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일부러 찾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림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 그림에 대한 책을 읽을 때에도 한 화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여러 그림에 대한 감상 위주의 책을 찾는 편이기도 하다. 그림과 화가에 대해 좀 안 상태에서 그림을 보면 그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훨씬 더 깊어질 것을 알지만, 왜인지 아직까지 손을 대본 적은 없다. 물론 좋아하는 화가에 대해서는 그의 생애를 스윽 한번 훑기는 하지만, 그 범위가 굉장히 협소하기도 하다. 그만큼 화가의 생을 알고 그림에 접근하는 일은 내게 무척이나 예외적으로 작용하는데, 이번에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를 읽으며 칼 라르손에 대해 얕게나마 알 수 있었다.

칼 라르손은 그림의 대부분이 가족과 집이 주제가 되었는데, 그런 모습이 ‘행복’의 모습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의 전 생애가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칼 라르손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빈민가에서 1853년 5월 28일에 태어나서 술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와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자주 들었던 말은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야.”라고 하니 그의 유년 시절이 얼마나 비참했을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고집쟁이 영감이 그의 아버지인데, 「나의 아버지, 올로프 라르손」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밉지는 않았을까, 그는 어떤 감정으로 아버지를 그렸을까, 그는 아버지를 용서한 것인가, 아버지는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을까. 하는 그런 상상들을 했다. 내게 그런 아버지가 있다면 나는 결코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버지를 자신의 그림에 기꺼이 초대했다. 이것은 「아버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그림들을 보며 어떤 마음을 가져야 용서를 하게 되는 것인가, 더 이상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인가, 하고 나는 자주 생각했다.

예술은 그에게 가장 안전한 도피처라는 것을 아마 온전하게 이해해 주었을 카린과 결혼을 하게 되고, 그는 결혼식 도중에 자신의 삶에 있던 불행이 행복으로 극복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리」라는 그림을 보면서 (왜 그림의 제목을 단순하게 다리라고 표현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연두색과 초록색이 무방비한 곳에서 한 여인이 백색 드레스를 입고 서있는 카린의 아름다움에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이소영 작가는 칼 라르손의 그림 중 「포도나무」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였는데, 보자마자 나도 마음을 빼앗긴 그림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샛연두빛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포도나무」의 연둣빛은 조금은 단호한 연두빛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정말 포도나무색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으니까. 지금 막 포도를 딴 것이 옆 테이블에 있는 남자가 마시고 있는 포도주라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와인을 한 잔 마셔야 할까 봐,라면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지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거라곤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라는 글이 칼 라르손의 그림들과 꼭 맞아떨어졌는데, 그의 그림들은 분명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잔, 울프, 폰투스, 리스베스, 브리타, 매츠, 커스티, 에스뵈른 여덟 명의 아이들의 그림과 아내 커스티에 대한 사랑이 묻어 나오는 그림들이 행복이 아니고서야 무엇인가 말인가.

물론 그림 너머의 삶을 내가 유측할 수는 없다. 그림과는 별개로 그가 행복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을 살펴보면 일상의 짤막한 순간들을 포착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림들도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그의 행복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불행을 겪었기에 행복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불행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면 행복에 대해 알아차리기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휘게(hygge)는 덴마크 사람들의 아늑하고 소소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라면 피카(fika)는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 마시는 시간이라는데, 나는 휘게와 피카의 삶을 잘 조율하는 삶을 지내고 싶다고, 문득 생각하며 와인을 한 잔 따랐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림들만 감상하며, 릴라 히트나스라고 이름을 붙인 그들의 오두막은 언제까지고 즐거움과 웃음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덧붙였다.

오탈자 P35. 나 스스로를 올바르게 받아드리는받아들이는

오탈자 P175. 심심하지 않는 이유는 → 않은 이유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