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서하진 지음 / 현대문학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2011] 즈음에 김이설 작가의 「환영」을 읽은 직후 ‘여성의 삶’에 대해 관심이 갔다. 뿌리에서부터 우울해서, 어느 부분에서라도 웃음 한 모금 제대로 퍼올리지 못하는 윤영의 삶에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혼동과 지진을 전해받았던 때가 여성들의 또 다른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무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눈길이 가 닿았던 서하진의 「나나」였다. 표지의 묘연의 여인은 매혹적이라기보다는 무척이나 음울해 보인다. 침대의 귀퉁이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긴 하지만, 나는 그녀의 옆에서 바라보고 있기에 정확히 어떤 표정으로 어떤 물체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목덜미에 가 있는 오른 손이, 그녀의 허벅지에 얹어진 왼 손이, 그녀의 곧은 두 다리가, 바닥에 닿지 못하고 떠 있는 두 발이 처연해보이는 건 사실이다.

 

 

 

 

 

기억은 스쳐 가고 잊히지만 때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p135] 인영은 정섭과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그 애의 이름을 듣는다. 정섭이 꺼낸 “나나말이야…….” 나나, 그녀는 누구일까. 나나라는 이름이 입가에 맴돈다. 눈이 수북히 쌓인 밤에 국도. 쿵, 범퍼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그의 몸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왔다. 앞차의 여자가 내려 도로 위의 검은 물체에게 다가간다. 죽은 노루. 그게 그녀와 첫 만남이었다. 그녀, 애란. 인영과 그녀의 거리가 가까워질 무렵, 인영의 집에서 마주친다. 인영, 애란, 나나 ㅡ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슬쩍 넘기는 인영의 마른 손가락을 애란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르마 부분, 하얀 세치가 두어 올 솟아 있었다. 그를 무릎에 누이고 찬찬히 세치를 뽑아주고 싶었다. 오래 함께 산 사람들처럼, 가만히 좀 있으라 나무라면서. [p143] 인영이 나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기를, 나나에게 무참하게 휘청이는 그를, 애란이 구출해낼 수 있었음,하고 간절히도 바랐다. 하지만…….

 

 

 

 

 

실은 나, 책을 다 읽은 후에 어떤 것을 느껴야 좋을지 몰랐다. 팜므파탈의 전형인 나나의 영리함의 과부하로 오류의 결과인 영악함과 결코 좋은 일에 쓰일 수 없는 매혹적임을 느껴야 했던 걸까, 평생 이복누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그를 안쓰럽게 느껴야 했던 걸까. 그도 아니라면, 뭘까. 싶었다. 작품해설을 도중에 읽다가 말았지만 세속적인 욕심때문에, 외로움때문에 몇 겹씩이나 옷을 껴입는 나나를 이해해야 했던 걸까. - 어쩌면, 결국, 또,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해한거라곤, 그들을 불행하게 할 걸 알면서도 그 삶 속으로 다시 회귀했다는 것, 그 뿐이었으니까. 나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인영, 거짓으로나마 부를 누리고 싶어했던 나나, 새롭게 찾아온 사랑을 잡고 싶어했던 애란, 번듯한 소설가로 등극하고 싶었던 정섭.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또, 삶. [ps.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은 사람과 소통을 하고 싶기도 하다. 이 책에 타자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서평이 별로 없음에 아쉬움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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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3-08-0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걸레...
삶은 계란...

인터넷 독서록,
익숙치않아서...이제 겨우 더듬더듬 ..그러고 있죠.^^;
아직 종이에 끄적끄적 독서록을 일기처럼 쓰는지라....
저역시 읽은,
하아~~소통. 집에가서 지난 독서록을 좀 보고..
저도 조금 뵈드릴게요..엿보기만하면 염치없으니...
잘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