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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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이 책을 손에 집었을 때 가장 첫 문단에 씌어진 이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고 되뇌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을줄 알았던 이 책은 조금은 가벼울 줄 알았다,는 나의 완전한 오산이 무척이나 오랜 시간동안 이 책을 읽어나가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이런저런 잡념들로 가득 차있어 75페이지를 읽는 동안에도 이게 무슨 내용인지 장황하게 늘어진 활자들이 질서정연하지 못한 나동그라짐을 경험해야 했기에 다시 첫 장으로 넘어가는 손길은 바스라질 듯이 위태롭기만 했다. 그러나 또 다시 같은 페이지인 75페이지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라는 마음을 안간힘을 쓰게하면서까지 마음을 다스려 정독하게 했던 까닭은 무엇이었는가. 실은 아직까지도 뒤죽박죽으로 얽히고 설킨 이 책은 나에게 있어 마구잡이로 집어올린 물고기를 눈 앞에 들이밀며 이 물고기의 이름이 무어냐,라며 재촉하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머릿 속의 능란함을 서평을 쓰며 다시금 느끼고 있는 중이고, 또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책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에 대해 이미 끊어진 회로를 간신히 이어 머릿 속의 전원을 켜 굴려야하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독자인 내가 보았을 때 집착이라 생각되는 것을 그는 거침없이 사랑이라 부르는 그것,때문에.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이 책을 쓴 이처럼 보이는 저 소년은 누구인가. 그는 인간인가, 괴물인가, 혹은 외계인인가. 그렇다면 그의 이름은 막스 티볼리인가, 아스가르 반 달러인가, 리틀 휴이인가. 나는 이미 없어졌을 그,의 고백을 경청하며 머릿 속 한 귀퉁이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부분들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나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내게 있어 막스 티볼리였고, 또 그것은 내가 이 책을 기억하는 한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으로 기억 속에 자리잡고는 가부좌를 튼 채 꼼짝도 하지 않음에 그가 막스 티볼리라는 명백한 사실은 의심할 여지도 없음을 깨닫기에 이른다. 감히 '그는 몇살의 누구다'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그,는 태어나자마자 쭈글쭈글한 노인의 나이인 일흔의 나이로 태어났지만 거꾸로 나이를 먹어가는 그는 어떠한 의학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없고, 그에 따른 해결 방법은 오로지 어머니에게 들은 "사람들이 네 나이가 얼마쯤이라고 생각하면 그에 맞춰 행동 해야 한다." (p38) 뿐인 그가 할 수 있는 선택 역시, 단지 그것뿐이었을 것임에 급작스레 마음 속에 불어 닥쳐온 서늘함이 비단 가을 바람때문만은 아님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그제야 명치 끝이 저려옴을 느낀다.

 

 

 

내가 이 책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부분을 꼽자면 앨리스와 재회를 했을 때부터 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의 이야기는 앨리스가 누군지,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에게 알려주는 목적성마저 결여되었더라면 버리라면 버릴 수도 있고, 잊으라면 잊을 수도 있을 만큼 나에게 있어 이 책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지 못했음을 확신한다. 그렇기에 소설에서 추구하는 재미마저 느끼지 못했으리라. 어찌됐든 막스 티볼리에서 아스가르 반 달러라는 무척이나 괴상망측하게 생각되는 이름으로 남몰래 앨리스와 재회를 한 그 순간,에 그의 앞에 펼쳐진 그 생 역시 괴기하다. 실상 그의 고백,이랄 것 없는 이야기가 혹자들에게는 당연히 만점으로 치닫는 이 책이 나에게는 앨리스라는 여성에 대해 사랑을 애걸복걸하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아 구차하다,라는 생각이 가득 메워진 채 이 책의 마지막을 덮을 수밖에 없는 것을 속상해해야만 했던 책이었다.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집요하리만큼 추악한 그의 사랑에 손발이 떨리며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듯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 책을 읽고 있던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잠시 걷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 한적한 공원에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그렇게 했었고, 꽉 막힌 곳에서는 책갈피를 꽂지 않은 채 과감히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그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은 썩은 밤을 베어 물고 입 안 가득 퍼지는 썩은 내를 알아차렸을 때. 그 고약한 향기,라고 이야기한다면 막스는 내가 자신의 사랑을 능욕하였다며 길길이 날뛸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그가 그렇다 한들,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랑이라는 추악함의 결정체 앞에서 우정이라는 고유명사 앞에 '처연함'이라는 말을 붙이게 만든 그의 사랑을 옹호할 수는 없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정독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그녀의 커피 잔 속에 떨어진 달을 보았다. 커피 잔 속에서 나방처럼 꿈틀대는 달. 그때 나는 보았다. 그녀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말없이 그 달에 키스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가 커피를 식히기 위해 그 표면에 입김을 불어 골을 낼 때 달이 폭파되어 산산히 흩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p103)  이와 같이 나같은 이는 생각하지도 못할 범접하기에도 이처럼 부담감이 들면서도 흠뻑 젖게 만들어버리는작가의 서정적인 문체들,이 아니었던가, 싶을 정도로 심장에 펌프를 달아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벌떡거리게 만드는 문장들이, 눈에 반짝거리는 별들을 수놓아 주어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뭐랄까, 시를 읽는 것과 같이 감상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태연자약한 마음 속에 불구덩이를 지핀 것과 같이 뜨겁게, 또 시리게 만들어주는 그 문장들의 행렬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감히 매초롬하다,라고 칭할 수 있는 문장들이 그의 손 끝의 펜대에서 데구르르 - 구르고 있는 모양새로 나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잣대는 사랑이라는 것에서 더 이상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빈약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를 하려고 해봐도 이해되지 않음에 내가 준 별 세개는 순전히 책에 들어있는 작가의 필력에 대한 몫이지, 책 자체에 대한 점수는 미안하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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