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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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는 나에게 친숙해질 예정인 나라였다. ‘친숙해질’이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2020년의 여행지로 우리는 조지아와 터키를 꼽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2019년에 이미 대한항공에서 조지아 직항을 두어 달의 기간 동안 운행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면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직항이 생기지 않을까? 하며 희망을 품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이 시작되기도 전에 갑작스레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할 이유가 생겼고, 그 이후에는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그때로부터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를 볼모로 잡고 놔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꽉 막힌 채로 지낼 수는 없기에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라는 협약이 새로 생겨났다. 아무래도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트래블 버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언젠가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조지아로 가는 항공편을 찾아보겠지?



저자는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 카즈베기, 다시 트빌리시, 시그나기, 메스티아, 다시 트빌리시로 여행을 한다. 다른 지역을 가려면 트빌리시를 꼭 거쳐야만 한다니 말이다. 나는 여행을 갈 곳을 정하기만 했지 루트를 짜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의아한 마음에 조지아 지도를 펼쳐보니 정말 그렇다. 이 이야기를 j에게 했더니, 그는 “꼭 대전 같네?”라고 말했지만, 트빌리시가 교통의 요충지라고 하기엔 어쩐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다른 방도가 없어서 무조건 트빌리시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라 이동 시간의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정말 교통의 요충지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교통의 요충지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무래도 트빌리시에 사는 사람뿐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녀의 조지아를 구경했다.




조지아의 날씨는 9월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저자가 체감한 카즈베기의 9월 날씨는 변덕이라고 했다. 카즈베기는 카즈벡 산 트레킹을 목적으로 한 여행자들이 많은데 날씨가 가장 좋다고 하는 9월마저 변덕이라니,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날씨가 선선하다는 10월의 피렌체에서 우리는 습기와 더위를 느껴 반팔을 챙겨가지 않은 것을 기억해내곤 그때의 날씨운이 아닐까 살며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트레킹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카즈베기까지 가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마 다녀오면 살이 5kg 정도 빠진다는 전제하에 다녀올 수는 있을 것도 같...고? 하지만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하니 여행지에서 살짝 뒤로 슬쩍 밀어본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트빌리시를 가야겠다. 아니, 트빌리시만 가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우선 왔다 갔다 하는 이동 시간과 그에 맞먹는 피로도를 이겨낼 재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내가 가고 싶었던 이유도 트빌리시의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사진을 지금은 찾을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조금 지루해서 한 지역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시그나기는 어떨까? 싶었다. 와인을 저렴하게 사오기 위함이라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은 포르투갈의 신트라를 조지아의 시그나기에서 설핏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참, 책에는 포르투갈이 종종 언급이 되는데, 포르투갈에 대한 저자의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때마다 나 역시 포르투갈이 와락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저자는 조지아의 한 줄 평을 <유럽의 동남아>라고 했는데, 까닭으로는 유럽이 품은 자연과 올드시티의 이국적인 분위기, 아직은 발달이 덜된 교통편과 도시 상황, 저렴하기로는 최고인 물가를 꼽았다. 내가 이제까지 여행을 다닌 곳은 (선택사항에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물가가 대체로 저렴한 편이었는데 조지아도 그렇다고? 라고 말하고 혼자 웃었다. 그러면서 나를 맞이할, 내가 다녀올 조지아는 어떨까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어쩌면 허황된 꿈을 꾸는 것 같은 착각이 고개를 처든다. 책을 읽으며 조지아의 지도부터 시작하여 단편적인 면모들을 보았지만, 현재 나는 떠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언젠가의, 나의 그루지야를 꿈꾼다.





덧. 그러나저러나 조지아의 언어가 너무 귀엽고 동글동글해서 그림 그리듯 그려보고 싶어서 몇 번을 그려보았다. 눈으로 봐도, 손으로 그려봐도 참 귀엽지만 강단이 있어 보이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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