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내 맘 좀 알아주면 좋겠어 - 서툰 표현 뒤에 감춰진 부부의 속마음
다카쿠사기 하루미 지음, 유윤한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을 함께 했든 완전한 타인과 타인의 결합에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부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싫으면 안 보면 그만! 이라는 타인들과 달리, 가깝게는 가족이 그렇고 가족 중에는 남편과 아내 즉, 부부가 그렇다. 서로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소홀할 수 있는 게 남편과 아내의 관계라고 보는 나는, 분기에 한 번 정도는 원만하고 순조로운 부부생활을 위해 부부를 위해 쓰인 책들을 찾아 읽는 편이다. 물론 그 속에 해답이 있을 리 없다. 많은 예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이 아니고 내가 그와 같은 생각을 지닌 것이 아니라면 공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찾아읽는 까닭은, 여러 상황들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가상으로 만나보고 내가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지, 이 일에 적합한 대응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나와 비슷한 상황이나 내가 이전에 가졌던 고민들을 만나면 더없이 유익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책 제목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당신도 내 맘 좀 알아주면 좋겠어>라니.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서운해하고 섭섭해하고 속상해하는 게 비단 부부관계에 한정된 것이겠냐마는,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가족'으로 묶인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절실한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부부관계에 세 가지 요점이 있었는데 자기 호감, 자기 유능감, 자기 중요감이 그에 속했다.

자기 호감 ;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자기 유능감 ;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자기 중요감 ;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것은 부부라는 테두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에 속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나와 가장 친밀한 이에게 받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요즈음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황혼이혼이라니? 차라리 나를 찾을 수 있을 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황혼이혼을 요청하는 사람은 남편보다는 아내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1)도움을 청했을 때 도와주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허무감, 2)일을 우선시하는 남편의 태도가 안겨준 고독감, 3)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이 그에 속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중 2번을 2015년에 느꼈었는데, 일을 나보다 우선시한다기보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본인의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오는 외로움이 좀 있었다. 대화를 해도 제자리라는 것을 느껴서 허무할 때도 있었고, 결국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이 컸던 그는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 '친정으로 가있으면 어떻겠냐'라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본인의 일에 대해서만큼은 의논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

나는 2번 하나만으로도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혼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던 중 교육이라는 가면은 씌워 억지로 들어야 했던 강연을 들은 계기로 그는 '일보다는 가정' 바뀌기는 했지만 당시에 나는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 심각하게 들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야망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를 믿고 결혼을 했을까. 하는 모순된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도 이어졌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하면 조금은 움찔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읽었던 책 전경린 <나비>가 정말 큰 도움이 됐었다.


모든 남자들은 상실한 나라를 가진 고독한 존재들이다.

알렉산더대왕, 칭기즈칸, 진시황제, 나폴레옹, 심지어 히틀러도 바로 그 나라에 가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에겐 세계를 다 정복한다 해도 결코 갈 수 없는 나라가 있다.

 전경린 , 나비」




51. 남자는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 존재.

누군가 자신을 걱정해주거나 생각해주기보다는 신뢰해주기를 원합니다.

“당신이라면 괜찮아. 난 믿어.


그는 내가 집에 와서 직장에서 있었던 일화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그가 내게 직장에서의 일을 전부 내게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가 힘든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이야기하지 않고, 이후에 다 해결되면 이야기를 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힘든 일이 해결되면 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삭힐 때도 많다. 나는 내가 걱정할까 봐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도 그것이겠지만, 자기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면 더욱 그랬다. 나 역시 일을 하다가 자존심에 금 가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그것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 회포를 풀 수 있는 유대관계가 있는 회사 동료가 있다면 더더욱. 그런 면에서 그와 나는 똑같은 게 아닐까. “무슨 일 있어?”의 대답을 요하는 말보다 그가 유난히 힘들어 보일 때면 술상을 차려 그와 함께 각자가 짊어졌었던 하루의 피곤을 풀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고 싶다.



194. 여성들은 상대 남서이 자신에게 어떻게 해줄지를 시험하고 관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일이나 기념일 당일까지 말을 안 하고,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봅니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만일 상대가 자기 뜻대로 하주지 않았을 경우 남는 것은 분노와 슬픔입니다.


이 부분에서 아차 싶었다. 내가 꼭 그렇기 때문이다. 생일이나 기념일은 그가 알아서 잘 챙기지만, 으레 회식이나 술 약속이 그랬다. 내가 정말 다녀왔으면 하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응, 그래요. 알았어. 다녀와.”라고 말하지만, 그게 아닐 경우에는 “너 알아서 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는 나의 대답에 따라 약속을 잡거나 잡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너 알아서 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네.”라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76. 왜 먼저 알아주지 못하냐고 짜증을 내지 말고,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세요. 선택권을 줘버리고선 내가 원하는 선택지가 아니면 화가 나는 타입; 나는 내가 그러지 않으면 좋겠는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글로 부부관계가 원만해지는 법을 배웠고 행동으로 다이렉트로 연결될 고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자양분이 되어 우리 부부의 밑거름에 보탬이 될 테니까.



오탈자 156. 이혼을 하던 관계를 회복하던, '이렇게 하기를 잘했다'라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 행복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 이혼을 하든 관계를 회복하든

('-하던 '은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것이라면, '-하든'은 선택의 문제이니 '-하든'이 맞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