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는다 - ‘하기’보다 ‘하지 않는’ 심플한 정리 규칙 46 스타일리시 리빙 Stylish Living 22
스도 마사코 지음, 백운숙 옮김 / 싸이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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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계속해서 느끼는 것이 “집에 뭐가 너무 많아.”이다.


그래서 나는 해가 바뀌기 전부터 하루 1개의 물건을 버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다가 해가 바뀌며 그것들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있는데, 그에 따른 장점 및 단점은 압박감 같은 게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버릴 것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얼마 안 남은 화장품을 꾹꾹 끝까지 눌러쓰며 버리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있는 것들을 낭비하며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던 것들을 그렇게나마 쓰는 것들도 생기니, 버려지는 입장에서도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 구석에 박혀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에 하나씩 버릴 것이 꾸준히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이상하기도 했다. 버리기 시작하면서 물건을 사는 것에 한층 더 신중해지는 내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먹어서 없애는 것뿐만이 아니라, 물건으로 남는 것은 특히나.


그러면서 올해는 두 주제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중 하나가 미니멀리즘에 관한 것이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품고 있는 내용 역시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겠지만, 읽을 때만큼이라도 좀 더 열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실질적인 바람이었다.


난 미니멀리즘은 아니지만 간결하고 정돈된 삶을 지향한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하지만 나는 어지름의 대명사에 가깝다. 내가 앉아 있고, 내가 누워 있는 곳에는 특정한 것들이 난잡하게 있는데,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을 때도 책 2권, 이면지, 볼펜 세 자루, 가계부, 각종 영수증, 일기장, 핸드폰과 충전기가 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으니, 그 정도면 말 다 했지. 여담으로, 나의 배우자는 책 제목만 보고 “이건 너랑 반대네.”하고 웃었다. 우쉬이...


책을 손에 들고 한번 휘리릭 빠르게 넘겨보았는데, 책의 주제만큼이나 책의 구성이 정갈하다는 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편안하다는 느낌은, 아마 거기서 왔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덤이고.


책의 첫 장에서는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트러지고 어지러워진다’는 엔트로피 법칙을 말하며, 중요한 것은 ‘하기’ 규칙이 아니라 ‘하지 않기’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바닥에 두지 않는 것’이다. 37. 바닥에 물건이 없으면 정리와 청소가 눈에 띄게 편해지기 때문,이라는데 문장만 읽어도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닥에 물건만 없어도 청소하기 전에 어질러진 것들을 청소하지 않을 시간이 확보되니까.


48. 충동적으로 정리를 시작하면 한 번으로 끝날 일에 두 번, 세 번 손이 간다. 또 어느 선까지 정리할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정리하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시간이 모자라면 어중간한 상태로 정리를 마무리하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딱 그렇다. 다른 곳들은 그렇지 않고 끝까지 정리를 하는 편인데, 내 공간인 화장대 정리가 가장 안 된다. 아마 책에서 말하는 ‘정리수납’이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수납’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편히 사용할 수 있게끔 물건을 수납하는 일’인데, 나는 버리기는 하나 애매한 것들은 또다시 화장대에 놔두기 때문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물건을 꽤 잘 버린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었나? 하며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재발견하는 순간들이 그렇게 왔다.


아무래도 매일 집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청소를 매일매일 하진 못하고 혹은 않고, 평소엔 대충대충 하다가 쉬는 날 하루를 잡아놓고 청소를 할 때가 더 많다. 평소에 조금씩 한다고 주말에 할 일이 덜한 것도 아닌데, 책에서는 매일의 청소와 특별 청소로 구분해서 하라고 한다. 특히 화장실이나 주방의 경우는 물때가 끼기 쉽기 때문에 한 번에 하려면 더 힘드니까. 맞는 말이다. 화장실 청소를 한 번 하고 나면 얼마나 진이 빠지는지,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니까. 그런데 이번에 안 사실은, 156. 화장실은 건강운과 관련 있는 것이어서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 하필 화장실이지... 나는 화장실 청소가 제일 싫어...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을 읽자마자 책을 덮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왔다... 원래 화장실 청소는 한 달에 한 번만 하면 충분(?)한데(??) 한 달에 두세 번 하게 생겼네. 크흡.


139. 매일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심플하고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157. 청소가 싫다면 오히려 매일 청소를 해보자. 매일 잠깐씩 청소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 더러워지는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때가 찌들기 전에 손을 쓸 수 있다.

집안일이 다 그렇지 뭐. 하면서 하루에 매일매일 해야 하는 청소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결국 내 화장대(...)로 옮겨갔다. 화장품을 쓰고 화장대 바로 옆에 있는 서랍장 위에 두지 않기만 실천해도 질이 향상될 것 같으니까 그걸 실천해봐야겠다고, 또 작심삼일식의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세면대를 매일 닦...는 것도... 해봐야...(휴)


163. 물건은 적을수록 좋다. 최소한의 물건 소중히 쓰기.

165. 집과 공간의 크기를 고려해 물건을 고르고 최소한의 물건들로 만족감을 느낀다면 가진 물건을 충분히 활용하며 알뜰한 매일을 보낼 수 있다.

책에서 저자의 자녀(딸)에 대해 나오는 부분이 있다. 본인이 아니라 물건을 실제로 사용하는 이의 입장에서 수납 장소를 선택해야 하기에 아이의 생활 패턴을 유심히 봐두었다가 “여기에 이거 두면 어때? 편할 것 같아?”라고 묻는다. 본인의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딸이 자기 생활을 잘 챙길 수 있는 환경을 우선시하기로 했다며 그 기간은 ‘특별 기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신발장의 두 칸 정도는 딸의 학용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기도 하고, 거실에서 공부를 하는 딸을 위해 거실에도 딸의 학용품을 보관할 수납공간을 마련했으며, 거실에서 옷을 벗는 습관이 있는 아이를 위해 거실과 가까운 세면대에 옷을 벗어두는 수납공간을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정리와 수납에 관해 본인만의 고집이나 욕심이 있을 텐데, 함께 사는 배우자와 아직 어린 자녀의 기호에 맞게 욕심을 무를 줄도 아는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여서 슬몃 웃음이 났다.


난 책을 읽는 중간에 책을 덮어서,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몸을 일으켜 싱크대 서랍을 정리하고, 가스레인지를 닦아내고, 안 쓰는 볼펜들과 포스트잇, 문구류를 한곳에 모아두고, 화장대를 정리했으며, 화장실 청소도 했다. 한번 청소를 할 때 완벽하게 하려는 성향 때문에 금세 피곤해지기도 했지만, 청소할 거리를 쌓아두는 대신 손쉬운 청소와 품이 드는 청소를 나누어 적당히 밸런스를 맞추라고 하는 이 부분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런 건 평소에도 머리로는 아는 부분이지만 실천이 어렵지. 그래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던 부분이다. 아, 물론 다른 곳은 몰라도 내 화장대는 드라마틱하게 깔끔하거나 반짝반짝 빛이 나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성격상 깔끔하지 않은 인간이, 깔끔해지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이렇게나 험난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난 깔끔한 사람으로 사는 일을 노력으로라도 얻고 싶으니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또, 하나씩 버림으로써 간결해지는 내 삶과 조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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