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공포를 느끼는 것에 있어서에도 강도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극도의 공포감까지 밀어넣을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이것은, 개개인의 차이라서 섣불리 ‘사람은 ~에서 가장 공포를 느낀다’라고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닐까. 가령, ‘너를 해치려는 자, 혹은 것을 볼 수 없다.’ 같은 것은 어떨까. 이것은 현재 폭풍적으로 상영되고 있는 「블라인드」 를 연상시킬 수 있는데, 극중 싸이코패스 명진(양영조 분)의 “너 나 보여? 난 너 보이는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온 몸에 돋는 소름을 주체할 수 없더랬다. 보이지 않는다, 혹은 볼 수 없다,는 것은 어둠 속에 나동그라지게 만들어버리는 까닭에 그것을 빌미로 무기력해지기 충분하다. 세상에 노출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당신의 이야기일런지도 모른다. _ 당신이 이 작품에 빠져든다고 가정할 때,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방어 혹은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어. 난 너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까!’ - 따뜻한 바람이 귀를, 빨간 머리카락을, 흰색 여름 원피스를 살랑거리게 나풀거리게, 펄럭이게 만들 만큼 그네 타는 것에 도취된 소녀가 있다. 아이는, 어지러움에 그네가 저절로 멈출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고요함이 찾아드는 동시에, 누군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아이는 볼 수 없다. 아이는, 깊고 아득한 까만 바탕만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까닭이다. 그렇게 아이는 사라진다, 감쪽같이. 그로부터 10년 후, 10살의 빨간머리의 주근깨를가진 역시 깊고 아득한 까만 바탕만을 보는 눈을가진 아이, ‘사라’가 사라진다....!

 

 

 

작품은, 여러 시선을 교차시킨다. 사라진 소녀, 사라 - 여형사 프란치스카 - 10년 전 사라진 소녀, 지나의 오빠인 막스 웅게마흐 - 그리고, 범인. 바로 전, 「인어의 노래」에서도 여형사, 프로파일러, 범인의 시선이 각기 교차되는 것이, 인물의 심리를 더욱 더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지 손가락을 흔쾌히 추켜들었던 서평을 쓴 적이 있다. 역시 「사라진 소녀들」에서도, 앞서 말했듯, 시선의 동선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지만, 그것을 숫자 1,2,3,4…로 써넣음으로 시선 교차가 이루어지는 것에 불만이 생겼던 것. (하지만 그 방법이 시선의 동선이 명확하다는 점을 모르진 않다.) 특히, 책을 처음 시작하는 1부에서는 인물 소개가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바로바로 끊길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부분은 무척이나 조잡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음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당사자(인물)을 알게 되니, 2부로 넘어갔을 땐 한결 나아졌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인물 소개에서 사건으로 넘어감과도 연관성이 있지만 말이다.

 

 

 

범인은, 유년기에 부모에게서 받은 학대, 무관심으로 방치된 현대인, 혹은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 때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며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어둠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어린 아이들을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곤충 (뱀, 거미)의 우리 속에 집어 넣고 아이의 행동 양상(부드러운 굴곡, 떨림과 흔들림)을 낱낱이 살피고 즐기며 자신의 성욕을 분출해낸다. - 하지만, 이 작품, 여타의 작품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열린 범행’... 범인은 아이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작가는 친절하게 일러주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범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그것이 공포가 아니라,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이 나의 몸 두려음의 신경계를 건드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작품을 접하는 도중 마다마다에 내 몸에 거미가 지나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몸을 부르르 떨며 몸을 털어내게 되는 것. 그런데, 당신도 예외는 아닐텐데...._ 혹시 두려움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가.어쩌면 두려움은 또 다른 생김새를 가진 어떤 보이지 않는 추상적일 수가 있다는 것. 당신도, 작품을 읽으며 그것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3-08-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네요.
인어의 노래는..아직..
창백한죽음은..읽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