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or of Water: A Black Man's Tribute to His White Mother (Paperback, 10, Anniversary)
McBride, James / Riverhead Books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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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r of Water : A Black Man's Tribute to His White Mother'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뒷길 쪽으로는 유난히 공장이 많은데,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나는 그들이 나와 다른 피부와 다른 언어로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불쾌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왠지 모를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하게 된다. 한번쯤 악의없는 눈길이 그들에게 닿을 때에는 그것이 변질되서 조금 다르게 가닿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쳐다보는 것조차 꺼려지게 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한번은 서툰 한국말로 나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는데 처음엔 나에게 물어보는 것인줄을 몰라서 대꾸도 안하고 뒤늦게야 알아챘더랬다. -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끝끝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를 못해서 베트남 사람인 것 같음에도 sorry를 연발했다 - 그러나 내가 그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나를 부르는 건줄 몰랐다는 것을 그들은 알 턱이 없으니 그런 악의없는 행동에서 마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공장은 학벌이 높아지며 공업의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은 꺼려하고 있기에 노동력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공장 오너가 한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선적으로 인건비가 싸고 그만큼 부려먹을 수 있는 이유에 있다 그들은 그런 이유에도 한국인들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해내고 - 간혹 그러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을지언정 -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우리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들 중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묶여 일했으니 마땅히 받아야할 최소임금마저도 받아내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제대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 그들은 또 오늘 하루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에게는 이미 두 차례의 이름이 거쳐갔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지극히 유대인의 느낌이 강한 루첼 드와즈라 질스카라는 이름과 미국으로 이민갈 때 불렸던 레이첼 데보리 실스키. 하지만 이름을 바꿔서 부른다 한들 그녀에겐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대에서 그녀가 받았을 상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 나는 사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못해서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못하고, 또 그래서도 안됨을 알고 있다 - 또한, 아버지의 성적학대와 노동착취는 그녀의 숨동을 조여왔고, 결국은 집을 떠나 백인이자 유대인인 그녀는 당시에는 몰매를 맞을 법한 - 사실은 여전히 남아있는 - 흑인 남성과 사랑에 빠져 두 차례 흑인 남성들을 남편으로 맞이하지만, 그들 모두 그녀와 아이들을 세상에 남겨두고 한 줌의 가루가 된다. 그리하여 첫 남편 맥브라이드의 성을 가진 아이 여덞과 두번째 남편 조던의 성을 가진 아이 넷을 키워야하는 그녀의 신세는 딱하기가 이를 데 없다. 차별이라는 것이 수면 위로 올라와 내려가지 않고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자 눈에 띄기만을 기다렸던 그 시대에 그녀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쳐놓고는 그 안에서 자유로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러나 그 울타리에서 빠져나가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해가 지기 전까지 들어오라는 규칙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어길 시에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에게만큼은 다른 곳에서 받는 악의 넘치는 끈적거리는 혀의 놀림으로 받는 상처들로부터 보호격리시키고, 또한 자신이 받았던 상처들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어미의 간절한 마음으로 그렇게나마 지켜주고 싶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갈 수록 까만 자신들의 피부와 하얀 엄마의 피부를 비교하며 묻기 시작한다. 하지만 루스는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면 어머니는 "신이 날 만드셨지."라며 말을 돌렸다. 백인이냐고 하면 "아니. 피부색이 옅은 편이지."라며 또 말을 돌렸다. (p29) 라며 자신의 뿌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입에 자물쇠를 채운 듯 그것에 관해서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난 흑인이에요, 백인이에요?" "넌 인간이야." (p106)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루스의 마음이 전해져 더욱 짜르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남편이 살아있었더라면 그 모든 짐을 루스 혼자 감당해내진 않았어도 됐을 거라는 생각에 그녀가 감당해내야 할 짐들이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엄마는 이러이러했었단다, 라고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상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면 그녀 못지않게 아이들 또한 정체성 혼란을 덜 겪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혼자 뒤늦은 한숨만 폭폭, 내쉬어본다. -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독자들이 꽤나 많겠지만 - 우리가 자라 십대와 대학생이 되어 바깥 세계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엄마가 그토록 애써 만들었던 세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p110) 결국에 무너진 루스가 만든 성을 다시 만들기엔 몸과 마음이 커버린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교육은 허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나는 백인이든지 흑인이든지간에 우리가 그냥 한 색깔이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 어른이 된 지금은 두 세계를 배경으로 가진 것을 특권으로 느끼고 있다. 나는 단순히 흑인으로서의 관점만이 아니라 유대인의 영혼이 일부 들어 있는 흑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p118)

 

 

 

 



하지만 이들이 온 몸으로 인종차별이라는 시련을 겪어낸 것 같지는 않다. 인종차별을 겪어냈다라는 것은 그 사람의 삶뿐만이 아닌,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품어줄 수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귀를 막고 청각장애인과 같은 상태로 다른 사람들은 침범할 수 없는 울타리를 치고 살았다는 것인데, 나는 그에 좀체 호응을 할 수가 없었다. 책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저 겁쟁이처럼 살아갔을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양상으로 생각해본다면, "저기 깜둥이 새끼들을 데리고 있는 여자 좀 봐." , "저 흰둥이 암캐좀 봐." , "니그로한테 미친 여자." (p40) 라고 욕지거리를 해대는 미국 힘없는 약자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더 이상 할 말도, 해야할 말조차 찾지 못했다.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그 중 누구 하나 끄집어내지 않는 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사악한 진실들을 구태여 거론해가며 이 책을 설명하게 된 것을 굉장히 원통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이 모든 이야기가 비단 이웃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작년이었던 2009년에 국내 첫 인종차별 사례가 있었다. 보노짓 후세인 교수가 한국에서 서른 남짓 먹은 한국인 남성에게 욕을 들은 것이 발단이 된 그 사건은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에게조차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조사를 받고 그것은 올해에 처음 인권위에서 인종차별로 결정 내렸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사건들이 접수됐지만 그것이 권고된 적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가려는 시대에 반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은 현저히 뒤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말로만 글로벌, 글로벌 줄기차게 떠들어대고만 있지, 그것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사회에게 던져진 과제라고 생각하는데, 사회는 우리에게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고, 그저 자기를 믿고 따라오라며 손짓하고 있을 뿐이다. 차별이라는 것. 감히 같은 인간으로서 누가 누구를 구분짓고, 누가 누구를 어떠한 이유로 홀대할 수 있는가. 우리에겐 과연 그럴 권리가 주어져 있는지 그걸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권리가 있다면 당연히 박탈해야 옳지만 그럴 수 없는 까닭은, 우리에게는 그러할 권리가 본래부터 주어지지 않았기에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사회의 첫 단락인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사상에 매무새를 갖추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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