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
이종산 지음 / 아토포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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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식물칸에서 어슬렁거렸는데, 식물을 키울 때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서적들만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식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에세이인데... 하며 발길을 돌려 소설이나 한 권 더 빌려야지-하고 소설칸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칸을 잘못 찾았다. 여기가 아니잖아? 여긴 에세이인데. 다시 소설칸으로 가자-하다가 눈에 띈 <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_

저자는 무언가를 기르는 것에 소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처음 길러본 동물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 186페이지 중 65페이지를 할애한다. 나는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기는 하지만 텍스트로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찾아볼 정도로 즐기기도 한다. 단지 내가 함께 공생할 일은 앞으로도 없다는 것뿐이지. 하지만 나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려는 게 아니라 식물 에세이를 빌려온 거거든, 이렇게 동물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거라면 굉장히 곤란해-라는 식으로 굉장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읽다 보니 이건 식물에 대한 이야기인지, 동물에 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본인이 이제까지 기르던 것들을 총체적으로 나열하고 싶은 건지에 대해 헷갈렸다. 분명 에필로그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식물도감 : 시적 증거와 플로라>라는 전시를 보고 식물에 대해 마음을 빼앗겨버렸다고 고백했는데, 왜 자꾸 동물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지... 하며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때 즈음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19. 기르기는 행복과 슬픔이 공존하는 일이다.

저자는 식물교이고, 포켓러브라는 반려 식물도 있다. 식물을 많이 키워야만 식물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나뿐인 반려 식물이라면서 포켓러브를 위한 지면은 쌀쌀맞을 정도로 적다. 자신의 반려 식물인 포켓러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식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확인하고 싶었다. 결국 나는 본인을 식물교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나는 이 책에서 찾지 못했다. 단지 식물을 빗대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책, 정도로 남을 것 같다.

덧) 냉해 입은 포켓러브가에 싹이 생겨났다는데, 잘 살아났는지 궁금하긴 하다.

* 나한테는 편견이 있다. 아니, 생겼다.

어느 순간 책에서 ‘잘 없다’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도대체 뭐가 잘 없다는 얘긴가?

그럴 때마다 책을 덮고 싶다.

92. 그 감탄을 바깥으로 거내놓는 일은 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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