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왕국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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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정신을 부여잡고자 선택했던 '천년의 왕국'. 하지만 벨테브레(박연)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보았던걸까? 며칠 전 읽었던 '소현'에서도 책의 중반부가 갈 때까지 집중이 안되고 정신산만이라는 상태에서 책이 진행되는 것을 느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 책은 역사가 박연이라는 인물을 돌보았다는 정확한 단서도 없고 '~했을것이다'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에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김경욱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탄생한 작품이다. 이 책은 일본으로 가는 길에 중국 해적선과 폭풍을 만나 배가 표착되어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 하며 낯선 땅 조선에서 이방인으로 살다간 네덜란드인들의 이야기를 김경욱이 거침없는 문체로 잘 세심하게 하나하나 표현해주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데니슨에게 이 왕국에서의 삶은 빨리 깨어나기만을 바라는 악몽인지도 몰랐다. 데니슨은 자신에게 닥친 삶의 불운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었으므로 눈 앞의 모든 것을 부정했다.(p132) 이와 같이 이방인인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데니슨은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던 중 결국 데니슨은 고향이 아닌 조선의 땅에서 굶어 죽는 벌에 처하게 되지만, 나는 그의 선택이 그릇되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데니슨이 죽고 벨테브레(박연)가 시도하는 탈출에 대해 에보켄이 충고한다. "선장, 우리는 국왕의 말대로 여기서 생을 마쳐야 할지도 모르오. 바다 건너에서의 삶을 빨리 잊는 것이 새 삶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소? 우리가 평생토록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뿐이오. 어제를 그리워하고 내일을 두려워하는 사이 오늘이 손가락사이로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소."(p252) 우리가 살고 지금은 오늘이고 오늘보다 소중한 것은 없기에 에보켄의 말에는 깊은 공감을 표한다. 하지만 편안한 현재에 안주하려는 에보켄보다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벨테브레 쪽에 난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조선. 이었지만 작가가 한국작가라 그런지 사실 많이 와닿지는 못했던 듯 하다. 그러나 그 소재만으로도 참신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임엔 분명하다. 비록 정신이 왔다리 갔다리한 상태에서 읽은 책이라 많은 감명을 받진 못했지만. 다음에 한번 더 읽게 된다면 그 땐 처음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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