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난 여태껏 루시드폴이 누군지도 몰랐다. 물론 마종기 시인에 대해서도 몰랐지만...
근 2년간 너무 바쁘게 일에 매여서 가끔 가다 소설책 읽고 개봉 영화 몇 편씩 보는 정도가 문화생활(?)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루시드폴이라길래 처음엔 외국사람인가 했고, 나중엔 어. 이름을 외국이름 쓰네. 뭔가 특별한 가수인가? 암튼 이름만 알고서는 약간의 거리감... (왜 한국사람이 외국 이름을 써...~~) 을 가지면서 별 관심을 안가졌다.
동생이 사온 이 책이 집에 굴러다니는데도 그냥 방치(?) 해 놓고 있었는데
다리가 아픈 관계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인터넷 돌아다니기가 전부인 요즘... 루시드 폴이란 가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우와 서울대 나와서 스위스에서 박사학위도 따고 특허도 내고.. 암튼 내가 좋아라 하는 머리 똑똑한 사람이었다.-난 왜그런지 몰라도 머리가 똑똑하다면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 멋진 사람일거야...라는 ㅠ.ㅠ, 벌써 4집까지 낸 가수였다니...)
그래서 어제밤에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우선은 내가 동경하는 유럽 (그것도 스위스)에서 공부하는 일상이 부러웠고, 공부도 하면서 틈틈이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여행도 다니고.. 시도 읽고...
나는 원래 (재미있는)소설은 많이 읽지만, 시는 거의 안읽는다. 아니 읽을 줄 모른다고 해야 할까나?
고등학교때 배웠던 시를 빼고는 아는 시도 없고 대학때 기형도 시인의 잎속의 검은잎 시집을 읽어 본 게 전부....
그래서 마종기 시인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 책을 단숨에 읽었던 이유는
아마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나에게
스위스와 미국이란 곳에서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직업을 가지고(연구원, 의사) 살면서 한분은 노래를 만들고 한분은 시를 쓰면서 나름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였던 것 같다.
두사람이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로 이끌어 가는 이 책에는
각자 유학을 떠나서 정착하기까지의 어려움과 노력들, 이런 저런 이유로 다녔던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 지금 한국 사회에 대한 각자의 안타까운(!!)생각도 들어 있다.
그리고 클래식과 민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인이 처음 루시드폴의 노래를 들었을 때 어색한 기분이(시인이 생각하는 음악은 우선은 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다는)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루시드폴의 "고등어"를 들어봤는데 가사가 좋고 음악도 차분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자 마자 루시드폴이 정말 궁금해서 유희열의 스켓치북에 나온 루시드 폴의 노래를 들었는데.. 음.. 차분한 마음으로 듣지 않으면 (마음을 열고 듣지 않으면..^^;) 약간은 지루한 감이 있긴 한 것 같았다.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는 시를 읊는다는 느낌???
암튼 부러운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
둘 다 모두 정식 코스(문학공부, 음악공부)를 밟지 않고서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대로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든 타고난... 글쟁이와 딴따라라고 생각했다. 정말 부럽구나...
그래서인지 마종기 님의 시와 루시드폴의 노래는 잔잔하게 감동으로 다가오나 보다..
책을 덮으면서
마종기 님의 시를 시작으로.. 시를 좀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음악(노래)을 들으면서 머리를 좀 식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루시드 폴의 노래가 궁금해 4집 앨범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리뷰란을 봤는데
어떤 한 분이 리뷰에다가..
[....그 노랫말 속에서 경멸해마지 않던 그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는 것.
노래말로는 용산 참사의 희생자 분들을 추도하면서도
막상 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에 대한 참석은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태도.]라 하면서 루시드 폴이 언행일치 하지 않음을 속상해 하는 리뷰를 보았다.
물론 그 리뷰하신 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사는 너무도 복잡하여 루시드 폴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안하려고 했으나, 하게 되고, 하려고 했으나 못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 속된 말로 중산층 가정집에 태어나 교육 잘 받고 콘서트 다니고 문화생활 즐기며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는 20,30대에게 영향력이 큰 (정말로 주관적인 생각이다...) 루시드 폴을 비롯한 생각 있는 가수들..이 이것 저것 여건이 안되더라도 사회의 어두운 곳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과 행동을 보인다면 목터져라 외치고 시위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곳에서 큰 힘을 나타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
아.. 그리고 마종기 시인이 은퇴를 하고 1년에 두번 정도 한국에 와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자신의 시를 읽은 적이 있냐고 묻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들어서 놀랐단다. 솔직히 나도 놀랐다. 어린 대학생들이 시를 읽는 구나..
.
.
.
근데 수능 막 끝낸 그 친구들은. 논술때문에 읽게 되었단다...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이.. 참 슬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