와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제정 절차의 정당성이라는 계기가 서로 얽힌다.
언어분석적 선회를 수행한 이후에 이념과 현상적 현실 사이의 대립은 이념 자체가 언어 속에서 구체화되는 것으로 개념화되면서, 세계 속에서 등장하는 기호와 언어적 표현의 사실성은 의미의 일반성과 진리 타당성이라는 이상성과 내적으로 결합된다.
사회적 통합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떠맡게 된 법은 법적 공동체의 헌법적인 자기이해에 따라 경제체계와 국가기구가 화폐와 행정권력을 통하여 수행하는 체계통합적 활동과 시민의 자기결정적 실천이라는 사회적 통합의 과정과 연결되어야 한다.

2. 사회학적 법개념과 철학적 정의개념
1)법의 사회학적 탈마술화
법체계는 자신의 구성요소를 법의 범주 속에서 기술하며, 이 자기주제화를 사용하여 법적 행위를 자신의 수단으로 구성하고 또 재생산한다. 자기산출적으로 폐쇄된 법체계는 경계 바깥에 있는 사건과 관찰을 통해 맺는 관계는 자기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동인으로만 기능할 뿐이다.
생활세계는 모든 사회적 영역들을 관통하여 유통되는 언어를 통하여 구성된다. 체계와 ‘생활세계‘ 사이에 의사소통으로 접맥하려면 일반적인 의사소통 매체가 있어야 한다. 일상언어가 특수한 코드속으로 번역되려면 화폐와 행정권력이라는 조정매체와 소통할 수 있는 법에 의존해야 한다. 규범적 내용의 메시지들은 법의 언어 속에서야 비로소 사회전체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
2) 이성법의 회귀와 당위의 무기력
정의사회의 이성적 기획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일차적으로 이 질문은 가치관의 다원주의와 정치문화적 조건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제기된다. 이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한다면 법치국가와 그 사회적 기초의 역사적 발달을 규범적 관점에서 재구성해야만 할 것이다. 이 과제는 정치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념사적 확인을 넘어서는 경험적 연구를 필요로 한다.
3) 파슨주 대 베버 : 법의 사회적 통합기능
사회적 질서는 가치를 구체적 적용조건이라는 관점에서 특정화하고 주어진 이해상황과 통합함으로써 규범적 행위기대에 실재성을 부여한다. 막스 베버를 이끌었던 관점은 이원론적 인간학이었고 파슨즈는 서로 잘 조정되어야만 하는 가치정향과 욕구성향에서 출발한다.
파슨즈는 전통적 법에서 합리적 근거제시와 실정성으로의 이행의 내적 측면을 오히려 ‘가치합리화‘와 ‘융합‘이라는 표제 하에서 다룬다. 근대법이 갖는 타당성 기초의 도덕적 보편주의에 상응하여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법인격체의 결사체 속에 연속적으로 포용된다는 것이다.
베버는 법치국가는 그 정당성을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의지형성의 민주주의적 형식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지배를 법적 형식에 따라 행사하기 위한 전제들로부터, 그러니까 법규의 추상적 규칙구조, 사법부의 자율성, 그리고 행정의 법적 규제와 ‘합리적‘ 구조로부터 끌어온다.
3. 법의 재구성 (1) : 권리의 체계
법은 궁극적으로는 의사소통적으로 행위하는 주체들의 상호이해를 통하여, 즉 타당성 주장의 수락가능성을 통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통합의 불확실한 조건들도 충족해야만 하는 것이다.
1)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 인권과 국민주권
법은 본질적으로 주관적 권리이다. ˝법은 의지의 권력을 가진 주체로서의 모든 인간들이 평등하게 소유하는 자유에 대한 인정이다.
‘주관적 권리‘라는 사상은 사법과 그것에 근거한 법적 보호가 궁극적으로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견해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관적 권리와 객관적 법은 같은 근원을 갖는다.
사회계약의 고유한 특징은 오직 법의 원리에 의해 지배받는 사회 구성의 모델을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사회계약은 권리들이 정당한 효력을 얻게 되는 조건을 수행적으로 확정한다. 사회계약은 법원리를 지배적 원리로 삼고, 이 법원리 속에서 입법자의 정치적 의지 형성은 민주적 절차의 조건에 구속된다. 이 절차에 합당하게 생겨난 결과들은 그 자체로서 모든 참여자들의 합치된 의지를 혹은 이성적 합의를 표현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 계약은 도덕적으로 근거지어진 동등한 주관적 자유의 권리로서의 인권과 국민주권의 원리를 결합한다.
담론이 이성적 의지가 형성될 수 있다면 법의 정당성은 궁극에는 의사소통적 제도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하려는 국민주권과 인권 사이의 내적 연관은, 정치적으로 자율적인 입법을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형식 자체가 법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는 조건이 권리체계에 의해 제공된다는 사실 속에 들어있다.
2) 도덕적 규범과 법적 규범 : 이성법과 실정법의 보완관계에 대하여
법과 도덕의 보완관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의회의 입법절차, 제도화된 법정에서의 판결, 그리고 규칙을 정교하게 만들고 판결을 체계화하는 법도그마틱의 전문적 연구 등은 개인이 독자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생기는 인지적 부담을 없애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타당한 규범이 일탈적 행위에 대항하여 현실적으로 강제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타당한 규범을 준수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가능해진다.
이성의 도덕은 기존 제도를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은 제공하지만, 그 제도를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처방전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실정법은 다른 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행위체계로서 이 재구성의 목적에 사용된다.
3) 기본권의 담론이론적 정당화 : 담론원리, 법형식, 민주주의 원리
의사소통적 자유는 상대방의 발화와 그 발화 속에서 함께 제기되고 상호주관적 인정에 의존하는 타당성 주장에 대하여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해한다.
의사소통적 자유를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의 법제화에 상응하는 것이 그 속에서 담론원리가 적용되는 정치적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의 제도이다.
민주적 제도의 자발성을 단순히 법을 통해 강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자유의 전통에 의해 쇄신되며, 자유로운 정치문화를 지닌 연합체들 속에서 보존된다.
4. 법의 재구성 (2) : 법치국가의 원리
1) 법과 정치의 내적 관계
개인적인 법적 보호의 권리는 독립적이고 공평무사한 사법부에 대한 요구를 근거짓는 기본권 속에서 구체화된다. 그런 한에서 이 기본권은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된 사법체계의 설립을 전제한다. 그리고 법정은 분쟁에 대한 유권적 판결을 위하여 제재력을 필요로 하고 법을 유지하고 계속 발전시키기 위하여 국가의 조직능력을 필요로 한다.
도구적으로 이해된 권력과 도구화된 법사이의 순환 속에서 정당성의 공백이 생겼으며, 이성법은 실천이성에 호소하여 이 공백을 메워야 했다.
정치적 자율성에 대한 담론이론적 개념이 도입하면서 의사소통적 자유가 동원되어야만 하는지를 설명한다.
입법은 의사소통적 권력의 산출에 의존한다. 법 자체의 정당성의 원천인 정의의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려면, 법적 형식에 따라 구성된 행정권력의 바탕에 법을 제정하는 의사소통적 권력이 깔려 있어야 한다.
권력은 단순히 행동하거나 그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단합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어 행위하는 인간의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2) 의사소통적 권력과 정당한 법률제공
참정권은 정치와 법률에 대한 의결로 귀결되는 공적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의 법적 제도화를 가르킨다. 이 참정권은 담론원리가 이중의 측면에서 관철되는 의사소통 형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좋은 법이라는 것이 단순히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사회적 행위경로를 조절하는 가장 믿을 만하고 정확한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호주관적으로 공유된 생활양식의 이성적 조형이라는 관점에서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결정을 실현하기 위한 법적 행위양식‘이자 ‘개인적 자유와 통제의 영역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의결되는 한, 법의 실질적 평등은 좋은 법의 규준이 된다.
3) 법치국가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논리
정당한 법은 의사소통적 권력으로부터 나오고 의사소통적 권력은 다시 정당하게 제정된 법을 통해 행정권력으로 번역된다는 원리의 도움으로 법치국가의 이념을 전개할 수 있다.
법이 지배를 조직화하는 단순한 사실적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당화의 규범적 원천이어야 한다면, 행정적 권력은 의사소통적으로 산출된 권력과 다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목표를 실현하는 행정적 권력과 법을 산출하는 의사소통적 권력 간의 이러한 피드백 관계는 기능적 권력분립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5. 법의 비결정성과 판결의 합리성
1) 해석학, 현실주의, 실증주의
판결의 합리성 문제의 요체는 법의 안정성과 옳음을 동시에 보증하기 위하여 우연하게 등장한 법을 어떻게 내적으로는 일관성있게 적용하고 외적으로는 합리적으로 근거지을 수 있는가에 있다. 이 중심 질문을 다루는 접근방법으로는 법해석학(이성을 역사적 전승맥락 속으로배태시키는 방법), 법현실주의(외부적 결정요인을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방법), 법실증주의(제도적 역사에 선차성을 부여하는 방법)를 들 수 있다.
2) 드위킨의 법이론
법적 담론에서는 규칙들 사이에 충돌이 생길 때 원리에 비추어 그때그때 적절한 규범의 선택을 정당화해주는 규범적 논증이 전형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한다. 즉 하나의 판결에 대한 정당화는 그것과 유관성을 갖는 모든 규범적 근거들의 집합에 기초해야 하며, 이 규범적 근거들은 완전한 상황해석에 기초해서 그때그때 적합성을 갖는다.
우리가 현행법을 이상적으로 정합적인 규범체계로 간주한다면, 이렇게 절차에 의존하는 법의 안정성은 원리를 지향하면서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하려는 법공동체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서 각인은 자신에게 허용된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3) 사법적 담론의 이론
판결에 대한 합리적 수락가능성을 논지의 질만이 아니라 논증과정의 구조에 의존하게 만드는 담론적 법이론은 강한 절차적 합리성 개념에 의존하는데, 이 합리성 개념에 따르면 판단의 타당성을 구성하는 속성은 논지의 구조와 진술의 연결관계의 논리적 - 의미론적 차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거제시 과정 자체의 화용론적 차원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별적인 실체적 근거와 원칙적으로 불완전한 논지들의 연역적 관계가 갖는 단순한 그럴듯함만 제공하는 힘과 ‘유일하게 옳은‘ 결정에 대한 요구의 무제약성 사이에 있는 합리성의 공백은 협력적 진리추구의 논증적 절차를 통해 이상적으로 메워진다.
의사소통행위의 반성적 형식인 논증의 특징은 참여자의 전망의 완전한 가역성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역성에 의해 토의하는 집합체의 한 차원 높은 상호 주관성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6 사법부와 입법부 : 헌법재판의 역할과 정당성
1) 자유주의적 법 패러다임의 해체
부분체계들이 수평적으로 분화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복잡한 사회에서 기본권이 갖는 보호작용은 더 이상 행정권력과의 관계에만 국한되어선 안 되고, 일반적으로 거대 조직의 사회적 권력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신의 판결을 통해 기본권을 전체 법질서의 원리로 규정한다.
이제 그 기본권은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면서 그 구조를 형성하는 기본규범의 객관적인 법적 내용 속으로 주관적 자유권의 내용을 수용하는 법질서의 구성원리로 개념화된다.
2) 규범 대 가치 : 헌법재판소의 자기이해에서 나타나는 방법론적 오류
규범으로서의 기본권은 법적 소재를 만인의 동등한 이익에 규합하여 규제한다. 이에 비해 가치로서의 기본권은 다른 가치들과 어울려 하나의 상징적 질서를, 즉 특수한 법적 공동체의 정체성과 삶의 형식을 표현하는 상징적 질서를 형성한다.
최고재판소가 헌법의 준수를 감시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것은 민주적 과정의 정당한 효과를 좌우하는 절차와 조직규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절차주의적 헌법이해는 원리의 타당성을 전제해야만 하고 법원에 전적으로 규범적 내용을 갖는 절차원리를 지향할 것을 권고해야만 하는 한, 민주적 절차의 개념 자체가 모든 사람에 대한 동등한 존중이라는 의미의 정의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3) 자유주의, 공화주의, 절차주의 정치모델에서 헌법재판의 역할
최고재판소는 공화주의적 국가가 -- 다시 말해서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 자기부정의 정치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것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자신의 도덕성 완성으로 가정하고 그리하여 자신의 변혁적 자기쇄신의 능력을 좌우하는 다원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국민의 자기폐쇄 경향에 도전한다.
절차주의적 헌법이해에 의해 인도받는 헌법재판소는 정당화를 약속하는 어음을 과도하게 발행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보호하려는 민주주의 과정이 예외상태로 기술되지 않을 때에는 논증논리에 따라 명확하게 규정된 법적 용의 권한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7 토의정치 : 절차적 민주주의 개념
1)규범적 민주주의 모델 대 경험적 민주주의 모델
규범적 의도를 유지하면서 사회과학으로부터 객관적 시각과 경험적 기본개념들을 단순히 차용하는 민주주의 이론이다.
보통선거와 평등선거, 정당 간의 경쟁, 다수결 원칙 등의 게임규칙을 통하여 민주주의 개념을 도입한다. 이 배후에는 규범의 ‘타당성‘은 오직 안정성을 가져오는 제재를 의미할 뿐이라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경험주의적 이해방식이 깔려 있다.
담론이론은 민주주의 과정에 따른 자유주의적 견해와 공화주의적 견해에 대한 두 입장의 요소들을 수용하여 토론과 결정의 이상적 절차라는 개념 속에 통합된다.
2)민주적 절차와 그 중립성의 문제
민주적 절차는 절차에 합당하게 이끌어낸 모든 결과들을 합리적 결과로 추정할 수 있게 만드는 의사소통 형식을 통한 담론과 협상을 제도화한다는 통찰에 있다.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은 오직 그 결과의 이성적 질에 대한 기대 덕분에 사회적 통합의 기능을 충족하는데, 토의정치는 정당화의 힘을 이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의 담론적 구조에서 얻는다.
토의와 결정의 이상적 절차는 공동의 삶의 조건을 공평무사하게 규제하기로 동의한 연합체를 그 담지자로 전제한다. 법적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연합시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각 의사소통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언어적 고리인 것이다.
토의정치는 민주적으로 조직된 의지형성과 비공식적 의견형성 간의 상호작용으로 살아간다. 경쟁적이고 서로 양립하기 힘든 개념들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토론 속에 대안적 결정의 개연적 결과가 무엇이며 과연 그러한 결정들이 중립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결정이 포함될 뿐 아니라 나아가 좋은 삶에 대한 각자의 개념을 해명하고 인간적 번영에 대한 각자의 견해가 갖는 다양한 측면의 우월성을 타인에게 설득하려는 노력들도 포함된다. 즉 좋은 삶에 대한 특정 견해가 논쟁이 되고 있는 한, 국가의 어떠한 결정도 그 견해의 본래적 우월성이나 열등성에 대한 추정에 기초해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요구만을 담고 있다.
3)토의정치 개념의 사회학적 번역
복잡한 사회에서 새로운 온정주의를 야기하는 지식의 독점이 민주화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은 법치국가적 정치체계의 토의적 핵심구조와 심층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을 연결하는 교량으로서 적합하다.
토의정치를 통해 정당한 법을 산출하는 것은 하나의 특수한 문제해결 절차이다. 토의정치의 핵심은 실용적, 도덕적, 윤리적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담론과 협상과정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실정법은 그 본성상 사회적 복잡성의 축소이다. 법적 규칙이 인지적 무규정성, 동기의 불안정성, 도덕적 행위규범의, 나아가 일반적으로 비공식적 행위규범의 제한된 조정능력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이 ‘탈이상화‘ 덕분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헌법적 제도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이 메카니즘들은 법치국가적 규제의 규범적 전제들 속으로 스며들어 그것을 약화시키는 사회적 복잡성에 대한 역운행 조치들이라는 반성적 성격을 갖기도 한다.
8 시민사회와 정치적 공론장
1)사회학적 민주주의 이론
성공을 지향하는 행위자들이 서로에게 행사하는 영향력뿐만 아니라 상호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논증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도 행위조정의 메커니즘으로 설정하고자 한다면, 먼저 규범과 가치정향들의 합리적 핵심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여 합리적 개념도 확장시켜야 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정치적 의지형성을 위한 조건을 개별 행위자의 동기와 결정기초라는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제도화된 심의 및 결정과정이라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2) 정치권력의 순환모델
정치체계는 법의 실정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정당한 법의 자율적 원천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체계는 자기만의 코드를 통해 재귀적으로 폐쇄된 의사소통 순환으로 자립화된다.
정치체계의 핵심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작동은 관례에 따라 진행된다. 법원은 판결을 내리고, 관료들은 법률안을 준비하고 시행문제를 처리하며, 의회는 법률과 예산안을 의결하고, 정당핵심부는 선거전을 수행하고, 의뢰인들은 ‘그들의‘ 행정부서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과정은 확립된 패턴에 따라 진행된다.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결정적인 문제는 그 패턴이 어떤 권력관계를 반영하며, 또 어떤 양식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뿐이다.
행정권력과 사회적 권력이 민주적으로 산출된 의사소통적 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자립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제도화되지 않은 공적 의사소통의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자생적인 의견형성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한에서만 주변부가 이런 강한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이러한 종류의 자율적 공론장이 가능하려면 이 공론장이 시민사회적 결사체들 속에 사회적으로 정박해야 하며, 자유로운 정치문화와 사회화 유형 속에 배태되어 있어야 한다.
3) 시민사회, 공적 의견, 의사소통적 권력
공론장은 사회전체에 걸쳐 민감한 센서를 가진 경고체계이다.
공론장을 기술하는 최선의 길은 내용과 태도표명의 소통을 위한, 따라서 의견들의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로 기술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소통 흐름들이 걸러지고 종합되어 주제별로 묶인 공적 의견의 더미로 집약된다. 공적 의견의 구조화와 관련하여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공동으로 따르는 의사소통 실천의 규칙이다.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의견형성의 담론적 수준과 그 결과의 ‘질‘이 달라진다. 공적 의견의 실제적 영향력과 절차에 근거한 질 사이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전망이 열린다.
오늘날 시민사회의 제도적 핵심을 형성하는 것은 자유의지에 기초하는 비국가적이고 비경제적인 연결망과 자발적 결사체들이다.
사적 영역으로부터 출현한 이 공중은 자신의 사회적 관심과 경험에 대한 공적 해석을 추구하고, 제도화된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민들로 구성된다.
이 공중의 정치적 영향력은 민주적 의지형성의 제도화된 절차라는 필터를 통과할 때 비로소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전환되고, 정당한 법제정에 동참하게 된다.
공중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둘러싼 경쟁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막강한 위치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규범적 반응은 좀더 분명하다. 즉 매스미디어는 자신을 계몽된 공중으로부터 위임받은 자로 이해해야 한다. 매스미디어는 이 공중의 학습태세와 비판능력을 전제하는 동시에 요구하고 강화시킨다.
공론장의 의사소통 구조는 사적 생활영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시민사회적 주변부가 정치의 중심부에 비해 새로운 문제상황을 지각하고 확인할 수 있는 감수성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 합리적인 생활세계가 강한 시민사회적 기초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로운 공론장의 형성을 지원하는 한, 입장을 표명하는 공중의 권위가 강화된다. 그러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비공식적 의사소통은 민중주의적 지도자에 의해 유혹된 세뇌된 대중의 축적을 막는다. 그리고 그것은 공적 미디어를 통해 추상적으로만 모이는 공중의 흩어진 비판적 잠재력을 하나로 모으고, 이 공중의 제도화된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준다.
9 법의 패러다임
1) 사법의 실질화
‘사회적 이념‘, ‘사회 모델‘, ‘사회적 비전‘ 그리고 더 단순하게 ‘이론‘이라는 표현이 한 시대의 법에 대한 패러다임적 이해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표현들은 법을 제정하고 적용하는 관행에 전망을 제공하는, 사회에 대한 암묵적 이미지를 가르킨다.
오늘날의 패러다임적 법이해는 자기비판적 정당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람직한 패러다임이란 복잡한 사회를 잘 기술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법적 공동체의 자기구성이라는 원초적 이념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은 사법분야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논의되었다. 국가와 사회의 분리라는 전제 위에서, 사법은 국가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탈정치화된 경제사회를 조직함으로써 법적 주체의 소극적 자유와 더불어 법적 자유라는 원칙을 보증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법 도그마틱적 체계를 정교화해 왔다.
법적 자유의 원칙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부정적 방식으로 구획된 행위공간을 직접 보증한다. 이와 동시에 이 원칙은 ‘독립‘, ‘자기책임성‘, 인성의 ‘자유로운 계발‘과 같은 덕목으로 특징지어지는 이성적인 삶의 계획을 나름대로 추구할 수 있다는 윤리적 의미에서 자율적인 삶의 영위를 가능하게 한다.
시장 메커니즘은 자유주의 모델이 가정하는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경제사회도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회복지 모델 속에 반영된 것과 같은 변화된 사회적 조건 속에서 법적 자유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권리를 ‘실질화‘하고 새로운 권리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적 자율성을 자유권을 통해 보장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사회복지국가의 개입에 의해 사적 자율성의 발생이 보장되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고착되어 있다.
권리체계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시민의 자율성의 법의 정당성이 서로를 참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탈형이상학적 조건에서는, 평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들의 담론적 의견형성 및 의지형성 과정에서 나온 법만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사적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을 때 비로소 시민들은 민주적 참정권에 의해 보증된 공적 자율성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개념이 도입되면서, 일반적으로 규범적 기대라는 짐은 행위자의 자질, 능력, 행위계획이라는 차원으로부터, 그 속에서 비공식적이고 제도화되지 않은 의견형성 및 의지형성과 공식적으로 제도화된 심의와 의사결정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형식들이라는 차원으로 넘어간다.
법질서는 시민들의 동근원적인 사적 자율성과 시민적 자율성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한에서 정당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법의 정당성은 오직 그 속에서만 이 자율성이 표현되고 입증될 수 있는 의사소통 형식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절차주의적 법이해의 핵심이다.
2) 법적 평등과 사실적 평등의 변증법 : 페미니즘적 평등정치
정당한 법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는 수신자들의 사적 자율성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 법질서의 저자로서 평등대우의 기준들을 결정해야만 하는 시민들의 공적 자율성 사이의 원환을 완결한다.
절차주의적 법 패러다임 바로 이러한 이중적 준거, 즉 법적 평등과 사실적 평등이 사적 자율성 및 공적 자율성에 대해 갖는 관계라는 이중적 준거를 규범적으로 강조한다.
사회복지국가적 법 패러다임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삶의 기회의 정의로운 배분문제에 전적으로 정향되어 있다. 평등한 법적 지위와 평등대우의 분배적 측면 -- 사회적 보상의 공평한 배분 -- 은 각 개인의 자유와 인격적 불가침성을 보장하려는 법의 보편주의적 특성으로부터 나온다.
사회복지국가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페미니스트 법이론의 맥락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대우라는 문제는 바람직한 해방을 단순히 공평한 사회적 몫이라는 의미의 복지혜택이라는 측면에서만 이해해선 안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입법은 ‘자연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불리함을 보상함으로써 여성의 법적 지위상의 평등을 고양시키는 사회복지적 프로그램에 입각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평등에 대한 자유주의적, 사회복지적 정책의 배후에 있는 전제, 즉 남녀간의 평등한 권리가 기존의 제도적 틀 안에서, 그리고 남성이 지배하는 그리고 남성에 의해 정의되는 문화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는 가정에 반대한다.
입법과 판결이 전통적인 해석패턴에 입각한 것인 한, 법적 규제는 성정체성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일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동등한 대우가 아니라 여성적인 방식을 평등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 직업이 생물학적 차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지, 젠더가 사회적 구성물이라면 이것을 재정의해서 그 차이들이 직업적으로는 의미없는 것이 되도록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권리의 상호주관적 개념에서 출발해보면, 먼저 공적토론을 통해 어떤 측면에서 여성(혹은 특수한 여성집단)과 남성의 경험과 생활환경 상의 차이가 개인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평등한 기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적 공론장에서 여성의 위치를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정치적 의사소통 형식에의 참여를 확대시키지 않는다면, 자율적인 사적 활동을 위한 평등한 권리는 적절히 구체화될 수 없다.
기본권의 실현은 평등하게 권리를 부여받은 시민들의 사적 자율성을 오직 그들의 정치적 자율성의 활성화와 병행하여 보장하는 과정이다.
3) 법치국가의 위기와 절차주의적 법이해
정치가 법적 형식이라는 외피만을 쓰고서 법의 민주적 발생의 조건을 더 이상 따르지 않는 순간, 그 정치를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역시 상실된다.
효율적인 정부활동의 조건이 (형식법에 의해 보장되는) 정당성의 필수조건과 일치될 수 있는 경우란 개입행정과 민주적 경제사회가 상호보완적일 때뿐이다.
법의 민주적 발생의 핵심은 ˝법적으로 제도화된 국민주권과 제도화되지 않은 국민주권의 전면적인 조합과 상호매개˝이다. 권리체계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토대는 시민사회외와 공론장으로부터 나와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전화되는 의사소통의흐름과 공적 영향력 속에 있다. (국민투표와 국민청원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헌법에 포함시키자는 널리 알려진 제안들, 그리고 풀뿌리 수준에서 (후보 결정과정이나 당내 의견형성 과정 등에서)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자는 제안들은 정치적 공론장이 권력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이해된 헌법은 시민사회의 이상과 그것의 능력, 즉 담론적 과정 속에서 그리고 현명한 제도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함축하고 있다. 한 사회가 규범의 인도를 받은 적응, 저항, 자기수정의 과정과 적절한 제도적 형식 속에서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 그 사회의 근간이 마련된다.
절차주의 법 패러다임은 특수한 사회적 이념이나 선한 삶에 대한 특수한 비전에 편향되지 않으며, 나아가 특수한 정치적 선택지에도 편향되지 않는다. 확실히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은 전문가 자격으로 법을 다루는 엘리트들의 자기이해뿐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의 자기이해의 모습까지 규정할 수 있으리라는 자기준거적 기대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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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1
필립 피셔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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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투자의 원칙에는 심리적인 원칙도 포함된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1.과거로부터의 단서들
성공적인 투자
*최고 경영진의 자기분석, 진보를 위한 부단한 탐색. 기술 개발및 연구 능력 향상. 성장하는 기업 발굴.
2. 사실 수집을 활용하라
*기업의 경쟁업체, 협회나 조합직원,전직 임직원에게 들은 정보를 비교 검증해보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3.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투자 대상을 기업을 찾는 15가지 포인트
포인트1. 적어도 향후 몇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 #매출액 성장률을 위해 기술 변화를 하고 있나?
포인트2. 최고 경영진은 현재의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 생산라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있는가? #최고 경영자의 인식여부
포인트3.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은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생산적인가? # 일정 기간 회사가 거둔 매출액이나 순이익 가운데 얼마나 그 회사의 연구개발 조직이 내놓은 성과에 기인하는 것인가를 조사한다.
포인트4. 평균 수준 이상의 영업 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포인트5. 영업이익률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몇 년에 걸친 추이#펀더멘털의 변화로 낮아진 이익률은 예외
포인트6. 영업이익률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포인트7. 돋보이는 노사 관계를 갖고 있는가? #이직률 비교, 갈등 해결 방식, 임금수준, 경영자의 마음자세
포인트8. 임원들간에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 #상호간 신뢰와 능력 중시
포인트9.두터운 기업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권한의 위임
포인트10. 원가 분석과 회계 관리 능력은 얼마나 우수한가? #중요성 인식
포인트11. 해당 업종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별도의 사업 부문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가? #보험료 절감, 특허권, 뛰어난 기술력
포인트12.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 #눈앞의 작은 손해를 감수
포인트13.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까운 장래에 증자를 할 계획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의 주주가 누리는이익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훌륭한 기업의 투자는 긍정적
포인트14. 경영진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입을 꾹 다물어버리지˝ 않는가? #개방적인 기업
포인트15.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최고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도덕적 책임과 의무
4.어떤 주식을 살것인가 : 나에게 맞는 투자 활용법
*어떤 경우든 보다 보수적인 성장주의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이 다소 위험한 벤처 기업에 투자했다가 투자 원금을 전부 잃을 수 있는 금액보다 더 커야 한다.
누구든 원칙에 맞춰 직접 주식 투자를 했다면 투자 성공 여부는 두가지에 달려있다. 하나는 얼마나 능숙하게 이 원칙들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나머지 하나는 운이 얼마나 따라주느냐 하는 점이다.
5년 내지 10년 이상의 기간을 비교 대상으로 했을 경우 배당률이 낮은 성장주가 주가 상승률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났다.
5. 언제 살 것인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단계에서 상업적인 대규모 생산이 처음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상업적인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뒤에도 난관 - 비용, 실망 매물,주가 최저치, 소문 -, 아마도 이런 시점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다.# 원칙에 따른 주식매수 기업인 경우
자신이 생각하기에 올바른 종목이 몇개가 됐든 일단 매수 지점에 접근했다고 느끼면 즉각 매수하기 시작해야한다고 확신한다. 이런 식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할 때는 반드시 추가 매수의 타이밍은 느긋하게 잡아야 한다.
주식 투자자라면 마음 속에 새겨야 하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사고.
경기 싸이클ㆍ 금리의 흐름ㆍ투자 및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ㆍ점증하는 인플레이션의 장기적인 추세ㆍ새로운 발명과 기술
자신이 알고 있는 특별한 회사의 문제가 자신의 투자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바로 투자의 적기다.
6.언제 팔 것인가, 그리고 언제 팔지 말 것인가
팔아야 할 이유.
1.매수할 때 실수했고, 투자한 회사가 가지고 있던 우수한 점이 덜 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질 때이다.
*주식 투자의 중요한 특징은 큰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과 이런 통제를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지식,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매수한 종목의 일정 비율은 실수하는 게 당연하다.
투자 실수에 재빠르게 대처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존심이다.
중요한 문제는 투자자 본인이나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 자본가가 결정적인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놓치는가 하는 것이다.
2. 15가지 포인트를 충족시킬 만큼 우수한 조건을 이제 더이상 갖추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했을 때 매도해야 한다.
*기업이 추락하는 이유는 경영진의 능력이 떨어졌거나 시장이 과거만큼 전망이 좋지 않은 경우다.
3.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
*투자자가 분명히 이렇게 느끼고,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명백하다면 종목 교체에 따른 수수료나 세금 부담이 있더라도 더 나은 전망을 갖고 있는 종목으로 바꾸는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주식시장 전체의 하락이 임박 : 인간의 현재 지식 수준으로는 투자자 자신은 물론 누구든 주시식시장의 방향에 대해 상당 부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식이 고평가 : 어떤 투자자도 특정 기업의 2년 후 주당 순이익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다. 확실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겨우 근사치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주식의 향후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7. 배당금을 둘러싼 소란
어떤 기업이 순이익을 배당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유보하기로 결정했을 경우 투자자는 주주의 입장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사업 활동에 필요해서 순이익을 유보했거나 감가상각충당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순이익을 쌓아 두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당금 증액을 너무 강조해서 기업의 진정한 성장 동력까지 훼손시키는 회사의 주식은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배당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장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8. 투자자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잘못
1) 선전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지 말라.
*신생 기업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 훌륭한 주식인데 단지 ˝장외시장˝에서 거래된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
3) 사업보고서의 ˝표현˝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주식을 매수하지 말라.
*사업보고서는 절대 그 기업의 진정한 문제점과 어려움을 균형된 시각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 대개는 너무나 낙관적이다.
4)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아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앞으로의 추가적인 순이익 성장이 이미 반영됐다고 속단하지 말라.
*해당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5) 너무 적은 호가 차이에 연연해 하지 말라.
*소액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은 매수하고자 하는 종목이 올바른 기업이고, 현재의 주가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매력적이라면 ˝시장 가격˝으로 사라는 것이다
9. 투자자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잘못 - 추가
1) 너무 과도하게 분산 투자하지 말라
* 과도한 분산 투자는 대부분의 경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투자자 자신이나 투자 자문가가 기업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매력적인 주식이라는 점이다.
* 분산 투자는 서로 다른 산업군에 있는 종목으로 선정한다. 경기 싸이클의 변화에 즉각적인 영향이 받는 기업은 분산 투자를 통해 균형을 잡는다.
* 중요한 것은 최고의 주식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2) 전쟁 우려로 인해 매수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 전쟁이 터지거나 전쟁 우려가 고조됐을 때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는 전쟁 그 자체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화폐 단위로 표시되는 주가는 당연히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3) 관련 없는 통계 수치들은 무시하라.
* 주가란 어떤 상황에 대한 현재의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이 결정한 주가 수준보다 주가를 결정적으로 더 높여줄 수 있는 충분한 개선이 일어나고 있으며, 혹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그 회사가 놓여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의 통계 수치는 주식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결정하는 데 주된 요인으로서가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위해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령 어떤 주식의 과거 주가수익 비율을 살펴보면 이 종목이 경기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아낼 수 있고, 이 기업의 순이익이 다양한 경기 변동 국면에서 어떻게 변화할지 윤곽을 잡을수 있다.
4) 진정한 성장주를 매수할 때는 주가 뿐만 아니라 시점도 정확해야 한다.
* 기업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주가가 이를 반영하기 시작한다.
5) 군중을 따라가지 말라.
*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때 펀더멘털에 기초한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혹은 한순간의 유행은 아닌지 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
10. 나의 성장주 발굴법
처음에 조사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이 투자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조사를 시작하는 기업 가운데 5분의 1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들로부터, 나머지 5분의 4는 투자 전문가ㆍ증권회사 리포트ㆍ컨설팅 연구소들이다.
이제 첫 번째 단계가 거의 끝났다. 이 단계에서 다음 세가지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지 않는다. 오래 전의 사업보고서를 읽으며 대차대조표 상의 작은 변동을 일일이 연구하지 않는다. 주주들에게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는다.
이제 나는 조사 대상 기업의 핵심적인 고객과 납품업체, 경재업체, 전직 임직원,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통화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그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볼 차례가 됐다. 왜 이런 순서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투자자가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주는 부단한 노력 없이는 발굴할 수 없고, 또 매일같이 찾아낼 수도 없다.
11. 요약과 결론
˝인간사에는 조류라는 게 있어서 시류를 잘 붙잡으면 큰 행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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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22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것들을 배워갑니다.

우유적 2023-12-22 15: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호시우행 2023-12-2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우유적 2023-12-22 15:16   좋아요 0 | URL
엄동설한에 감기 조심하시길~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비판을 위하여 / 초현실주의 외 발터 벤야민 선집 5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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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비판을 위하여 / 초현실주의 외


철학책을 가까이 뒀는데 체계적인 학습이 부족하면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적다고 할 수 있다. 때론 그런 철학적 해석이 살면서 확고해지는 관념과의 차이를 더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철학적 사고는 난해한 철학의 논리도 어렴풋이 그럴듯하게 들려 온다. 슬쩍, 눈으로만 이해되는 수긍하지 못하는 바닥이라고나 할까.
역사적 유물론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그의 역사철학은 역사의 서사적 연속성을 중단시켰고, 과거의 이미지로 현재성을 강조했으며, 억압받는 자의 전통을 읽어야 했다.

해제
철학적 비평의 대상이 입증해야 하는 것은 예술형식의 기능이 모든 중요한 작품의 근저에 놓인 역사적 사실내용을 철학적 진리내용으로 만드는데 있다는 점이다.

중기에 이르기까지 주로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형성해가려고 했던 벤야민은 정신사적 문예학과 예술학에서 숭상하던 정신 개념의 추상성과 신화적 성격을 비판한다. 사회는 이제 지식인들에게 관조적 사유의 여지를 더는 남겨두지 않는 상황으로 변해가는데도 여전히 또는 그만큼 더 악착같이 ‘정신 지배주의‘ 적 태도에 매몰된 지식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문학작품들을 그것들의 시대의 연관 속에서 서술하는 일이 아니라, 그것들이 탄생한 시대 속에서 그것들을 인식한 시대, 즉 우리 자신의 시대를 기술하는 일이다. 이로써 문학은 역사의 기관이 되며, 문학을 바로 그렇게 만드는 일이야 말로 바로 문학사의 과제이다.

벤야민의 ˝사유이미지˝들은 많은 부분 그 자신의 경험, 특히 어린시절의 경험에 원천을 두고 있다. 그의 인식론 내지 인식 비판, 모더니즘, 서사이론 역시 그의 경험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벤야민은 경험을 ˝살았던 유사성˝이라고 정의한다.
견고한 자기동일성을 해체하고 현실의 물리적 시간을 지양하는 것은 ‘무의지적 기억‘을 통해 (비감각적) 유사성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미메시스 능력‘ 또는 상상력이 바로 이러한 미적 경험의 기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프루스트적 ‘무의지적 기억‘이나 초현실적 현실에 미메시스적으로 침잠하여 유사성의 세계를 발견하는 것은 벤야민에게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 초현실주의적 꿈의 세계는 벤야인에 와서 ‘각성‘된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꿈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재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벤야민의 역사철학은 진보의 신화에 대한 과격한 비판이면서 동시에 이 진보의 신화에 의해 억압되어온 역사 전체를 구제하는 구제비평적 시각으로 특징지어진다.

주지하다시피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인간의 역사를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신화의 질곡에서 해방되어온 계몽의 역사이자 동시에 이성이 ‘도구적 이성‘으로 발전해오면서 계몽이 다시 신화로 퇴행하는 부정적 변증법으로 점철된 역사로 보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이러한 이성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찾으려 한다.
역사 속에서 부정적 형태로 지속되는 신화적 폭력에 대한 비판은 벤야민의 문학학적 연구와 비평의 중심 주제였다.
상징적 예술 개념에 의해 억압되어온 알레고리의 구제, 영원한 동질적 시간의 연속체를 폭파할 필요성에 대한 통찰, 앞서 지적한 물화된 문화사 개념, 나아가 ‘원래 어떠했는가‘를 역사적 인식의 목표로 삼는 역사주의 방법 및 영원회귀의 사상에 대한 비판 등도 같은 신화의 비판의 맥락에 속한다. 신화의 극복은 역사를 그 신화에 추상적으로 대결시킴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역사 속에 작용하는 신화적 이의성을 변증법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이루어지며, 이 사유를 통해 현상이 구제된다.
벤야민에서 역사는 무엇보다 이미지로서, 그것도 위기의 순간에 읽히는데, 그것은 지나간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모습이다. 또한 벤야민의 미메시스적ㆍ마법적 읽기는 대상을 탈신비화하는 자기변증법적 구조를 지닌다. 그가 해체하고자 한 부정적 의미의 마법에는 역사시대에 개인과 집단에게 운명적 힘으로 작용하는 각종 법적 폭력, 휴머니즘의 전통, 미적 가상, 자율적 인간과 예술 개념, 관조적 감상에 집착하는 태도와 이를 파시즘적으로 이용하는 이데올로기들이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예술과 미학을 역사철학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사유의 매개체로서 변증법적으로 고찰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운명과 성격
운명과 성격의 언어적 의미를 성찰하며, 더불어 표현되는 법, 종교, 도덕, 희극,비극 등의 개념도 파악한다.
한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궁극적으로 성격의 기능으로 통용되고, 무엇이 운명의 기능으로 통용되어야 하는지 어느 경우에도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인간이 대면하는 외부는 얼마든지 그의 내부로, 또 그의 내부는 얼마든지 그의 외부로 원칙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원칙적으로 그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p68

폭력비판을 위하여
폭력에 대한 비판은 폭력의 역사에 대한 철학이다. 역사의 ‘철학‘인 이유는 그 역사의 결말이라는 이념만이 그 역사의 시대적 자료들에 대해 비판하고 구분하며 결정하는 입장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것에만 정향할 뿐인 시선은 기껏해야 법정립적인 것과 법보존적인 것으로서의 폭력의 형상들에서 변증법적 부침정도를 감지해낼 수 있을 뿐이다. 그 변증법적 부침의 변동법칙은 모든 법보존적 폭력은 그것이 지속되면서 그것 속에 대표되는 법정립적 폭력을 적대적 대항세력들을 억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약화시킨다. p115
종국에는 국가권력[국가폭력]을 탈정립하는 데서, 새로운 역사 시대의 토대가 마련된다. p116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자본주의에서 일종의 종교를 볼 수 있다.
#종교가 존재의 개혁이 아니라 존재의 붕괴인 점. #기독교의 역사가 그것의 기생충인 자본주의 역사가 되는 형태.#절망이 종교적 보편 상태로까지 확대.

신학적ㆍ정치적 단편 (1921)
메시아 자신이 비로소 모든 역사적 사건을 완성시킨다. 세속적인 것의 질서는 행복의 이념에 정향해야 한다. #자신의 길을 가는 어떤 힘이 반대로 향한 길에 있는 다른 힘을 촉진할 수 있는 것처럼 세속적인 것의 세속적 질서 역시 메시아적 왕국의 도래를 촉진할 수 있다.

꿈 키치
사물이 꿈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면은 키치이다. 한 사람이 현실적으로 말할 줄 알면 알수록, 그만큼 사람들은 그를 더 완벽하게 오해하게 된다. 키치는 우리를 꿈속에서나 대화에서 사멸한 사물세계의 힘을 빨아들이기 위해 두르는 평범한 것의 마지막 마스크이다.

초현실주의 - 유럽 지식인들의 최근 스냅 사진 (1929)
파리의 낡은 공간에서 부르조아의 반감에 따른 이미지가 생성된다. 그 이미지 공간은 보편적이고 완전한 현재성의 세계이다. 범속한 각성은 우리를 친숙하게 하는 그 이미지 공간에서만 생성될 수 있다. 초현실주의의 핵심은 그 이미지를 실천적 행위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과 빈곤
누가 자기 경험을 얘기하면서 젊은이와 대적할 엄두를 내기라도 하는가?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사람들 위에 전혀 새로운 빈곤이 닥쳤다. 경험의 빈곤은 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데로 이끈다. 새롭게 시작하기, 적은 것으로 견디어내기, 적은 것으로부터 구성하고 이때 좌도 우도 보지 않기이다.

19세기 수도 파리 <파사주>독일어판 개요(1935)
1.푸리에 혹은 파사주들
파리의 파사주들은 1822년부터 생겨난다.파사주들이 등장하게 된 조건은 섬유산업의 호황과 철조 건축의 시작이다. 새로운 생산수단의 형식은 집단의식 속에 이미지들을 산출하는데, 이 이미지들 속에서 새것은 옛것과 상호 침투한다. 다음 이미지들이 꿈 속에 등장하는데, 이 꿈 속에서 다가올 시대는 원사의 요소들, 계급없는 사회의 요소들과 혼용되어 나타난다. 이 계급 없는 사회에 대한 경험들은 집단적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고, 이 경험들은 새로운 것과 상호 침투하여 유토피아를 빚어낸다. 이 유토피아는 오랫동안 남는 건축물에서 시작하여 신속하게 지나가버리는 유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삶의 형상들 속에 그 흔적을 남겼다.
2. 다게르 혹은 파노라마
건축이 철을 사용하면서 예술을 넘어 성장하기 시작하듯이 회화 역시 파노라마를 통해 예술을 벗어나게 된다. 예술과 기술의 관계가 전도될 것을 예고하는 이 파노라마들은 동시에 새로운 생활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라고는 한 의회 연설에서 사진을 선보인다. 사진기의 렌즈가 갖는 의미는 새롭게 열리는 기술과 사회의 현실에 직면하여 회화와 그래픽의 정보에서 주관적 요소가 애매하게 느껴지는 그만큼 더욱더 커지게 된다.
3. 그랑빌 혹은 만국박람회
만국박람회는 상품이라는 물신을 찾아가는 순례지이다. 만국박람회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미화한다. 박람회는 상품의 사용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하나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판타스마고리아를 열어 보여주는데, 사람들은 정신을 분산시키며 즐기기 위해 판타스고리아 속으로 들어간다. 만국박람회는 상품들의 우주를 구축한다. 상품적 성격을 우주로 확산시킨다. 유행은 상품이라는 물신이 경배받고자하는 의식을 규정해준다.
4. 루이 필리프 혹은 실내장식
실내장식은 사적 개인의 우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을 담아두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5. 브틀레르 혹은 파리의 거리들
도시를 바라보는 알레고리 작가의 시선은 소외된 자의 시선이고 거리 산보자의 시선이다. 그는 군중 속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현대는 보들레르 시의 중심을 이룬다. 그 현대가 언제나 원사를 인용한다. 여기서 인용은 이의성을 통해 일어나는데, 이의성은 이 시대의 사회적 상황과 산물들에 고유한 법칙이다.
거리 산보자의 마지막 여행은 죽음이다. 이 여행의 목적지는 새로움이다. 새로움은 상품의 사용가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속성이다. 새로움은 허위의식의 정수이고, 유행은 그 허위의식의 지칠 줄 모르는 매개자가 된다. 예술은 이제 새로움을 자신의 최고의 가치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속물이 예술에서 새로운 것을 판단하는 자가 된다.
5. 오스망 혹은 바리케이드
파리 코뮌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초창기를 지배했던 판타스마고리아를 종식시키게 된다. 부르조아 계급과 손에 손을 잡고 1789년 혁명의 과업을 완수하는 것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과제라는 허상은 파리 코뮌을 통해 사라지게 된다. 19세기 생산력의 발달은 형상화의 형식들을 예술로부터 해방했다. 이러한 해방 과정의 시초를 연 것은 엔지니어 구조물로서의 건축이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사진에 의한 자연의 재현이다. 판타지의 창조력은 광고 그래픽으로 실용화된 태세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문학은 신문 문예란에서 몽타주에 예속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나온 것이 파사주, 실내장식, 박람회장, 그리고 파노라마이다. 이것들은 꿈의 세계의 잔재들이다. 깨어날 때 꿈의 요소들을 활용하는 일은 변증법적 사유의 본보기이다. 그래서 변증법적 사유는 역사적 깨어남의 기관이다. 모든 시대는 다가올 시대를 꿈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면서 깨어나기를 조급하게 기다린다.

19세기의 수도 <파사주>프랑스어판 개요(1939)
서문
우리가 지난 세기에 얻어낸 새로운 삶의 형식들, 그리고 경제적ㆍ기술적 토대 위에서 구축한 창조물들이, 이처럼 문화가 물화된 형태로 재현된 결과, 판타스마고리아의 우주로 진입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 창조물들은 감각적 현전의 직접성 속에서 겪는다. 그것들은 판다스마고리아들로 나타난다. 파사주, 만국박람회, 거리산보자의 경험이 그러하다.
인류가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새로운 것이 예전부터 늘 있어왔던 현실임이 드러난다.
결론
모든 인간 존재는 자신의 존재의 매 순간 영원하다. 그들은 영속화된 현실이다. 여기에 심각한 결점은 진보가 없다는 것이다. 영원성은 무한 속에서 똑같은 표상들을 태연하게 연출하고 있다. 19세기는 새로운 기술적 잠재성들에 상응하는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판타스마고리아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가 모더니티이다. 블랑키의 비전은 모더니티 안으로 우주 전체를 집어넣었다.

수집가이자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
1. 에두아르트푹스의 시대는 최근의 과거에 속하며 동시에 마르크스주의적 예술이론의 최근사이기도 하다. 푹스는 유물론적 예술 관찰의 개척자로서 수집가였다. 그의 시대의 역사적 유물론은 이렇게 표현한다. 역사는 그에게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되는데, 그 구성의 장소를 이루는 것은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삶 그리고 특정한 작품이다. 역사주의가 과거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제시한다면, 역사적 유물론자는 그때그때 과거와의 유일무이한 경험을 제시한다. 사적 유물론은 역사의 연속성을 폭파하는 현재의 의식을 향하고 있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1940)
경과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시간이 멈춰서 정지해버린 현재라는 개념을 역사적 유물론자는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현재 개념이야말로 그가 자기의 인격을 걸고 역사를 기술하는 현재를 정의하기 때문이다. 역사주의가 과거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제시한다면, 역사적 유물론자는 과거와의 유일한 경험을 제시한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관련 노트들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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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 베를린 연대기 발터 벤야민 선집 3
발터 벤야민 지음, 윤미애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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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 베를린 연대기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을 읽는다. 단편중에는 유독 짧은 글도 있다. 읽는다. 다시 읽는다. 저자는 여기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생각해본다. 인터넷을 통해 이곳 저곳 찾아본다. 저자의 철학을 놓칠까 조바심이 난 것일까? 알듯 말듯 의미가 조금씩 다가온다. 참 조심스럽기도, 부담스럽기도 한 책이다.
이어서 <베를린 연대기>를 읽는다. 앞의 단편적 이미지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니 읽기가 편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속에 스며드니 유년의 경험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요약>

역사적 경험과 인식의 계기를 얻기 위해 유년시절에 대한 이미지를 포착한다. p9

지나간 과거를 개인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우연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필연적인 것으로 통찰함으로써 감정을 다스리려 애썼다. p33
나의 대도시 유년시절의 이미지들은 아마 미래의 역사적 경험을 미리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p34

티어가르텐
어떤 도시에서 길을 잘 모른다는 것은 별일 아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마치 숲에서 길을 읺듯이 헤매는 것은 훈련을 필요로 한다. 헤매는 사람에게 거리의 이름들이 마치 마른 잔가지들이 뚝 부러지는 소리처럼들려오고, 움푹 패인 산의 분지 처럼 시내의 골목들이 그에게 하루의 시간 변화를 분명히 알려줄 정도가 되어야 도시를 헤맨다고 말할 수 있다.

카이저 파노라마
내 삶의 어느 때에도 속하지 않은 시간에 플라타너스 잎사귀 사이로 올리브색 햇빛이 쏟아지는 그곳 미라보 광장에서 놀았던 적이 있다고

전승기념탑
즉 그들은 회오리바람에 채찍질당하고, 수액을 흘리는 나무 그루터기에 베이고, 빙하 덩어리에 갇혀 꽁꽁 언 채 어두컴컴한 깔때기 같은 지옥에서 허덕이는 무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전화기
그것은 밤의 소음들이었다. 그소음이 들려오던 밤은 모든 진정한 탄생에 앞서 오는 밤과 같았다. 그리고 여기서 새로 태어나는 것은 전화기 안에 잠들어 있었던 목소리였다.

나비채집
나는 눈치 채이지 않게 사냥감에 다가가 낚아채기 위해 내 자신이 아예 빛이나 공기 속으로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게 되기를 얼마나 바라마지 않겠는가.

여행과 귀환
식구들이 아직 자고 있지 않은 여행 전날, 침실의 문틈 사이로 비쳐든 불빛 띠는 여행의 첫 신호가 아니었던가?

슈테글리츠에서 겐티너로 가는 길모퉁이
내가 들어서면 언제나 그곳은 이 작고 까만 새의 지저귐으로 가득차 있었다.

찬장
나이 어린 돈 후안이 된 내 손은 이윽고 찬장의 칸을 구석구석 더듬어 나갔다. 내 손길 뒤에는 무언가 층층이 새어나오고 다량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손은 아무런 탄식도 하지 않고 늘 새로워지는 처녀성이라고나 할까.

부고
흘러간 삶의 어둠 속에서 어느 땐가 울렸던 메아리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건들은 하나의 소리 형태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그러한 소리(단어)들을 놓고간 미래이다.

숨을 곳들
무거운 가면을 쓴 마법의 사제가 되어 아무 생각도 없이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마법을 거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들켰을 때 나는 큰 소리를 질러 나를 변모시킨 악령이 빠져나가게끔 했던 것이다.

두개의 수수께끼 이미지들
텅빈 무덤과 충천한 용기. 란다우의 죽음과 기사의 노래.

블루메스호프 12번지
현관이 그들의 여주인과 함께 보스포루스 해협의 파도 위에서 춤추기라도 하듯, 집안의 페르시아 양탄자에 여전히 사마르칸트의 먼지가 끼어 있기라도 한 듯.

무메레렌
오해는 내게 세상을 오해시켰다. 즉 오해는 세상의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사교모임
그 장신구는 사실상 어머니에 장식띠에 자리 잡고 있는 사교모임이었다. 또한 내게 바깥세상의 위험한 모든 것으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해주는 부적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그날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하실지를 이야기해주시면 나는 인형을 가지고 가듯이 그 이야기 선물을 곤한 잠 속으로 가지고 가면서 위로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천사
부유한 사람들은 그들의 아이들을 장에 보내 가난한 집 아이들로부터 모직으로 된 양을 사게 하거나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하기에 쑥스러운 적선을 아이들에게 시켰다.

로지아
골목마당으로 통하던 그늘진 로지아에서 시간은 낡아갔다.
도시의 신이 현존해 있는 그곳에서는 덧없이 흘러가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 못한다.

크루메 가
붉은색 니스가 칠해진 수영장, 맞은편에는 전당포, 서쪽 편에는 문방구, 멀지 않은 곳에 열람실.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난 것을 조심스럽게 집으로, 나의 불빛 아래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 방은 달 이외에는 아무도 거기에 들여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달은 이 세상의 존재와 가벼운 유희를 벌이고 있었다.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달의 지배는 돌아오는 다음 시대에도 실패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꼽추 난쟁이
모든 사물은 오그라들었다. 마치 그들에게 혹이 생겨 아주 오랫동안 난쟁이의 세계에 동화라도 된 것처럼.
내가 사물에 다가갈 때마다 망각의 창고에 저장하기 위해 거기서 절반을 회수해가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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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기술 - 미래 시장을 잡는
밀랜드 M. 레레 지음, 권성희 옮김, 이상건 감수 / 흐름출판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 독점의 기술


시장경제에서 가장 매력적인 단어 ‘독점‘ 을 이끌어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요약)
독점이란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소유할 만한 사업 영역이나 공간을 지배하는 것‘ 이다. #혼다의 접혀져 평평해지는 뒷좌석.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차별화된 독특한 상품, 강력한 브랜드, 규모의 경제, 낮은 원가 등은 단지 유용한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독점적 지대가 있어야 한다.
스타벅스의 품질,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저렴한 항공료 구입 대상층 독점.

독점을 구분하는 방법.
*지배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간과 독점기간이 얼마나 큰가 혹은 얼마나 긴가?
*독점공간과 독점기간이 얼마나 확실한가?
*독점이 어디에서 발생했는가?

자산독점
*생산ㆍ유통 독점: 생산과 유통을 완전히 장악했는가? #드비어스의 다아아몬드 원석매입.
*상품 독점 : 기술력, 저작권, 독특한 상품을 보유했는가?#해리 포터 시리즈.
*브랜드 독점 :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앱솔루트 보드카
상황적 독점
*특별한 시장,특별한 수요, 특별한 시기, 특별한 입지의 유일한 기업.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독점이 지배하는 공간
*특정지역에서 배타적 권리 #코카콜라 보터링회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독특함 #폭스바겐의 비틀, 시트로엥의 두셰보
*모호한 독점공간 <관행과 전통 소비자의 감정개입> #애플 컴퓨터, 할리 데이비슨, 포르셰 등.
잠재적인 독점공간 #제트블루.

독점이 지배하는 시간
모방이 어려울수록 독점이 길어진다.

독점을 보호해주는 방어벽
*규제 방어벽을 만들어주는 각종 법률이나 규정
*기술 방어벽을 만들어주는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
*고객 섬을 만들어주는 고객의 필요와 요구 또는 시장의 조건 <고객섬: 훈련이나 습관, 소비 행태, 지리적 요건, 브랜드 충성 등을 ㅣ유로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에 매우 높은 지지도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시장에서 고립된 고객 집단>

앞으로는 독점이 될 만한 ‘상황‘ 을 발견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과 최소한 똑같이 중요해질 것이다.
남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개방된 미개척 공간을 발견해 선점하는 기업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독점이 주가를 끌어오린다.

*주당 매출액 : 연간 매출액 ÷ 총 발행주식 수
*P/S비율 PSR :<기업의 주가와 주당 매출액 사이의 비율> 주가 매출액 비율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본적인 기준
*독점지수 = 독점기간(M) × 연간 매출액 성장률(R)

애플의 독점지수 가정 : 독점기간 3년,성장률 50% 독점지수 = 3 × 0.5 = 1.5
애플의 독점이익이 현재수준의 1.5배까지 성장한다 는 뜻이다.
단, 독점지수와 시장가치 사이에 적절하다고 인정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독점지수에 비해 그 기업의 현재가치가 비싼지, 싼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시장 가치는 주가매출비율을 사용한다.

기업의 독점력
*이 기업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독점은 무엇인가?
*이 독점은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방식으로 유지될 것인가?
*이 독점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어떤가? 이 기업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적정한 것인가?

끊임없이 변하는 독점
*낡은 독점이 몰락하고 새로운 독점의 기회가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산업과 경쟁자, 고객 이 3가지 역학구도의 변화를 주시하라. 3가지가 함께 변화할 때 기회는 나타난다.
*교훈
#끊임없이 변화하고 바뀌는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세가지 역학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속적으로 할펴보고 조사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나 법이나 규제상의 변화, 다른 구조적인 변화로 산업 역학이 바뀌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라.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나 기존 경쟁자의 몰락, 경쟁자의 급격한 전략 변화 등 경쟁자의 행동이나 태도가 변하고 있는지 관찰하라.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적 변동, 사회운동이나 문화운동으로 고객의 요구와 필요와 취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목하라.

<CNN이 차지한 독점의 과정>

방송환경 변화
*위성TV의 발전 : 정보를 받아들이 비용이 저렴, 시스템 크기가 작다,
*TV가격이 싸졌다.
*다양한 방송채널의 무제한 사용으로 뉴스도 시선을 끄는 콘텐츠로 발전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필요와 태도 변화
*가족 환경이 자유롭게 바뀌면서 TV시청도 24시간 시청이 가능한 케이블 방송 뉴스로 바뀌었다

경쟁자의 타성
*고객의 변화에 무대응
*방송영역에 전문성이나 집중도 부족으로 무관심

우리 기업이 가진 독점을 찾는 5가지 질문
*우리 기업의 고객들은 우리 기업만 찾는가? #선택할 수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우리 기업은 경쟁업체의 눈에 잘 띄지 않는가? #당신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면 독점 기회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의 시장 바깥에 진정한 경쟁자가 있는가? #당신의 진정한 경쟁자는 당신이 고객에게 선사하고 있는 혜택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전달 방식, 사업모델 등으로 제공하면서 당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다. (예) 스타벅스는 허브차를 포함한 커피 이외의 음료를 다양하게 판매한다.
*우리 기업은 독점 기업처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가?
*우리 기업은 높은 이익, 즉 독점적 지대를 누리고 있는가? #우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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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을 관리하려면 당신이 가진 독점의 원천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독점을 빼앗기는 이유
*제품의 독특함에 기반한 독점은 경쟁업체가 모방하기 쉽다.#벤츠의 독점은 렉서스가 복제했다.
*경영진이 성공의 비결을 잘못된 요인에서 찾는다.#아멕스의 독점은 브랜드가 아닌 이자제한법였다.
*다른 매력적인 기회에 한눈을 판다.#캐딜락의 판매량 욕심에 고급이미지를 버렸다.
*경영진이 오만하게 시장의 변화를 외면해버린다. #라이카는 기술변화를 외면했다.

미래의 독점을 발견하라

독점을 만드는 조건
*고객의 새로운 요구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존 기업
*이 요구를 이익을 남기면서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지금의 독점을 분석한다.
*현재의 독점이 가지는 핵심적인 믿음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 허츠가 독점했던 렌터카산업은 ˝사람들은 여행할 때 차를 빌린다˝ 는 핵심적인 믿음을 토대로 형성됐다. 공항주변의 거점형성 및 특별 서비스 제공

*핵심적인 믿음 역시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밖에 없다.#핵심적인 믿음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산업의 약점, 즉 기존 기업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약한 고리를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산업, 고객, 경쟁자의 역학구도에서 새로 나타나는 변화를 찾아낸다.

*신규 진입자처럼 생각하라.(핵심적인 믿음을 뒤집었다)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 ˝사람들은 여행할 때(만) 차를 빌린다. -> ˝사람들은 차를 정비소에 맡기거나 일시적으로 차가 더 필요할 때(도) 차를 빌린다˝ 로 믿음을 바꿨다.
#프로비디언 파이낸셜 : 선불카드를 만들어 신용카드를 못(안)만드는 계층을 공략했다.

*진짜 가치가 있는 독점공간인지 확인하는 질문
#당신이 찾아낸 독점의 잠재력을 가진 공간은 얼마나 큰가? (고객, 이익, 기간)
#다른 기업들이 이 독점공간을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용, 설비, 가치, 브랜드이미지)
#당신의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점과 장애물을 극복하고 그 독점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가? (어떻게, 사업모델)

독점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5가지 방법
*질문하면 지혜를 얻게 마련이다. 질문하라.(왜?)
*자기만족에 빠지지 말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장 주변을 연구하라.
*성공 공식을 다시 써보라.
*타성에 젖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

독점이 목표다. 전략은 단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자, 기업을 그 목표로 이끌어주는 길일 뿐이다.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과연 그 전략이 독점을 창출할 수 있을까? 어디에 나는 소유할 만한 독점공간이 있는가?

진정한 독점의 기회를 찾았다면 재빨리 달려가 완전히 차지하라.

지금 가진 독점을 빼앗기거나 독점이 저절로 사라지기 전에 다른 독점으로 건너 뛰어라!
우리의 독점에 어떤 위험이 닥칠 것인지 예측하는 2가지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 : 미래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무엇이 일어나야만 하는가?
*미래 역설계 :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것인데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만 하는가?

독점이 끝났을 때 대처하는 2가지 방법
*경쟁기업과 시장을 나눠 가지는 동아리 만들기.
*먼저 나서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회전식 대응법. #˝만약 누군가가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월마트 가격으로 팔기 시작한다면, 그 일을 할 장본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맺음말
안타깝게도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내일의 독점이 어디서 나타날지 알아맞히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새롭게 창출하는 독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내일의 승자는 현재의 시장, 현재의 사업모델, 현재의 전략에서 다음 시장, 다음 사업모델, 다음 전략으로 재빨리 이동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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