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유럽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해 유럽행 항공기가 결항되어 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들의 집합소, 공항_ 특별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난다고 한 들, 특별하지 않은 만남이 있을까, 싶기도 한 것은, 나의 부정적 마인드가 다시금 꿈틀거리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적어도 그들은 같은 상황에 놓여있고,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 속에서 얽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강박되어 있던 자신을 보고, 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보고, 혹은 자신과는 다른 마인드의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자의적이었건, 자의적이지 않았건 간에, 상처받았던 또 상처받은 자신들의 모습을, 타인에 의해 직면하게 된다.

 

 

 

작품은, 치트라 바네르지 디바카루니의 「마지막 고백」과 흡사하다. 예기치 않게 발생한 사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만남,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 말이다. 다만, 「마지막 고백」에서는 자신들이 살아왔던 생애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이야기 하나씩을 꺼내놓는 것, 그것이 중점적인 핵심이었다. 그럼으로해서 독자에게 던져주는 것이,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되는 때에, 지금까지 당신이 살아온 생에서 꺼내놓고 싶은 단 하나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였다면, 「에어포트 피크닉」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한정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 하나 더,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 자신의 상처가 타인에게 혹은 타인에 의해 꺼내어졌을 때, 그것을 숨기느냐, 공유하느냐는 둘째치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당신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합니까.’도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기엔 작품은, 터무니없이 밝다, 철부지 아이와 같이.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 하지만, 전자와 후자, 땡! 모두 틀렸다. 두개의 물음표 중 작품의 성질과 어떤 것이 적합하다,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나에게 작품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타인의 상처와 자신의 상처를 공유하는 것,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에어포트와 피크닉처럼, 두 개의 제목과 같은 것이라고 해야할까.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종국에는 고개를 돌린다. 그게 내가 상처받았을 때 하는 행동이다. 그런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되려, 더 당당하게,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이 뻔뻔하리 만큼 당당하게 행동한다. 그럼으로해서 나는 내가 상처를 다 아물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직면이 아니라,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다. 「에어포트 피크닉」에서도 역시나,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상처과 동행하여 살기보다는, 꽁꽁 숨겨두는_ 작품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상처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니. 그것을 다루는 것에서 저자는 결코, 중년이 가지고 있을 법한 중후함과 가까운 진지함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는 언뜻, 저자 고은규의   「트렁커」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전혀 모르는 타인과 상처를 공유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그런 과정도 그러하겠지만, 무엇보다, 상처를 당연시 여기는 것. 그래서, 그대도, 나올 수, 있다,라는 일종의 암시를 주어 희망을 주는 것, 말이다. 나는 이러한 작가들을 통해, 상처는, 결코 내가 생각했던 물에 젖은 솜과 같은 무거움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_ 상처가 당연시 되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한다. 그것은, 비단 상처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은 말이지, 올곧하게, 나를 성장시켜줄 그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내 고리타분한 관념같은 게 머릿 속에 뿌리를 내려 누군가가 사정없이 내리쳐도, 흔들리지 않는 그 무언가와 닮았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이 작가를,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오밀조밀한 그녀의 문장으로 쓰여진 그녀와 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 그런거 말이다. 다시, 만나요. 우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