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역
캐스린 포브즈 지음, 변은숙 옮김 / 반디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나서 어떤 것들은 무던히 애를 써도 서평쓰기가 애매한 것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것들을 두고 일컫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늘 언제나 그렇듯 그런 책은 어디든 존재하지만 이 책은 무척이나 정신이 없을 때 한번씩 들춰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중력은 제로인 상태로 봤다고 무방하리만큼, 그러나 결코 어렵지 않게 슥슥 읽었었더랬지,싶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두리번거린다하여도 딱히 이을 말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환승역」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눈길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푸른 표지와 처음 마주하였을 때, 가슴 깊숙한 그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싱그러움을, 손에 착 감기는 그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음에 방방 뛰는 기분으로 이 책과 함께 할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왠지 모를 허무함과 곁들여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배신감이 온 몸을 휘감고 있지만, 무임승차를 하기 위해 요리조리 갖은 수단을 동원하던 앨리의 모습에서 자신의 달러를 검수원에게 내는 앨리의 모습이 디졸브되는 순간 풉,하고 웃으며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앨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열 살의 앨리 혹은 앨리스, 아이는 마냥 천진난만하여 아이스크림과 휘핑크림과 같은 종류의 군것질을 하기 위해 무임승차를 꾀하지만, 그날따라 검수원의 눈빛은 사납고 주변 사람들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까스로 도착한 집에서 왜 늦게 들어왔느냐는 말에 '배고파'라는 말로 둘러대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아 자신의 말은 들으려고도 안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에 분노한 엄마 릴리와 로티 이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운동으로 이상을 쫓는 아빠 해리가 있지만 그를 이해하지 못한 엄마와는 이혼이라는 종착역에서 마주보게 되고 그럼으로써 아빠와는 두달에 한 번꼴로 앨리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페글리라는 하숙인의 서랍에서 훔쳐먹은 초콜렛은 입 안을 달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그로 인해 고약한 그가 걸어놓은 쥐덫에 손이 물려 달달 떨어야만 했고, 세상에서 뭔가 좋은 일을 하면 나중에 반드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p209) 라며 미니가 좇고있던 신념이 그녀에게서 냉정하게 돌아섰을 때, 어른들은······, 가끔 어른들도 힘이 없고, 또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p293) , 때때로······, 때때로 어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돌본다는 것을. (p303) 이라는 마음에 내키지 않는 그것들을 깨닫게 되며 세상의 이치들을 하나, 둘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또한 할머니에게 채 가 닿지 못한 라벤더 향이 나는 비누가 손에 덩그러니 놓여있지만 그것은 곧 라벤더 향을 좋아하는 다른 노파가 주워갈 것이고, 그는 라벤더 향을 풍기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앨리와 마주할지도 모르지.

 

 

 

글쎄, '환승'이라는 의미의 어원을 찾아가려니 갈아탄다, 라는 의미말고 또 어떤 의미로 작용할 수 있을지 한참 동안을 머릿 속에서 굴려보아도 여섯 가지의 숫자만이 새겨져있는 주사위처럼 정해져있어 다른 상상이 끼어들 틈은 물론이거니와 그조차 이미 결핍된 상태이다. 하지만 아마 작가도 그것을 삶에 반영하여 그런 제목을 지었겠지, 라는 생각이 드니 풉,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책을 다 읽고도 어떤 벅찬 느낌을 받지 못하였는데 고작 제목 하나에 작가와 교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워서. 하지만 곧 웃음을 거둘 수밖에 없었는데, 찰지지 못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조차 추악하리만큼 역겨움의 산물들이 넘실대고 있음에 읽어내리기에 거북함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라서 책을 중간에 내려놓고 읽기를 반복하며 결국은 휴,하고 내뱉어지는 한숨을 걷잡을 수 없었던 이유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세상의 이치들을 하나씩 깨닫는 즉시 세상에 대한 환멸감이 물밀듯 차오를 것이고 그 때에 아이의 순수성은 휘발되고 말 것이다. 그랬을 때 아이들이 무사히 환승역에서 갈아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성장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꽤 어둡다,고 말할 수 있는 「환승역」의 앨리가, 나의 유년 시절이, 그리고 인생에 수없이 환승할 기회가 찾아올 우리의 인생이 안녕하기를.

 
 

 

 

 

p129  맨 위의 서랍장을 잠거 두었다. → 잠가 두었다.

p148  "항상 문을 잠거 놓고 지내라고 그랬지" →"항상 문을 잠가 놓고 지내라고 그랬지"

p216  엄마의 말에 로띠 이모가 호응했다. → 엄마의 말에 로티 이모가 호응했다.

p268  '움직이는 영상'라고 하는 게 나을까요? →'움직이는 영상'이라고 하는 게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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