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선생님만 아는 초1 교실 이야기
김도용 지음 / 생능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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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아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른들이 써내는 아이들의 일상은 궁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겠다. 아이가 어떤 놀이를 하셨고 저녁을 드셨고… 그런 단어들에 눈살이 꽤 자주 찌푸려지기도 하고, 어른들의 입맛에 맞게 과장된 표정, 행동, 말을 할 때는 아 이건 좀...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들에 관심이 많아서 멀리서 관찰(관음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는 걸 좋아해서, J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가 미루고 미루었던 <어린이라는 세계>를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기에 비슷한 주제에 기웃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 쓴 1학년들의 기록’이랄까. 그런데 이 책을 손에 들고 나는 겁에 질렸다. 잘 읽을 수 있을까_ 싶어서. 그런데 이 책, 아침마다 힐링하면서 읽었다. 귀여운 친구들이네!라며. (참고로 구성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다.)

 

학생 : 선생님, 저 같이 사는 오빠(이 표현도 이상하지만)가 몇 살이게요?

나 : 14살?

학생 : 아니요.

나 : 그럼 14살보다 많아요? 적어요?

학생 : ….

나 : ….

학생 : 12살이에요.

그래, 수의 크기 비교는 아직 어렵지.

 

 

학생1 : 뱀 어떻게 써요?

나 : 모둠 친구 중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

학생2 : 저요!

학생3 : 선생님은 ‘뱀’ 모르는 거 아니야?

 

 

나 : 편지 쓰면서 힘들었던 사람?

학생1 : 저요!

학생2 : 저요!

나 : 그러니깐 더 소중한 거예요. 편지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부모님은 여러분을 키우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학생1 : 맞아요. 우리 엄마는 저 키우느라 힘들어 죽겠대요.

학생2 : 우리 엄마는 너무 힘들어서 안 키우려고 했대요.

 

 

학생1 : 너 왜 아침에 나랑 같이 안 갔어?

학생2 : 아침에 전화 안 했잖아?

 

 

크큭 거리며 웃어댔다. 귀여운 친구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1학년이라고 해도,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소위 말해 까진(?) 애들도 있을 것 같고... 그런 것들이었는데, 웬걸. 그 반대였다. 교가는 학교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더니 계속 불러서 학교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짝짓기 놀이에서 한 명을 내보내야 이기는 게임에서, “한 명이 빠져야 하는데 그럼 떨어진 사람이 속상할 것 같아서 못했어요.”라며 세 명 모두 아웃당한,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친구를 여럿이서 안아주는, 여자 화장실을 쓴 남학생의 이유는 고작 여자화장실이 더 깨끗해 보여서라는, 화장실에서는 얼룩이 없었는데 교실에 들어오니까 묻었고, 교실에는 OO이가 있었다는, “사물함에서 색연필이랑 종합장 가져오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선생님께 색연필과 종합장을 내밀더라는, TV 모니터의 글씨를 크게 해주었더니 “선생님, 글자가 가까워졌어요!”라는, 학교를 다니는 12년 중 가장 순수한, 초등 1년생.

하지만 역시 세대 차이는 세대 차이인 건지, 아이들이 코딩을 배우고 로봇과 같은 공간에 있기도 하고, 친구에게 왜 카톡을 안 하냐고 묻기도 하고, 교가를 유튜브로 듣기도 하는 지금의 어린이들이 나는 마냥 신기했다.

 

 

이 책은 1학년이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96일째, 그 기록이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사회생활 미리 보기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학교에 와서 사회생활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텍스트로 읽는 것만으로도 흐뭇했고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했다. 작지만 중요한, 어쩌면 우리 삶의 시작이며 전부일지도 모르는 일들을 배우게 되는 1학년. 이를테면 시작종이 치면 교실에 들어오기, 차례 기다리기, 친구와 대화하기, 선생님 말씀 잘 듣기, 자기 물건 정리하기, 화장실 사용하기 등. 우리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믿고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잘 전달되었다. (하지만 예쁘다와 못생겼다는 말에 대한 접근은 농담이어도 좀 자제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인사가 매일 들리던 그때를 기억하고, 그때가 조속히 오기를 바라며.

 

 

띄어쓰기 134. 히에 다가 미음히에다가 미음

오탈자 137. 쓰레받기 버리고, 가방 매세요.가방 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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