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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바로 그 점이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관심 하나로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그 책 안에서 발견한 작은 흥미 때문에 그 다음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찾아낸 것 때문에 또 다시
다음 책을 읽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독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됩니다.
거기에는 가시적인 한계도 없으며,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친애하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 모두에게
내가 건지 섬을 떠난지 얼마되지 않았네요. 우선 줄리엣과 그녀의 남편에게 무한한 축하를 전할게요!
제가 그 곳에서 직접 축하해줄 수 없어 매우 안타까울 뿐인걸요! 줄리엣은 항상 당차고 유쾌한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관찰력이 뛰어난 이솔라 덕분에 줄리엣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네요! 사실 줄리엣은 그 전에 왔었던 남자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제 예감이 맞았군요. 그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서 전 정말 기뻐요.
혹시 줄리엣은 글을 쓰고 있나요? 어떤 소재로 글을 쓰고 있나요? 혹시 그녀의 사랑이야기를 쓰고 있나요?
그렇다면 정말 좋겠어요! 아니면, 사랑이야기를 넘어 지금의 생활들을 이야기 해주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그 곳에 없는 저도 책을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을테니까요. 저는 건지 섬을 떠난 후유증때문인지,
아니면 이 곳의 바람이 차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이솔라의 관찰력을 능가하려는 저의 다분한[?] 노력때문인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요. 지금 나에게는 이솔라가 만들어주는 약이 필요해요.
아니면 제가 건지 섬에 발을 내려 놓았을 때 저를 맞아주었던 이솔라의 그 다소 격한 포옹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도시는 행복한가요? 당연히 행복하겠죠! 으흐흐, 제가 물어보나 마나한 질문을 했나요? 정말정말 부럽다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도시 조금은 실망이예요. 여자가 먼저 다가서기가 얼마나 힘든지 도시는 몰랐나요?
하지만 전 두 사람의 인연이 닿아서 정말 기쁜걸요! 다음에 보게 되면 소년처럼 수줍어하던 도시는 이제 그만
안녕 - 해버리고, 듬직한 도시가 되어있길 바랄게요! 아, 킷은 아직도 낯선 사람에게 경계를 늦추지 않나요?
처음 줄리엣을 대할 때 경계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의아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잘 따르는데 말이예요!
제가 있을 때는 그렇게 도도하게 굴더니 마지막에 떠날 때 즈음 되서야 친해져서 많이 아쉬웠다구요.
다음에 가면 킷은 몰라볼 정도로 많이 커서 숙녀 티를 내고 있겠죠? 아! 정말 기대되는걸요!
아멜리아는 아픈 곳은 없나요? 꼭 그래야만 해요. 저는 힘들 때 북클럽 회원분들 몰래 아멜리아에게 상담하고
차분한 말투에 위로를 많이 받곤 했는데, 항상 저도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아, 엘리자베스의 소식은.. 그로 인해 저도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탄에 빠졌어요.
그 곳에 갔을 때 저도 꼭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그녀의 재치로 인해 만들어졌는데,
창시자인 그녀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북클럽 회원분들께 들은 엘리자베스는 참 사랑스러운 여인이었을 것만 같아요! 아니, 분명 그럴거예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들려주어야만 해요. 특히 그녀의 러브스토리는 너무나도 낭만적이예요.
하품하거나 하는 하는 그런 무례함은 절대로 저지르지 않을테니, 부디 다시 또 들려주길 바랄게요.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제인 오스틴과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어본 적 없다고 한 저를 다들 의아하게 쳐다보셨던 것을요.
'어쩜 그럴 수가 있나'라는 눈빛이었는데, 너무 부끄러워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네요. 언젠가 꼭 읽어보겠어요.
그리고 당신들과 함께 공유할거예요. 그때는 저도 그 대화에 꼭 끼고 싶어요. 몰라서 멀뚱멀뚱거리는건 이젠 싫다구요.
아! 이 곳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요. 그 중에서도 나와 인연인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뿐이예요!
언젠가 그 사람들에게 당신들을 소개할게요. 아마 만나면 당신들도 분명히 좋아할 수 있을거라 의심치않아요.
나는 당신들을 통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엿보았어요. 항상 매사에 투덜대는 나를 돌아보게 됐구요.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안겨준 당신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 커요.
나도 고마운 마음들을 고스란히 담아 당신들에게 전해야 할텐데, 그 고마움을 어떻게 다 전하죠?
ps. 그 때 먹었던 감자껍질파이가 생각나네요. 꼭 한번 다시 만들어주세요! 열개를 만들어 주신대도 전 모두 먹을 수 있어요.
당신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요. 다시 볼 날을 기대하며,
reerah.
난 사실 요근래 모든 책들을 부정적으로 읽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 책을 들고 그들이 사는 세계 속에 들어가 편지로 하여금 그들의 생활을 엿볼 때는 너무도 즐거웠다. 하지만 전쟁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올 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아직 살아있군. 하지만 따지고보면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죽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니었죠.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잠자리에 누웠을 때의 단 몇 분 뿐이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었는데, 그들이 밝은 모습만을 보인다고 해서 그들이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작가인 메리 앤 셰퍼는 그리고 애니 배로스는 끔찍하고 견디기 힘든 전쟁과 나치 점령기의 상황을 그들의 긍정적으로 순화시키고 싶었을테지만, 그것만으로 치유되기엔 너무나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최대한 우리에게 전쟁의 적나라함을 그리고 그들을 통해 긍정적인 면들을 보여주려고 애썼고, 그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니, 아마 다 못느꼈을 것이다. 아마 작가가 의도한 바의 몇 배보다 더 적은 양을 난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공감이 될 수 있는 건 난 그 상황에 있지 않았지만, 우리도 일제강점기라고 불릴 때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건지 섬에 가면 정말 그들이 있을 것만 같고, 그들이 날 반갑게 와락 껴안아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