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든 우리가 있어
김혜정 지음 / 리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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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비울 것들을 찾곤 한다. 비움을 시작하며 들이는 것을 적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단지 나의 착각이었음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보다 돈을 적게 썼으니까, 이번 주엔 택배도 거의 안 왔잖아-라고 했지만, 하루에 한 개의 물건을 비우면 꾸준하게 하루에 두어 개의 물건이 집으로 들어왔다. 이는 집에 들어오는 물건을 기록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 아,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하는 것을, 시시때때로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도 환경에 대한 책을 꾸준하게 읽으며 경각심을 번쩍번쩍 일으켜 세우자는 내 취지에 맞게 책을 고르게 되었다.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매우, 무척이나 무겁게 다가오는 책, 작가 이력 밑에 '지구라는 별 위에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을 위해 앉아서 눈물만 흘리기보다는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그렸습니다.’라고 쓰여있었던 책, <어디에든 우리가 있어>

 

 

 

빛나는 도시를 위해 빛을 잃는 사람들

그들의 아픔이 강이 되어 흐른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책이었다. 핵 발전, 비자림로 도로 확장,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설치,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500년 된 가리왕산의 원시림이 훼손된 것 등에 관한 내용들도 짤막하게 한 페이지 정도에 담아내었다. 그것들을 보며, 그야말로 눈앞에 “이건 명백하게 니네들이 잘못한 일이야.”라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씩 그 사실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당혹스러움과 혼란스러움에 그 사실들을 자꾸만 옆으로 밀어냈다. 변명하고 핑계를 대는 애처럼, 아니야. 잠깐만 내 말 좀 들어줘-라고 하다가 금세,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 그래, 맞아. 우리가 그랬지. 내가 그랬어. 하고.

 

 

 

우리가 만나기까지 오백 년이 넘게 걸렸어.

나는 너희들의 현재이자 과거이고 다가올 미래야.

나를 지켜줘. 내가 너희를 지킨 것처럼.

 

 

 

최근에 동화사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여러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는데, 바로 ‘구름다리 사업’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다녀온 이후에 찾아보니 철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 어떤 이유보다 수행 환경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조계종의 동의가 좀처럼 내려지지 않았고, 동화사 소유 부지 매입이나 사용승인 없이는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철회를 한 요인이 컸을 테지만 정말 최선을 다하여 철회를 위해 반대를 해준 많은 이들의 덕택으로 많은 나무들을 살릴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고 기쁜지 모른다. 동화사는 개인적으로 많이 뜻깊어서 더욱 기쁜지도.

 

 

 

곧, 식목일이 다가온다. 새로운 묘목을 심을 것이 아니라, 우리는 있는 나무들을 지켜야만 한다. 인간의 욕심으로 모든 자연을 훼손하면 안 됨을 알아야 한다. 집에 있는 식물이 조금만 주눅 들어있거나 토라져있어도, 얘가 도대체 왜 이럴까 생각하게 된 나는, 세상의 나무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인간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마셔 산소로 내뿜는 나무들의 기특함에 우리는 기꺼이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야만 한다. 가장 최근에 리나가 수명을 다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집의 온도가 문제가 된 것 같은데 겨울을 이겨냈다면 따듯한 봄을 함께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서운함에 눈물이 찔끔 흘렀다.

 

 

 

책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들에 관해서도 나온다.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로 물어다 주는 새, 물에 떠있는 비닐봉지를 먹으려는 곰, 기형인 발을 가지고 있는 비둘기,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갈매기, 닭장에서 알만 낳게 되는 닭, 겨울 외투가 되는 너구리, 그리고 우리를 떠날지도 모르는 사과...

우리 함께 살자. 사람도, 식물도, 동물도. 함께 어우러져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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