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철학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27
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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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철학



짐멜을 인물편람으로 찾아 보면,
그는 사회를 개인을 초월하여 실재하는 실체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에 반대하고, 사회를 각각 분야의 상호작용으로 파악하였다. 그에게 있어 실재하는 것은 통일체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개개 인간의 상호작용일 뿐이며 따라서 사회학의 대상도 개인간의 ‘심적인 상호작용‘에 두었고, 심리적인 측면도 중시하였다.
이 책 역시 돈의 문화적 측면과 상호 작용의 개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철학적 연구의 대상이 아닌 ‘돈‘을 주제로 삼고 그 성격을 물질 문화와 정신 문화로 논의의 촛점을 맞추어서 사회학 주저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짐멜은 돈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전개하면서 추구하는 의미와 목표는 경제적 현상의 외면적인 차원으로부터 심층적 차원으로 뚫고 들어가 모든 인간적인 것의 궁극적 가치와 의미에 도달하는 것이다. 단지 돈은 가장 외면적이고 현실적이며 우연적인 현상들과 현존재의 가장 이념적인 힘들, 즉 개인적 삶과 역사의 심층적인 흐름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기술하기 위한 수단,재료 또는 실례에 불과하다.
돈의 철학적 의미는, 그것이 실천적 세계에서 모든 존재 형식의 가장 결정적인 가시화이고 가장 명백한 현실화라는 점에 그리고 이에 따라 사물들이 공통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사물들 서로 간의 관계가 그것들의 존재와 상존재를 결정한다는 점에 있다. (p164)
이 돈에 대한 연구에서 비킬 수 없는 것은, ‘돈의 양이 곧 그 질이다‘ 즉 현대인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접하는 양적인 가치가 질적인 가치로의 변화는 학문적 논의이고 현실이다. 그리고 돈은 교환의 수단이고 목적이며 절대적인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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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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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내용인데 리뷰쓰기도 버거우니 내가 참 못났다.
좋아하는 사람이고 말하는 것에 많이 공감하지만 책으론 처음이다.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볼펜을 잡으면 움츠려든다. 글쓰기는 자랑이 아니라고 하니 편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글쓰기 요령은, 주제를 확실히 전달하라고 한다. 단문으로 문장을 짧게 하며 이해하기 좋은 쉬운 어휘를 사용하라고 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썼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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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권리 한길그레이트북스 108
로널드 드워킨 지음, 염수균 옮김 / 한길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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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과 권리

드워킨에게 법이 무엇인가를 정하는 과정은 구성적 해석과정이다. 법적 권리의 의무의 원천은 과거의 결정들이기 때문에 각각의 사안에서 법에 따른 결정은 과거의 결정들과 일치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명시적인 결정들과의 일관성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들을 전제하거나 그것들을 정당화해주는 도덕원칙들과의 일관성도 포함한다. 드워킨은 그러한 일관성을 통합성이라고 부른다. 그는 통합성을 법의 생명이라 말하고 자신의 법이론을 ˝통합성으로서의 법˝이라고 부른다. (p21)

‘통합성‘의 원칙으로 그는 연합된 법적 인격체들이 서로를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공동체의 정치적 이상을 특징짓는다. 그것은 입법기구나 판결기관 만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모든 사람에 대한 평등한 배려와 평등한 존중이라는 기본규범을 사회의 관행과 제도 속에서 실현할 것을 의무로서 부과하는 원리이다.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

드워킨은 이 책에서 평등한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이론과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많은 사례들을 언급하며 펼지는 논변과정은 실제 재판에 적용될 수 있는 이론으로 간주된다.
더불어 독자에게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판단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박약 항변
제한 : 실수로 또는 정신이상인 상태로 행위한 어떤 사람에게 보복함으로써 얻어지는 만족은 없기 때문이다.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실제 범죄를 줄일 수 있다 하더라도 잘못일 것이다. 오직 그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위험이 명백할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
포기 : 항변이 소송과 법교육의 비용을 늘리고, 남용의 소지가 있으며, 계몽된 형법체계에서는 그 변호의 목적이 모호해 보인다. 법이 오직 비난받을 만한 행위만을 유죄로 간주하는 일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그것이 정신박약 성립근거가 될 수 없다. 형법의 목적은 선도하고 막는 것이지 처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관례적 태도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항변은 포기되어야 한다.
*항변의 일반적인 정당화 : ˝인간사회는 인격체들의 사회이다. 그리고 인격체들은 그들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때때로 해가 되고 막아야 되거나 변경되어야 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신체로 보지 않는다. 그와는 달리 인격체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의도의 표시로 해석한다.˝ 그것과 다른 곳에서 동일한 취지로 그는 법은 만일 그것이 이런 변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집단에 대한 판단이 아무리 정확하다 하더라도 그 판단에 기초해 어떤 사람을 구속한다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개인으로서 평등한 존중을 받아야 할 권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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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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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저자는 어떤 주제에도 뚜렸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얘기하는 것 외에도 ˝왜?˝하고 궁금해야 되지 않겠어!
생각해 봐.
를 기다리는 것 같다.

1.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1) 인간의 인식은 어떻게 동물과 다른가?
찰스 다윈이 발표한 <종의 기원>으로 인간은 신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피조물이라는 숭고한 진리는 두가지 생각으ㅣ리로 나뉘었다. 하나는 인간이 숭고한 존재라는 믿음이 흔들린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라는 단순한 진리가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관에서 인간의 인식 능력은 진화론적 적응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되었다. 그래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진화의 경쟁에서 생겨난 인식이라는 도구가 인간의 인식 능력에 허용하는 것뿐이다.
4)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내가 아는가
내 생각이 내 존재에 대해 유일하게 어떤 관념이나 상상을 부여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 생각의 현존재 ‘나‘란 대체 누구인가?
5) ‘나는‘ 누구인가?
에른스트 마흐는 ˝자아란 명확하게 한계가 있는, 불변의 특정한 단위가 아니다˝고 생각했다.
데이비드 흄은 자아란 ‘모든 지각의 합성물‘이라는 생각이었다.
뇌 연구에서 입증도고 있는 것은, ‘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있는 ‘나‘는 뇌 속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6)감정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사고는 언제나 감정에 의해 채색된다.
의식이 결합하는 접착물질이 감정으로 구성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감정이 모든 본질적인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7)무의식이란 무엇인가?
우리 뇌 속에서 진행하는 것들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연상 기능을 지닌 피질이 관여하고 있을 때만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기능은 철저하게 무의식의 도움에 의지하고 있다. 인격 발달에서도 무의식이
의식에 앞서서 형성되고, 무의식은 의식이 점차 깨서나기 훨씬 전에 특질을 결정한다.
8)기억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인가를 회상한다고 하면, 우리 뇌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어떤 것, 즉 이미 생각해 보았던 것과 이미 느껴 보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캔들의 결정적인 업적은 학습체험이 뇌에 흔적을 남기는 것, 즉 변화한 시냅스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 있다. 시냅스의 입체적인 가변성(시냅스가 효율적)은 체험을 단기적으로 저장하게 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에 반해 장기 기억은 시냅스 연결 숫자가 증가하면서 형성되었다.
어떻게 기억하는가? 는 생리의학적 연구에 즈음한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처럼 보이는 점은, 내가 무엇인가를 완전히 의식적으로 회상해 내고 그것을 혼자 힘으로 기억의 서랍에서 끄집어 낼 수 있기 위해서는 , 이 체험을 언어로 포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9. 언어란 무엇인가?
한 단어의 의미는 언어 생활에서 사용되면서 규정된다. 그래서 철학자들이 고심해야 할 문제는 단어의 의미와 문장 구조를 논리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사용 규칙을 이해하게 하는 것, 즉 여러 다양한 ‘언어 유희‘인 것이다. 언어학은 그때그때의 문맥 속에 들어 있는 언어 행위의 의미에 관심을 기울였다. 문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문제는 무엇인가가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질문이 아니라, 의도했던 대로 문장을 이해했느냐 아니냐 하는 질문이 되었다. 언어를 통해 진리를 구하는 이론에서 사회적인 의사소통이론이 되었던 것이다.
2.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10)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
로버트 와이스는 고독한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베푸는 동정심의 결여보다 자신을 더 좌절시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베풀 수 있는 동정심의 결여라는 주장이었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겠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자신의 제한된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탈출구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베푸는 기쁨과 선한 일을 행하는 기쁨은 매우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것은 인류의 뿌리에까지 다다른다.
11) 우리는 왜 남을 돕는가?
상호 간의 이타주의가 인간이 지닌 도덕성의 원천에 꼭 들어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 나는 왜 선해야만 하는가?
칸트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선한 행동을 보장하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나 성격이 아니었고 형편이 괜찮은 삶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인간의 의지였다. 인간의 선한 의지야말로 인간에게 유일하게 선한 것이다.
13)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나는 원할 수 있는가?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주장을 가차 없이 펼쳐 나갔다. 즉 우리 뇌의 명령 통제 본부는 이성이 아니라 의지라는 것이다. 의지는 무의식적인 것이며, 무의식적인 것이 우리의 현존재와 성격을 규정한다. 의지가 주인이며, 그리고 이성은 그의 노예다.
‘선해야 하는 당위성‘은 결국 ‘선해야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다고 하면, 인간의 뇌 속에 ‘선함에 대한 의지‘를 작동시키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14) 도덕은 뇌 속에 존재하는가?
도덕적인 감정은 도덕적인 통찰과는 아주 다르다. 우리가 행동하는 이유와 행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철저하게 구별된다. 분명히 감정과 이성은 서로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으며, 그래서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매우 상이하게 반응한다.
15) 선한 것은 보답을 받는가?
도덕적으로 행동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자기 존중의 문제라는 것이다. 자기 존중 때문에 이런 즐거움의 경험을 일반적이고 우호적인 행동 규칙의 기초로 삼을 때야 비로소 도덕이 되는 것이다.
선행하면 얼마만 한 보답이 있는지, 그것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사회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16) 도덕은 타고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언어를 습득할 때처럼 도덕적인 감정도 완전할 정도로 타고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가치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수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하나의 교육 계획안과 그 정보를 어떻게 조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몇 전제조건을 가지고 태어난다.
도덕적인 행동을 얼마나 강하게 사용할 것인지, 이것은 넓게 보면 자기 존중의 문제이며, 이 자기 존중은 다시금 교육의 문제가 된다.
17)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인간에게는 정당성보다 더 중요한 도덕적 원칙이 존재한다.
18) 낙태는 도덕적인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타인의 생명에 대해 비자발적으로 부여받은 의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도덕적인 규칙을 위한 최후의 토대는 도덕 주체의 소망과 의지이지 인식이나 지식이 아닌 것이다!
19) 안락사는 허용되어야 할까?
첫째로 국가는 통증완화의학을 장려하고 간접적 안락사(강력한 진통제)를 가급적 인간적이고 투명하게 실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능동적 안락사(독극물 주사)를 바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불치병에 시달리는 중환자가 임종을 며칠 앞두고 겪는 결정적인 문제는 의학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능동적 안락사가 허용된다면, 죽음 외에 다른 길이 없는 경우 최종적 수단으로 능동적 안락사가 ‘정상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20) 우리는 동물을 먹어야 될까?
인간의 삶을 동물과 달리 평가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도덕은 항상 문화적 감수성의 문제다. 따라서 도덕을 좌우하는 것은 인간이 제시하는 추상적인 정의가 아니라 한 사회의 감정 상태다.
어느 정도까지 육식을 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숙고해보면 육식을 반대하는 논거가 육식을 찬성하는 논거보다 더 설득력있고 명료해 보인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동물의 문제를 자기 존중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21) 우리는 유인원들과 어떤 관계로 지내야 할까?
인간은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생명체가 있으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배워야 한다.
22)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할까?
후세에 태어난 관찰자로서 우리가 거대하다고 느끼는 암석과 협곡, 황무지와 계곡은 자연 속에서 강력한 참사가 만들어 낸 흔적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종의 다양성이 생태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한 물음에 완전하게 대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을 보호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대한 물음은 생태학적인 유용성의 관점에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희귀하고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삶에 대한 애착을 지녔기 때문이다.
23) 인간을 복제해도 좋을까?
복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인간 존엄성의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복제는 인간이 ‘인간 자체의 가치‘로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목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복제 인간의 겉과 안에 관해 관심 있는 호기심 많은 연구자의 유용성과 영적으로 불행해질 위험이 지극히 높은 인간의 운명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일 때에는 영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연구를 위해 손상된 죽은 초기의 배아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양심에 따라 공리주의적인 방식으로 숙고해 볼 수도 있다. 요컨대 고통없이 죽어 버린 배아세포들이 수십만 또는 수백만의 치유된 환자에게 무한한 행복을 선사한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 재생의학은 어디로 향하는가?
삶에서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교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절대로 어떤 손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25) 뇌 연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뇌 연구와 이를 실천하는 기술은 적어도 도덕 과제를 이중으로 지니고 있다. 뇌 연구는 우선 오용의 위험에서 인간을 보호해야하며, 가급적 사회는 뇌와 관련된 특정한 기술이 초래할 수도 있는 인간과 세계 이해를 붕괴할 가능성에 대비하게 해야만 한다.
사회는 가급적 빨리 이 문제를 윤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뇌 연구자와 뇌 신경학자들은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 분야의 동료들과 함께 그들이 진행하는 연구를 평가하고 추후의 발전방향을 사전에 검토해야만 한다.

3.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
26)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는 신을 삼라만상을 움직이게 하는 최초의 원인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글쎄,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어떤 것이 무에서 생겨날 수 없다는 확증이 최초의 원인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라지만, 이 최초의 원인이 반드시 신이어야만 한단 말인가?
우리가 충분히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보편타당하다고 규정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신은 인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될 뿐이거나 경험을 못할 뿐이라는 것이 바로 사태의 본질이다.
27) 자연에도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생동하는 세계를 원인과 결과의 기반 위에서 설명할 것인지, 자기조직화의 기반 위에서 설명할 것인지에 대해 생물학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다.
28) 사랑이란 무엇인가?
루만은 사랑이란 ‘타인의 행복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는‘ 아주 정상적인 비개연적 성격을 보여 준다고 주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의 미소만을 보며, 빠진 이빨은 보지 못하는 법이다. - 변함없는 사랑의 고유한 특성 -
29) 자유란 무엇인가?
내 의지, 내 관념, 내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ㆍ정치적 이념과 문화적인 표본을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전적으로 많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수많은 경험이다. 우리는 자신이 거쳐 온 삶의 역사로 둘러싸인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경험이라는 자신의 틀에 의해 규정된다.
30) 우리에게 재산은 필요할까?
˝소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법적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자아감정은 자신의 직접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간접적으로만 관련 있는 대상으로 옮겨 간다. 이는 소유 자체의 의미가, 인격이 대상의 내부로 확장돼 들어가 대상을 지배하는 가운데 자신의 확장 영역을 회득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입증한다.˝
31) 정의란 무엇인가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같은 공리주의자들이 자유로운 개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에서 정의로운 사회가 어떻게 성립되는지를 묻고 있다면,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가 어떻게 모든 사람을 자유와 행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오로지 평등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인간의 본성과 대립하면서 정체되거나 멸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바로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의 초석이다.˝
하지만 행복이 선에서 싹트지 않는다면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32)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내 행복은 나 자신과 가장 깊이 일치하는 순간˝
어떤 사람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완전히 조화를 이루며 살 수는 없다.
지속적인 행복은 기대가 현실적일 때만 실현될 수 있다. 행복과 불행의 상태가 본질적으로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행복과 불행의 문제는 오로지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달려 있다.
마틴 셀리그만이 말하는 진정한 행복은 우선 즐겁고 쾌적한 삶, 나아가 참여와 개인적 동경의 실현으로 이루어진 선한 삶, 끝으로 ‘추구할 가치를 지닌 첫 번째 목표에서 이루어진 특정한 일의 성취‘, 즉 의미가 실현된 삶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은 자산의 증식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보다 자신을 잃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에, 산업국가의 정책은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완전고용과 사회적 균형이 국민총생산의 증가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33)행복은 배울 수 있는가?
좋은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주제에 도스토예스키는 ˝다 좋은 일이야. 모든 것이.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지. 단지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말이야. 그게 다야! 그걸 아는 사람은 금방 행복해질 거야. 그걸 깨닫는 순간에 즉시!˝
자신의 감정을 판단할 때 이성의 역할이 얼마나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부정적인 것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일까? 물론 어떤 사물을 부정적으로 또는 긍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나에게 자유롭지 않지만, 이에 대한 나의 느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행복의 심리학이 알려 주는 지혜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웃어 넘겨라!˝이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 당신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34)인생은 의미가 있는가?
˝내 삶은 의미가 있었던가?˝
˝대답을 찾는 과정이 대답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그거 뭐 정말 별것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굴고요, 기름진 음식은 피하세요. 가끔은 좋은 책을 읽고, 누군가 차자오면 좋겠지요. 모든 종족이나 국가가 ㅎ화목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도록 아음속으로 빌어도 보고요. -- 영화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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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과 타당성 - 담론적 법이론과 민주적 법치국가 이론 나남신서 1226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박영도 외 옮김 / 나남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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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과 타당성

하버마스는 <사실성과 타당성>을 ‘법이론과 민주주의에 관한 저술이다‘ 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그렇지만 도덕, 법, 행정권력으로 이어지는 복잡하고 정교한 논의는 주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고 필사하며, 어느 곳에 밑줄을 긋고 읽어야 하는지 도통 어렵다. 쉽게 읽지 못하는 것이 꼭 단어의 뜻이 어렵고 저자의 사고가 깊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다.
무엇도 모르고 시작했던 책읽기가 조금씩 진행하며 궁금해지는 내용은, 법과 정치의 내적 관계에서 갈등을 풀기 위해 지켜야하는 정당화의 규준이었고 그 절차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의사소통형식을 통한 담론과 협상이었다.
또한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기본권을 법질서의 원리로 규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이었다.

1. 사실성과 타당성의 사회적 범주로서 법

*실천이성과 그 파산
주관적 능력으로서의 실천이성이라는 개념은 근대의 산물이다. 실천이성은 개인주의적으로 이해된 행복과 아울러 도덕적으로 첨예화된 개인의 자율성과 관계맺게 되었으며, 부르조아 사회의 구성원의 역할과 아울러 정치적 시민과 세계시민의 역할도 떠맡을 수 있는 사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자유와 관계맺게 되었다.
그러나 주체철학의 전제 위에서 재구성하게 되어 문화적 삶의 형식과 정치적 삶의 질서로부터 분리한다. 또한 복잡한 현대 사회는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라든가 개인들로 합성된 사회라는 두가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맑스주의 사회이론은 이러한 사실로부터 규범적 국가이론을 포기하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결국 실천이성을 설명하려 했던 역사의 목적론(역사 철학) 속에서도, 유적 인간의 구성(인간학) 속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성공한 전통(민주적 법치국가)이라는 우연한 기초에 의존하여 근거지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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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천의 자리에 의사소통행적 이성이 등장한다.
사상적 전통의 실천이성과 역사철학을 통한 규범적 문제제기의 사회적 실천의 영역은 언어적 매체 속으로 자리를 옮기고 도덕적 문제에만 결박된 상태로부터 이성 개념은 벗어나게 되었다. 의사 소통적 이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언어적 상호작용의 망을 매개하고 삶의 형식을 구조화하는 언어적 매체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언어적 상호작용의 참여자들이 발화수반적 목표를 유보없이 추구하고, 그들간의 동의를 비판가능한 타당성 주장의 상호주관적 인정을 통해 형성하며, 합의로부터 도출되는 상호작용과 관련된 책무를 받아들일 자세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편으로 그것은 명제적 진리, 주관적 진실성, 규범적 정당성이라는 타당성 주장의 전체 스펙트럼으로 자신을 확장한다.
1) 의미와 진리 : 언어에 내재하는 사실성과 타당성의 긴장에 대하여
개념형성과 판단형성의 요소적 차원에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동일시 가능한 대상으로서 표상과 개인적의 의식의 경계를 뛰어 넘어 진리의 이념인 사상으로 구분짓는다. 문장의 의미와 사상의 관계에서 형식적 의미론은 언어와 세계, 문장과 실태, 혹은 사상과 사유의 힘 사이의 존재론적 관계에 호소하였다. 이에 반해 퍼스는 의사 소통과 일반적 기호 해석을 언어적 성취의 핵심으로 삼았다. 세계가 언어적으로 재현하는 하나의 해석공동체는 명제에 대한 타당성을 전체의 합리적 동기에서 나온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공간과 역사적 시간의 측면에서 이상적으로 확장된, 판단능력을 갖춘 해석자 청중의 의사소통 조건 속에서 비판가능한 타당성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내부로서의 초월 : 의견불일치 위험의 관리
의사소통적으로 사회화된 개인들의 통합양식은 *화자와 청자의 역할 속에서 협의를 통한 공통의 상황해석을 산출 *특정 맥락 속에서 구속력 있는 인정을 받을 때 *생활 세계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합의된 해석들, 헌신성, 숙련 * 고대적 제도( 상호침투하는 문화적 전통과 정당한 질서와 개인적 정체성들이 엮여져서 형성하는 복합체) *법의 범주 - 사회적 분화과정은 기능적으로 전문화된 과제들, 사회적 역할들, 이해상황의 다기화를 강제한다. 그 결과 사회적 통합은 점점 더 행위자들이 상호이해 과정에 기초하여 스스로 성취해야 할 과제로 변모되었다. 이제 전략적 상호작용을 규범적으로 규제하고, 이 규제에 따라 행위자들이 상호이해에 도달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제 개인적 자유에게 법의 강제력을 빌려주는 권리체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3)법적 타당성의 차원들
법의 타당성 양식 속에서는 국가에 의한 법집행의 사실성이라는 계기와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제정 절차의 정당성이라는 계기가 서로 얽힌다.
언어분석적 선회를 수행한 이후에 이념과 현상적 현실 사이의 대립은 이념 자체가 언어 속에서 구체화되는 것으로 개념화되면서, 세계 속에서 등장하는 기호와 언어적 표현의 사실성은 의미의 일반성과 진리 타당성이라는 이상성과 내적으로 결합된다.
사회적 통합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떠맡게 된 법은 법적 공동체의 헌법적인 자기이해에 따라 경제체계와 국가기구가 화폐와 행정권력을 통하여 수행하는 체계통합적 활동과 시민의 자기결정적 실천이라는 사회적 통합의 과정과 연결되어야 한다.

2. 사회학적 법개념과 철학적 정의개념
1)법의 사회학적 탈마술화
법체계는 자신의 구성요소를 법의 범주 속에서 기술하며, 이 자기주제화를 사용하여 법적 행위를 자신의 수단으로 구성하고 또 재생산한다. 자기산출적으로 폐쇄된 법체계는 경계 바깥에 있는 사건과 관찰을 통해 맺는 관계는 자기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동인으로만 기능할 뿐이다.
생활세계는 모든 사회적 영역들을 관통하여 유통되는 언어를 통하여 구성된다. 체계와 ‘생활세계‘ 사이에 의사소통으로 접맥하려면 일반적인 의사소통 매체가 있어야 한다. 일상언어가 특수한 코드속으로 번역되려면 화폐와 행정권력이라는 조정매체와 소통할 수 있는 법에 의존해야 한다. 규범적 내용의 메시지들은 법의 언어 속에서야 비로소 사회전체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
2) 이성법의 회귀와 당위의 무기력
정의사회의 이성적 기획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일차적으로 이 질문은 가치관의 다원주의와 정치문화적 조건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제기된다. 이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한다면 법치국가와 그 사회적 기초의 역사적 발달을 규범적 관점에서 재구성해야만 할 것이다. 이 과제는 정치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념사적 확인을 넘어서는 경험적 연구를 필요로 한다.
3) 파슨주 대 베버 : 법의 사회적 통합기능
사회적 질서는 가치를 구체적 적용조건이라는 관점에서 특정화하고 주어진 이해상황과 통합함으로써 규범적 행위기대에 실재성을 부여한다. 막스 베버를 이끌었던 관점은 이원론적 인간학이었고 파슨즈는 서로 잘 조정되어야만 하는 가치정향과 욕구성향에서 출발한다.
파슨즈는 전통적 법에서 합리적 근거제시와 실정성으로의 이행의 내적 측면을 오히려 ‘가치합리화‘와 ‘융합‘이라는 표제 하에서 다룬다. 근대법이 갖는 타당성 기초의 도덕적 보편주의에 상응하여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법인격체의 결사체 속에 연속적으로 포용된다는 것이다.
베버는 법치국가는 그 정당성을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의지형성의 민주주의적 형식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지배를 법적 형식에 따라 행사하기 위한 전제들로부터, 그러니까 법규의 추상적 규칙구조, 사법부의 자율성, 그리고 행정의 법적 규제와 ‘합리적‘ 구조로부터 끌어온다.
3. 법의 재구성 (1) : 권리의 체계
법은 궁극적으로는 의사소통적으로 행위하는 주체들의 상호이해를 통하여, 즉 타당성 주장의 수락가능성을 통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통합의 불확실한 조건들도 충족해야만 하는 것이다.
1)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 인권과 국민주권
법은 본질적으로 주관적 권리이다. ˝법은 의지의 권력을 가진 주체로서의 모든 인간들이 평등하게 소유하는 자유에 대한 인정이다.
‘주관적 권리‘라는 사상은 사법과 그것에 근거한 법적 보호가 궁극적으로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견해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관적 권리와 객관적 법은 같은 근원을 갖는다.
사회계약의 고유한 특징은 오직 법의 원리에 의해 지배받는 사회 구성의 모델을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사회계약은 권리들이 정당한 효력을 얻게 되는 조건을 수행적으로 확정한다. 사회계약은 법원리를 지배적 원리로 삼고, 이 법원리 속에서 입법자의 정치적 의지 형성은 민주적 절차의 조건에 구속된다. 이 절차에 합당하게 생겨난 결과들은 그 자체로서 모든 참여자들의 합치된 의지를 혹은 이성적 합의를 표현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 계약은 도덕적으로 근거지어진 동등한 주관적 자유의 권리로서의 인권과 국민주권의 원리를 결합한다.
담론이 이성적 의지가 형성될 수 있다면 법의 정당성은 궁극에는 의사소통적 제도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하려는 국민주권과 인권 사이의 내적 연관은, 정치적으로 자율적인 입법을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형식 자체가 법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는 조건이 권리체계에 의해 제공된다는 사실 속에 들어있다.
2) 도덕적 규범과 법적 규범 : 이성법과 실정법의 보완관계에 대하여
법과 도덕의 보완관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의회의 입법절차, 제도화된 법정에서의 판결, 그리고 규칙을 정교하게 만들고 판결을 체계화하는 법도그마틱의 전문적 연구 등은 개인이 독자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생기는 인지적 부담을 없애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타당한 규범이 일탈적 행위에 대항하여 현실적으로 강제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타당한 규범을 준수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가능해진다.
이성의 도덕은 기존 제도를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은 제공하지만, 그 제도를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처방전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실정법은 다른 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행위체계로서 이 재구성의 목적에 사용된다.
3) 기본권의 담론이론적 정당화 : 담론원리, 법형식, 민주주의 원리
의사소통적 자유는 상대방의 발화와 그 발화 속에서 함께 제기되고 상호주관적 인정에 의존하는 타당성 주장에 대하여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해한다.
의사소통적 자유를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의 법제화에 상응하는 것이 그 속에서 담론원리가 적용되는 정치적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의 제도이다.
민주적 제도의 자발성을 단순히 법을 통해 강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자유의 전통에 의해 쇄신되며, 자유로운 정치문화를 지닌 연합체들 속에서 보존된다.
4. 법의 재구성 (2) : 법치국가의 원리
1) 법과 정치의 내적 관계
개인적인 법적 보호의 권리는 독립적이고 공평무사한 사법부에 대한 요구를 근거짓는 기본권 속에서 구체화된다. 그런 한에서 이 기본권은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된 사법체계의 설립을 전제한다. 그리고 법정은 분쟁에 대한 유권적 판결을 위하여 제재력을 필요로 하고 법을 유지하고 계속 발전시키기 위하여 국가의 조직능력을 필요로 한다.
도구적으로 이해된 권력과 도구화된 법사이의 순환 속에서 정당성의 공백이 생겼으며, 이성법은 실천이성에 호소하여 이 공백을 메워야 했다.
정치적 자율성에 대한 담론이론적 개념이 도입하면서 의사소통적 자유가 동원되어야만 하는지를 설명한다.
입법은 의사소통적 권력의 산출에 의존한다. 법 자체의 정당성의 원천인 정의의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려면, 법적 형식에 따라 구성된 행정권력의 바탕에 법을 제정하는 의사소통적 권력이 깔려 있어야 한다.
권력은 단순히 행동하거나 그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단합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어 행위하는 인간의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2) 의사소통적 권력과 정당한 법률제공
참정권은 정치와 법률에 대한 의결로 귀결되는 공적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의 법적 제도화를 가르킨다. 이 참정권은 담론원리가 이중의 측면에서 관철되는 의사소통 형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좋은 법이라는 것이 단순히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사회적 행위경로를 조절하는 가장 믿을 만하고 정확한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호주관적으로 공유된 생활양식의 이성적 조형이라는 관점에서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결정을 실현하기 위한 법적 행위양식‘이자 ‘개인적 자유와 통제의 영역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의결되는 한, 법의 실질적 평등은 좋은 법의 규준이 된다.
3) 법치국가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논리
정당한 법은 의사소통적 권력으로부터 나오고 의사소통적 권력은 다시 정당하게 제정된 법을 통해 행정권력으로 번역된다는 원리의 도움으로 법치국가의 이념을 전개할 수 있다.
법이 지배를 조직화하는 단순한 사실적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당화의 규범적 원천이어야 한다면, 행정적 권력은 의사소통적으로 산출된 권력과 다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목표를 실현하는 행정적 권력과 법을 산출하는 의사소통적 권력 간의 이러한 피드백 관계는 기능적 권력분립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5. 법의 비결정성과 판결의 합리성
1) 해석학, 현실주의, 실증주의
판결의 합리성 문제의 요체는 법의 안정성과 옳음을 동시에 보증하기 위하여 우연하게 등장한 법을 어떻게 내적으로는 일관성있게 적용하고 외적으로는 합리적으로 근거지을 수 있는가에 있다. 이 중심 질문을 다루는 접근방법으로는 법해석학(이성을 역사적 전승맥락 속으로배태시키는 방법), 법현실주의(외부적 결정요인을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방법), 법실증주의(제도적 역사에 선차성을 부여하는 방법)를 들 수 있다.
2) 드위킨의 법이론
법적 담론에서는 규칙들 사이에 충돌이 생길 때 원리에 비추어 그때그때 적절한 규범의 선택을 정당화해주는 규범적 논증이 전형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한다. 즉 하나의 판결에 대한 정당화는 그것과 유관성을 갖는 모든 규범적 근거들의 집합에 기초해야 하며, 이 규범적 근거들은 완전한 상황해석에 기초해서 그때그때 적합성을 갖는다.
우리가 현행법을 이상적으로 정합적인 규범체계로 간주한다면, 이렇게 절차에 의존하는 법의 안정성은 원리를 지향하면서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하려는 법공동체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서 각인은 자신에게 허용된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3) 사법적 담론의 이론
판결에 대한 합리적 수락가능성을 논지의 질만이 아니라 논증과정의 구조에 의존하게 만드는 담론적 법이론은 강한 절차적 합리성 개념에 의존하는데, 이 합리성 개념에 따르면 판단의 타당성을 구성하는 속성은 논지의 구조와 진술의 연결관계의 논리적 - 의미론적 차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거제시 과정 자체의 화용론적 차원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별적인 실체적 근거와 원칙적으로 불완전한 논지들의 연역적 관계가 갖는 단순한 그럴듯함만 제공하는 힘과 ‘유일하게 옳은‘ 결정에 대한 요구의 무제약성 사이에 있는 합리성의 공백은 협력적 진리추구의 논증적 절차를 통해 이상적으로 메워진다.
의사소통행위의 반성적 형식인 논증의 특징은 참여자의 전망의 완전한 가역성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역성에 의해 토의하는 집합체의 한 차원 높은 상호 주관성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6 사법부와 입법부 : 헌법재판의 역할과 정당성
1) 자유주의적 법 패러다임의 해체
부분체계들이 수평적으로 분화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복잡한 사회에서 기본권이 갖는 보호작용은 더 이상 행정권력과의 관계에만 국한되어선 안 되고, 일반적으로 거대 조직의 사회적 권력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신의 판결을 통해 기본권을 전체 법질서의 원리로 규정한다.
이제 그 기본권은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면서 그 구조를 형성하는 기본규범의 객관적인 법적 내용 속으로 주관적 자유권의 내용을 수용하는 법질서의 구성원리로 개념화된다.
2) 규범 대 가치 : 헌법재판소의 자기이해에서 나타나는 방법론적 오류
규범으로서의 기본권은 법적 소재를 만인의 동등한 이익에 규합하여 규제한다. 이에 비해 가치로서의 기본권은 다른 가치들과 어울려 하나의 상징적 질서를, 즉 특수한 법적 공동체의 정체성과 삶의 형식을 표현하는 상징적 질서를 형성한다.
최고재판소가 헌법의 준수를 감시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것은 민주적 과정의 정당한 효과를 좌우하는 절차와 조직규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절차주의적 헌법이해는 원리의 타당성을 전제해야만 하고 법원에 전적으로 규범적 내용을 갖는 절차원리를 지향할 것을 권고해야만 하는 한, 민주적 절차의 개념 자체가 모든 사람에 대한 동등한 존중이라는 의미의 정의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3) 자유주의, 공화주의, 절차주의 정치모델에서 헌법재판의 역할
최고재판소는 공화주의적 국가가 -- 다시 말해서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 자기부정의 정치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것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자신의 도덕성 완성으로 가정하고 그리하여 자신의 변혁적 자기쇄신의 능력을 좌우하는 다원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국민의 자기폐쇄 경향에 도전한다.
절차주의적 헌법이해에 의해 인도받는 헌법재판소는 정당화를 약속하는 어음을 과도하게 발행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보호하려는 민주주의 과정이 예외상태로 기술되지 않을 때에는 논증논리에 따라 명확하게 규정된 법적 용의 권한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7 토의정치 : 절차적 민주주의 개념
1)규범적 민주주의 모델 대 경험적 민주주의 모델
규범적 의도를 유지하면서 사회과학으로부터 객관적 시각과 경험적 기본개념들을 단순히 차용하는 민주주의 이론이다.
보통선거와 평등선거, 정당 간의 경쟁, 다수결 원칙 등의 게임규칙을 통하여 민주주의 개념을 도입한다. 이 배후에는 규범의 ‘타당성‘은 오직 안정성을 가져오는 제재를 의미할 뿐이라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경험주의적 이해방식이 깔려 있다.
담론이론은 민주주의 과정에 따른 자유주의적 견해와 공화주의적 견해에 대한 두 입장의 요소들을 수용하여 토론과 결정의 이상적 절차라는 개념 속에 통합된다.
2)민주적 절차와 그 중립성의 문제
민주적 절차는 절차에 합당하게 이끌어낸 모든 결과들을 합리적 결과로 추정할 수 있게 만드는 의사소통 형식을 통한 담론과 협상을 제도화한다는 통찰에 있다.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은 오직 그 결과의 이성적 질에 대한 기대 덕분에 사회적 통합의 기능을 충족하는데, 토의정치는 정당화의 힘을 이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의 담론적 구조에서 얻는다.
토의와 결정의 이상적 절차는 공동의 삶의 조건을 공평무사하게 규제하기로 동의한 연합체를 그 담지자로 전제한다. 법적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연합시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각 의사소통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언어적 고리인 것이다.
토의정치는 민주적으로 조직된 의지형성과 비공식적 의견형성 간의 상호작용으로 살아간다. 경쟁적이고 서로 양립하기 힘든 개념들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토론 속에 대안적 결정의 개연적 결과가 무엇이며 과연 그러한 결정들이 중립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결정이 포함될 뿐 아니라 나아가 좋은 삶에 대한 각자의 개념을 해명하고 인간적 번영에 대한 각자의 견해가 갖는 다양한 측면의 우월성을 타인에게 설득하려는 노력들도 포함된다. 즉 좋은 삶에 대한 특정 견해가 논쟁이 되고 있는 한, 국가의 어떠한 결정도 그 견해의 본래적 우월성이나 열등성에 대한 추정에 기초해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요구만을 담고 있다.
3)토의정치 개념의 사회학적 번역
복잡한 사회에서 새로운 온정주의를 야기하는 지식의 독점이 민주화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은 법치국가적 정치체계의 토의적 핵심구조와 심층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을 연결하는 교량으로서 적합하다.
토의정치를 통해 정당한 법을 산출하는 것은 하나의 특수한 문제해결 절차이다. 토의정치의 핵심은 실용적, 도덕적, 윤리적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담론과 협상과정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실정법은 그 본성상 사회적 복잡성의 축소이다. 법적 규칙이 인지적 무규정성, 동기의 불안정성, 도덕적 행위규범의, 나아가 일반적으로 비공식적 행위규범의 제한된 조정능력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이 ‘탈이상화‘ 덕분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헌법적 제도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이 메카니즘들은 법치국가적 규제의 규범적 전제들 속으로 스며들어 그것을 약화시키는 사회적 복잡성에 대한 역운행 조치들이라는 반성적 성격을 갖기도 한다.
8 시민사회와 정치적 공론장
1)사회학적 민주주의 이론
성공을 지향하는 행위자들이 서로에게 행사하는 영향력뿐만 아니라 상호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논증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도 행위조정의 메커니즘으로 설정하고자 한다면, 먼저 규범과 가치정향들의 합리적 핵심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여 합리적 개념도 확장시켜야 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정치적 의지형성을 위한 조건을 개별 행위자의 동기와 결정기초라는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제도화된 심의 및 결정과정이라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2) 정치권력의 순환모델
정치체계는 법의 실정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정당한 법의 자율적 원천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체계는 자기만의 코드를 통해 재귀적으로 폐쇄된 의사소통 순환으로 자립화된다.
정치체계의 핵심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작동은 관례에 따라 진행된다. 법원은 판결을 내리고, 관료들은 법률안을 준비하고 시행문제를 처리하며, 의회는 법률과 예산안을 의결하고, 정당핵심부는 선거전을 수행하고, 의뢰인들은 ‘그들의‘ 행정부서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과정은 확립된 패턴에 따라 진행된다.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결정적인 문제는 그 패턴이 어떤 권력관계를 반영하며, 또 어떤 양식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뿐이다.
행정권력과 사회적 권력이 민주적으로 산출된 의사소통적 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자립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제도화되지 않은 공적 의사소통의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자생적인 의견형성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한에서만 주변부가 이런 강한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이러한 종류의 자율적 공론장이 가능하려면 이 공론장이 시민사회적 결사체들 속에 사회적으로 정박해야 하며, 자유로운 정치문화와 사회화 유형 속에 배태되어 있어야 한다.
3) 시민사회, 공적 의견, 의사소통적 권력
공론장은 사회전체에 걸쳐 민감한 센서를 가진 경고체계이다.
공론장을 기술하는 최선의 길은 내용과 태도표명의 소통을 위한, 따라서 의견들의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로 기술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소통 흐름들이 걸러지고 종합되어 주제별로 묶인 공적 의견의 더미로 집약된다. 공적 의견의 구조화와 관련하여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공동으로 따르는 의사소통 실천의 규칙이다.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의견형성의 담론적 수준과 그 결과의 ‘질‘이 달라진다. 공적 의견의 실제적 영향력과 절차에 근거한 질 사이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전망이 열린다.
오늘날 시민사회의 제도적 핵심을 형성하는 것은 자유의지에 기초하는 비국가적이고 비경제적인 연결망과 자발적 결사체들이다.
사적 영역으로부터 출현한 이 공중은 자신의 사회적 관심과 경험에 대한 공적 해석을 추구하고, 제도화된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민들로 구성된다.
이 공중의 정치적 영향력은 민주적 의지형성의 제도화된 절차라는 필터를 통과할 때 비로소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전환되고, 정당한 법제정에 동참하게 된다.
공중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둘러싼 경쟁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막강한 위치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규범적 반응은 좀더 분명하다. 즉 매스미디어는 자신을 계몽된 공중으로부터 위임받은 자로 이해해야 한다. 매스미디어는 이 공중의 학습태세와 비판능력을 전제하는 동시에 요구하고 강화시킨다.
공론장의 의사소통 구조는 사적 생활영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시민사회적 주변부가 정치의 중심부에 비해 새로운 문제상황을 지각하고 확인할 수 있는 감수성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 합리적인 생활세계가 강한 시민사회적 기초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로운 공론장의 형성을 지원하는 한, 입장을 표명하는 공중의 권위가 강화된다. 그러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비공식적 의사소통은 민중주의적 지도자에 의해 유혹된 세뇌된 대중의 축적을 막는다. 그리고 그것은 공적 미디어를 통해 추상적으로만 모이는 공중의 흩어진 비판적 잠재력을 하나로 모으고, 이 공중의 제도화된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준다.
9 법의 패러다임
1) 사법의 실질화
‘사회적 이념‘, ‘사회 모델‘, ‘사회적 비전‘ 그리고 더 단순하게 ‘이론‘이라는 표현이 한 시대의 법에 대한 패러다임적 이해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표현들은 법을 제정하고 적용하는 관행에 전망을 제공하는, 사회에 대한 암묵적 이미지를 가르킨다.
오늘날의 패러다임적 법이해는 자기비판적 정당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람직한 패러다임이란 복잡한 사회를 잘 기술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법적 공동체의 자기구성이라는 원초적 이념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은 사법분야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논의되었다. 국가와 사회의 분리라는 전제 위에서, 사법은 국가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탈정치화된 경제사회를 조직함으로써 법적 주체의 소극적 자유와 더불어 법적 자유라는 원칙을 보증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법 도그마틱적 체계를 정교화해 왔다.
법적 자유의 원칙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부정적 방식으로 구획된 행위공간을 직접 보증한다. 이와 동시에 이 원칙은 ‘독립‘, ‘자기책임성‘, 인성의 ‘자유로운 계발‘과 같은 덕목으로 특징지어지는 이성적인 삶의 계획을 나름대로 추구할 수 있다는 윤리적 의미에서 자율적인 삶의 영위를 가능하게 한다.
시장 메커니즘은 자유주의 모델이 가정하는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경제사회도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회복지 모델 속에 반영된 것과 같은 변화된 사회적 조건 속에서 법적 자유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권리를 ‘실질화‘하고 새로운 권리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적 자율성을 자유권을 통해 보장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사회복지국가의 개입에 의해 사적 자율성의 발생이 보장되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고착되어 있다.
권리체계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시민의 자율성의 법의 정당성이 서로를 참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탈형이상학적 조건에서는, 평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들의 담론적 의견형성 및 의지형성 과정에서 나온 법만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사적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을 때 비로소 시민들은 민주적 참정권에 의해 보증된 공적 자율성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개념이 도입되면서, 일반적으로 규범적 기대라는 짐은 행위자의 자질, 능력, 행위계획이라는 차원으로부터, 그 속에서 비공식적이고 제도화되지 않은 의견형성 및 의지형성과 공식적으로 제도화된 심의와 의사결정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형식들이라는 차원으로 넘어간다.
법질서는 시민들의 동근원적인 사적 자율성과 시민적 자율성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한에서 정당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법의 정당성은 오직 그 속에서만 이 자율성이 표현되고 입증될 수 있는 의사소통 형식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절차주의적 법이해의 핵심이다.
2) 법적 평등과 사실적 평등의 변증법 : 페미니즘적 평등정치
정당한 법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는 수신자들의 사적 자율성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 법질서의 저자로서 평등대우의 기준들을 결정해야만 하는 시민들의 공적 자율성 사이의 원환을 완결한다.
절차주의적 법 패러다임 바로 이러한 이중적 준거, 즉 법적 평등과 사실적 평등이 사적 자율성 및 공적 자율성에 대해 갖는 관계라는 이중적 준거를 규범적으로 강조한다.
사회복지국가적 법 패러다임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삶의 기회의 정의로운 배분문제에 전적으로 정향되어 있다. 평등한 법적 지위와 평등대우의 분배적 측면 -- 사회적 보상의 공평한 배분 -- 은 각 개인의 자유와 인격적 불가침성을 보장하려는 법의 보편주의적 특성으로부터 나온다.
사회복지국가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페미니스트 법이론의 맥락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대우라는 문제는 바람직한 해방을 단순히 공평한 사회적 몫이라는 의미의 복지혜택이라는 측면에서만 이해해선 안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입법은 ‘자연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불리함을 보상함으로써 여성의 법적 지위상의 평등을 고양시키는 사회복지적 프로그램에 입각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평등에 대한 자유주의적, 사회복지적 정책의 배후에 있는 전제, 즉 남녀간의 평등한 권리가 기존의 제도적 틀 안에서, 그리고 남성이 지배하는 그리고 남성에 의해 정의되는 문화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는 가정에 반대한다.
입법과 판결이 전통적인 해석패턴에 입각한 것인 한, 법적 규제는 성정체성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일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동등한 대우가 아니라 여성적인 방식을 평등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 직업이 생물학적 차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지, 젠더가 사회적 구성물이라면 이것을 재정의해서 그 차이들이 직업적으로는 의미없는 것이 되도록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권리의 상호주관적 개념에서 출발해보면, 먼저 공적토론을 통해 어떤 측면에서 여성(혹은 특수한 여성집단)과 남성의 경험과 생활환경 상의 차이가 개인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평등한 기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적 공론장에서 여성의 위치를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정치적 의사소통 형식에의 참여를 확대시키지 않는다면, 자율적인 사적 활동을 위한 평등한 권리는 적절히 구체화될 수 없다.
기본권의 실현은 평등하게 권리를 부여받은 시민들의 사적 자율성을 오직 그들의 정치적 자율성의 활성화와 병행하여 보장하는 과정이다.
3) 법치국가의 위기와 절차주의적 법이해
정치가 법적 형식이라는 외피만을 쓰고서 법의 민주적 발생의 조건을 더 이상 따르지 않는 순간, 그 정치를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역시 상실된다.
효율적인 정부활동의 조건이 (형식법에 의해 보장되는) 정당성의 필수조건과 일치될 수 있는 경우란 개입행정과 민주적 경제사회가 상호보완적일 때뿐이다.
법의 민주적 발생의 핵심은 ˝법적으로 제도화된 국민주권과 제도화되지 않은 국민주권의 전면적인 조합과 상호매개˝이다. 권리체계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토대는 시민사회외와 공론장으로부터 나와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전화되는 의사소통의흐름과 공적 영향력 속에 있다. (국민투표와 국민청원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헌법에 포함시키자는 널리 알려진 제안들, 그리고 풀뿌리 수준에서 (후보 결정과정이나 당내 의견형성 과정 등에서)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자는 제안들은 정치적 공론장이 권력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이해된 헌법은 시민사회의 이상과 그것의 능력, 즉 담론적 과정 속에서 그리고 현명한 제도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함축하고 있다. 한 사회가 규범의 인도를 받은 적응, 저항, 자기수정의 과정과 적절한 제도적 형식 속에서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 그 사회의 근간이 마련된다.
절차주의 법 패러다임은 특수한 사회적 이념이나 선한 삶에 대한 특수한 비전에 편향되지 않으며, 나아가 특수한 정치적 선택지에도 편향되지 않는다. 확실히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은 전문가 자격으로 법을 다루는 엘리트들의 자기이해뿐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의 자기이해의 모습까지 규정할 수 있으리라는 자기준거적 기대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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