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로의 행복한 비행
구이도 콘티 지음, 임희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재미있게 읽고 듣고 보았던 전래동화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아니 어쩌면 내가 어릴 적 그 만화를 읽을 때 역시 지금과 동일했을지 모른다. 다행인건, 그런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래동화를 접할 수 있었던 환경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나는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남동생에게도 세상은 좀 약게(약삭빠르게) 살아야한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세상에게 나 이렇게 착하게 살았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 저에게도 박씨를 가져다주세요. 한다고 해서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줄 만큼 세상은 더 이상 녹록지 않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순해빠져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먹고 승승장구하는 여주인공은 이제 그만 시대상에 맞춰 퇴장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오지랖도 살짝 부려본다.

 

 

 

나는 가끔 동화를 읽는다. 전래동화도 읽고, 부끄럽지만 이따금 출퇴근길에 동화를 지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화가 아닌 순수성이 결핍된 이야기일 뿐. 그러던 중 어른을 위한 성장 동화라는 문구에 끌려, 한 번 읽어볼까? 싶었던 책. 닐로의 행복한 비행

 

 

 

동방의 공주라는 뜻을 품고 있는 이름을 가진 아기 황새 닐로. 닐로가 날갯짓을 시작하고 엄마 황새와 닐로는 둥지를 떠나 다른 황새들 무리에 가담하여 아프리카로의 비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못가 칠흑 같은 어둠이 하늘을 뒤덮던 어느 날, 돌풍과 우박으로 무리에서 낙오되고, 그때부터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비행 중에 만났던 개로 변했던 할머니, 오리, 오리를 죽인 사냥꾼,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닐로를 부축하며 친구가 되었던 매 살림, 방금 아들이 태어났다며 기뻐하던 농부, 마지막을 준비하던 할아버지 황새 배백, 자신들의 구역이라며 쉬려던 닐로를 쫓아내던 갈매기, 그런 갈매기를 혼내준 나이 든 어부, 새장에 갇힌 채 다시 만난 핀치새 하디, 하이에나를 쫓아준 할머니코끼리 리라, 악어에게 먹힌 얼룩말, 닐로를 위로하던 기린, 닐로를 잡아먹으려던 보아뱀. - 책의 앞부분에서도 엄마 황새는 여우와 황새이야기를 들려주며, “절대로 남을 놀리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돼.”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일러준다. 하지만 닐로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다가, 비행을 하며 경험을 하고 그제야 아! 하겠지. 모든 것은 경험으로 통하게 되는 것이니까.

 

 

 

사실 책은 닐로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지만, 가면 갈수록 나는 하디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닐로와 하디는 구면이지만, 어부에게 잡혀 새장에 갇히고 풀어난 이후에 친구가 되었고, 하디는 닐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의지를 내비친다. 그러다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닐로는 하디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다가, 곤경에 처할 때, “하디, 도와줘!”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이기적임을 발견하며 애써 실망감을 억누르기에 이른다. 또한, 황새 무리에 도착했지만 닐로의 황새 무리가 아니었고,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짝 미안을 찾아야한다는 걸 느꼈을 때 이젠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는 게 좋지만, 이제 비행은 끝난 것 같아.”라고 말하며 갑작스러운 작별을 고한다. 결국 책에서 닐로는 하디 덕분에 미안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해피엔딩처럼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닐로가 아닌 하디의 비행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29페이지 4번째줄 : ㅏㄴ을 떨던 ▶▶▶ 거만을 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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