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상담 - -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17명의 상담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최고야.송아론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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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든 일이 들이닥쳤을 때,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 때, 주변 지인들은 내가 상담 센터에 방문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은근하게, 조금은 강하게 권유를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병원의 원장님은 “괜찮다고요? 근데 아직도 울잖아요. 꼭 가봐요, 꼭.”이라고 갈 때마다 말씀을 하셔서... 그래서 오히려 그 병원을 못 가고 있다. 전보다 나아졌지만 뜻하지 않게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기에.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게 어떤 일이 생겼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게 되면서 치유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치유를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내게는 그것이 죄책감과 같을 것이어서. 너무나 힘들었던 것이라도, 그게 가끔 표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하나쯤은 마음속에 묻어두어도 된다고 혼자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과 괴로움으로 삶이, 일상이, 하루가, 너무나도 힘이 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낫다. 시간이 지나 무뎌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때가 오기도 하니까. 그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더더욱.

나는 심리 상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타인을 상담하거나 치료를 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살면서 힘든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나와 내 가족을 다시 수면으로 올리기 위해서.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아픔들에 공감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 공감하는 방식이, 나는 여전히 너무나도 어렵다. 사람마다 아픔에 공감을 원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 내가 공감하는 방식이 다시 아픔이 될 수가 있어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때 그 위에 자신의 안도를 살포시 놓는 경우를 왕왕 느꼈다. 그것은 볼 수 있거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느낌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실체는 없어도 분명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다. 기쁨보다 슬픔에 대해 더 단속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나는 조금 다른 이유로 슬픔을 잘 위로하는 사람이기보다 가감 없이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는데, 어쩌다보니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17명의 상담사례를 쓴 <벼랑 끝, 상담>을 읽었다. 상담사례 하나마다 전반적인 스토리, 내담자 증상 진단, 치료 순으로 되어있다.

환경치료, 명상 최면치료(억눌린 감정 풀어주기, 내가 나를 인정하고 위로하기, 부정적인 장면 없애기, 세부감각 지우기, 부정적 감정 없애기,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 긍정적 감정 덮어씌우기, 부정적 분아 내보내기), 인지치료(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 자화상 그리기, 내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것들, 생각바꾸기, 신념 바꾸기, 집단상담), 상황극치료, 놀이치료, 감정치료, 코딩치료(게임), 입장 바꿔 생각하기, 목표설정, 연기치료, 타임라인, 행동교정하기, '어린 나' 만나기, 영웅의 여정, 서로에게 담아준 것, 서로의 문제 알아보기,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의 길 이라는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추려 내담자의 상황에 맞게 여러 치료방법들을 적용하며 내담자를 치료한다.

마음을 가장 크게 술렁거리게 했던 것은 환경치료였는데, 환경치료라는 것은 내담자를 힘들게 했던 대상을 각성시키는 작업이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시키고 내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유도한다. 그렇게 해서 내담자가 처한 ‘부정적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것이었다. 쉽게 사과를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사과를 하지 않으려고 박박 우기다가도 결국은 사과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사례엔 등장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내가 그 내담자가 되기라도 한 듯 마음이 콕콕 아팠다.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가해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니.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은 그럴 때 갚으라고 있는 것일 텐데...

“심리치료의 최종 목적은 내담자를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거야. 그냥 심리치료만 땡 하고 끝나는 게 아냐.”

요즘의 내 상태는 무척 평온하고도 고요한 상태인데, 상담사례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읽으며 세상에는 여러 이유로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고요한 마음에 여러 개의 돌멩이들이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주변의 누군가들은 마음에 병이 들어 삶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며, 몇몇의 얼굴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런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의 그들은 완벽한 타인이지만, 그들의 치료 과정에 나를 욱여넣어 나 역시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저기, 상담 좀 할 수 있나요.”




_오탈자

17. “환경치료는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환경치료가 되지 않으면 상담은 실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말하는지 사례를 보도록 하자.” → 2번 반복되어 있다.

41. 두 번째 사례에서 내담자의 이름이 첫 장에서는 연희 이후에는 지윤으로 되어있다.

361. 왜냐면 그사 람 시점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거든. → 그 사람

361. 마치 너에게 문제가 있 는 거 같으니 가보자 → 있는 거

(이건 오탈자는 아니지만 잠시 멈칫했던 부분)

178. 그래서 그 사람이 쓴 글을 보면 항상 악이 승하고 선이 져. → 악이 이기고 선이 져 혹은 악이 승하고 선이 패해

라고 쓰는 게 더 읽기 쉽지 않을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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