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홍차 1~2 + 티다이어리 세트 (3종 중 1종 랜덤)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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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의 사전적 의미를 본다면, 찻잎을 발효시켜 마시는 차-라고 나와있다. 그렇다면 나는 차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아는 홍차는 그리 많지 않다. J가 데이트할 때마다 주문하던 얼그레이와 내가 좋아해서 몇 해째 찾는 (홍차는 아니지만) 국화차, 캐모마일, 그리고 중간에 여기저기서 마셔보고 입맛에 맞는 차들의 이름을 몇 알고 있다. 결혼하면서 홍차라고 하여몇십 개의 차를 들였는데, 거기엔 홍차와 허브차가 있어서 나는 그걸 이제까지 홍차라고 착각하고 있었던듯. 게다가 홍차카페에도 허브티가 있어서 별생각을 못하기도 했고.

어쨌든 내가 차를 마시는 건 향이 좋고 맛있어서인데, 나는 아무래도 예쁜 잔에 마시고 싶어서 차를 마시는 건 아닐까 - 하고 착각하기도 한다. 흐흐. 근래에 홍차카페에 몇 번 다녀오면서 러브미라는 차를 접했고, 오, 이거 괜찮다. 라며 갈 때마다 러브미를 주문했다. 이제는 내가 사서 마셔보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튼, 홍차에 대한 관심이 하나둘 생기다 보니 도서관 커피와 차에 대한 코너까지 와버렸고, 그중 <오늘은 홍차>가 눈에 띄었다. 궁금증에 안을 살펴보니 만화책이네. 만화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라 머뭇거리는데,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그림이다.

+ 얼그레이가 남자의 홍차라는데... J는 남자네. 그래, 여자는 아니니까... 며칠 전에 간 홍차카페에서도 얼그레이 젠틀맨을 시킨 J였다.

쉼표가 필요할 때마다 홍차를 마셔봐요.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있을 거예요.

책을 읽는 내내 곁에 차를 두고 홀짝거리며 읽었다. 욕심 같아서는 챕터마다 나오는 홍차를 마시며 공유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 홍차들은 내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게 있는 각기 다른 차들을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차를 마시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차를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급하게 마셔도 그 맛을 알 수 없고, 너무 천천히 마셔도 그 맛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 시간 동안 나는 다른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우려지는 걸 보면서 내 마음을 환기시킨다. 그렇다고 뭔가를 하는 건 아니고, 멍하니 차가 우려지는 걸 바라보는 일이다. 그게 뭐라고, 마음이 열리는 느낌마저 받기도 한다. 홍차카페에 가서 이미 알맞게 타놓은 차를 마시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한 템포씩 쉬어가는 일, 나도 책을 읽으며 조금씩 쉼표를 찍었다. 이토록 자발적인 쉼표라니.

111. 사랑이건, 일이건 타이밍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급하게 결론지어야만 할 때 사람들은 꼭 남들이 정해둔 방식대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서 일을 완전히 망치는 건 아니에요.

타이밍을 놓친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밀크티를 마실 수 있잖아요?

천천히 해답을 찾아요.

미우 씨 마음속에 있는 단단한 심지를 믿고서.

뭐든지 타이밍, 하지만 그 타이밍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내게는 직장이었다. 단속을 해도 내 손가락은 제멋대로 움찔거리며 나를 노동인구로 만들기 위해 무지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으니까. 지금 안 하면 안 올 것 같은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좀 더 집중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좀 더 단단하게 해보도록 한다.

162. 매일 기울이는 노력, 일상의 작은 일들을 정성을 다해 마무리하는 것.

누가 봐주지 않아도, 아무도 멋지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거야.

어쩌면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공복물을 마시고 필사를 하고 영어회화를 끄적거리고 듣고 따라하고 책을 읽는 이 단순하고도 반복되는 루틴을 가끔 나는 왜 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킨다거나 이거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좋으니까. 나는 이게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결국은 나는 정말 쓸모없는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고, 이 쓸모없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행하는구나. 내 일상은 또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 213. 홍차의 쓸모는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 바로 그것에 있다. 나의 일상은 나만의 쓸모없이 소중한 만족감으로 탄탄하게 채워지고 있다.

데이드림, 폼폼밀크티, 다즐링, 초콜릿 밸런타인, 벚꽃 홍차, 아쌈, 테일러스 캔디, 모모우롱, 얼그레이, 네팔 홍차

숲 토닉, 송 오브 바닐라, 얼리 모닝 티, 매화의 꿈, 밀키 블루, 로즈 히말라야

기회가 된다면 조금씩 맛보고 싶다. 이 홍차를 마실 때 만화책에서 본 컷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

1. 아, 찻잔 사고 싶다.

예쁜 찻잔을 구경하러 가야겠다.

오프라인이면 더 좋겠는데.

2. “애프터눈 티를 마시려고 떼어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지요.

타샤 튜더 할머니를 만나서 얘기 좀 해야겠다.

3. 홍차, 홍차, 홍차...

입에서 홍차라는 동글동글한 말이 데구르르르르 굴러다닌다.

4. 나는 내가 좋아하는 캐모마일을 마시러 가야지 총총

_책 속의 문장 (1권)

78. 차를 마시는 건 내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 같아요.

코에 닿는 향, 혀에 닿는 맛, 목에 넘어가는 물줄기를 가만가만 더듬어보면

아주 세밀한 향기와 미묘한 감촉이 느껴져요.

몸과 마음이 밀착되는 느낌이 들면서 내 마음이 말하는 게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요.

이 감각이 바로 ‘나’구나.

110. 홍차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죠.

너무 길게 울리면 떫고 검은물이 돼버리니까.

_책 속의 문장 (2권)

147-148. 차와 찻잔도 어울리는 만남이 있어요.

색이 아름답고 맛이 깊은 홍차는

담백한 찻잔이 차의 섬세함을 살려주지요.

반면 맛과 향이 복잡한 가향 차를 마실 때는

찻잔도 색과 무늬가 화려하거나 모양이 재미난 것을 꺼내죠.

홍차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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