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에서 꽃 배우기
이유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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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지역으로 이사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듣고 싶었던 강의를 찾는 일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본적 말고는,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큰 도시일지도 몰랐다. 이사를 오기 전에 검색해보니 교육에 대한 인프라가 꽤 괜찮기도 했었다. 바로 직전에 살던 곳에서는 취미로 꽃 수업을 배우려면 주 2회, 6주에 45만 원이라는 말에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접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꽃 수업을 1년 텀을 두고 같은 곳에서 두 번을 수강했는데, (내 꽃꽂이 실력은 생각보다 더 하찮았지만) 꽤 괜찮은 강의였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수강을 하니 거의 98% 똑같은 커리큘럼에 그 이후로는 꽃 수업은 안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즈음은 또 생각이 바뀌어 다른 곳으로 좀 다녀보고 싶은데,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직장 생활이나 직장 생활의 연장이 아닌 이상에야 모임은 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꽃 수업을 듣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가을이 왔으니 꽃을 들였다. 이번에는 카네이션 두 송이. 꽃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살랑거린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나한테 마법을 건 것이 틀림없다.

 

 

플로리스트 이유현 씨는 일상에서 꽃이 주는 행복을 일기처럼 적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꽃의 매력을 하나의 책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이 그 결과물이 되었다. 책에는 본인의 커리큘럼을 담았는데, 재료와 도구, 부자재를 소개하고 꽃을 잡는 방법과 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꽃다발을 받으면 공기가 잘 통하도록 포장은 풀고 물에 꽂아주라는 것이었는데, 그 물은 매일 갈아주는 게 좋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고 이번에 데려온 카네이션의 물을 갈아주었다.

 

 

그런데 문화센터 꽃 수업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꽃들을 만져볼 수 있나? 싶어서 호기가 생겼다. 내가 이전에 꽃 수업을 받았던 곳에서는 꽃 종류가 10가지가 넘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 스톡, 장미, 유칼립투스, 소국, 왁스플라워, 편백, 리시안셔스, 글라디올라스, 스프레이카네이션, 레몬잎, 석주 정도였는데, 색상도 비슷할 때가 많았고, 꽃 상태가 별로일 때도 많았다. 간혹 천일홍, 거베라와 튤립이 나올 때면 너무 행복해서 탄성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책에는 퐁퐁이나 라넌큘러스, 수국, 히야신스, 카라, 프리지아, 작약, 맨드라미도 몇 번씩 나왔다. 나는 꽃을 데려오는 금액은 잘 모르지만 장미나 스톡, 리시안셔스, 왁스플라워, 스프레이카네이션 정도는 좀 저렴한 가격에 데려올 수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해봤다. 꽃 수업을 다닐 때 단골인 꽃들이었는데, 책에서도 꽤 많이 나오는 걸 보면-

덧. 집에 맨드라미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데, 9월인 지금도 있으려나. 다음에 꽃집에 가면 여쭤봐야지.

 

 

하지만 내가 꽃보다 더 관심이 갔던 건 가드닝이었다. 꽃 수업을 할 때도 식물은 언제 심느냐며 여쭤보고 그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까지 했었으니까. 꽃과 식물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꽃보다는 식물 쪽이다. 당시에 가드닝은 왜 이렇게 적냐는 내 말에 강사님은 가드닝만 하면 지루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는 가드닝이 더 즐거웠기 때문에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에는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를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울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 아쉬워서 가지치기를 못하고 있다. 새싹이 나고 있는데 어떻게 가지치기를 하나요. 엉엉.

 

 

 

책을 읽으며 저자가 꽃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들이 더해져 마음이 따뜻해졌고, 꽃과 식물들을 보며 잠깐이지만 설렘과 즐거움을 느꼈다. 며칠 전에 식물을 들여서 이름을 뺀질이라고 붙여주었다. 뺀질이를 데려올 때, “오늘 식물 하나 데려오려고-”라는 내 말에, “꼭 하나만 데려와. 두 개 데려올 거면 니가 짊어지고 자야 해.”라고 말하던 J의 말이 떠올라서 잠시 눈치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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