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한수운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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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의 싱클레어는, 작은 도시의 라틴어 학교에서 주정뱅이 양복점 재단사의 아들인 프란츠 크로머를 만나게 된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무리 속에서 버림을 받을까 봐 도둑질을 했다고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꾸며낸다. 그런데 갑자기 크로머는 "네가 도둑질한 것을 그 주인한테 이를 거야!”라고 말을 하며, 싱클레어에게 돈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2마르크. 2마르크가 얼마인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는데 화폐가치가 변화된 까닭에 정확한 금액은 알기가 어렵지만, 당시에 꽤 컸던 금액이었던 것만은 맞겠지.

 

 

이 사건은 이 되었다.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는 내게도 가히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나는 무척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이 일은 뜻밖에도 전학을 온 (이상하리만큼 밝고 차갑고 총명한 눈을 가진 얼굴'의) 막스 데미안이 해결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했는지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다. 생뚱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 좀 멈칫했다. 인생에는 여러 순간들이 있지만, 그중 처음 느꼈던 목이 죄어오는 일을 '데미안이 해결했다.' 라고 말하고 끝내버리기엔 너무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달까. 친구들과 다 함께 말을 타고 달리던 도중에 옆을 봤는데 아무도 없는 느낌 같은 것.

 

 

 

 

 

그 이후에 싱클레어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기는 하지만, 오르간 연주자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입 닥치고 배 깔고 엎드려 생각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자아를 다시 형성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 이르는 길로 한 걸음 더 걸어가게 하고, 용기와 스스로를 존경하는 법을 가르쳐준 피스토리우스에게 싱클레어에게 “골동품 냄새가 나네요!”라고 맞서서 항의를 하게 된다. 왜였을까? 그는 왜 그랬을까? 피스토리우스는 과거를 향한 구도자였기 때문이었겠지. 그들은 아브락사스 때문에 만났지만, 결국 아브락사스로 인해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기에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카인과 아벨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읽는데 어느 순간 읽히는 대로 읽었다. 찾아가며 읽느라 반감이 되는 것도 문제가 되었고, 이야기의 흐름 자체도 자꾸만 끊어져서, 우선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읽고 재독을 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이 책이 청소년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던데, 다 읽고 나서야 아- 그래서인가. 싶어졌다. 데미안을 만났다. 아니, 싱클레어를 만났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만났다. 그리고 나는 가장 끝에서, 나를 만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정체성 혼란의 시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는, 청소년들.

 

 

싱클레어는 마침내 느끼게 된다. 이라고. 싱클레어의 혼란의 중심이었던 두 세계(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보면서, 나는 본질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두 세계를 들어가는 것이 인간이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에 의해 발걸음을 떼는 것일까. 본질을 벗 삼아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을 떠올렸고, 청소년기에 성무선악설을 그토록 맹신하던 나도 얼핏 보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두 세계 중에 어느 쪽에 발을 디디고 있을까-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밝고 어두움의 세계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던가? 그렇다면 나는 밝은 세계에 있는 것이라고 박박 우겨보고 싶다. 문득, 재독을 하게 되는 그날이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 밑줄

 

171. “() 우리가 어떤 사람을 증오한다면,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 내면에 있는 무엇을 발견해서 증오하는 것이지. 우리의 내면에 없는 것은 결코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오탈자

 

오탈자 20. “우린 가는 방향이 갔잖아.” ▶ 같잖아

띄어쓰기 29. 내게 더 나쁜 일이 있었음을 눈치 채지 못했고 ▶ 눈치채지

오탈자 32. 그러나 다행이도 잠이 들자 그의 꿈은 꾸지 않았다. ▶ 다행히도

오탈자 96. “그건 말도 안 돼지.” ▶ 말도 안 되지

띄어쓰기 134. 그림을 보내기로 작정했다.그림이 그에게 닿든 안 닿든 ▶ 작정했다. 그림이

오탈자 178. 연민과 혐오가 뒤범벅이 돼 속이 매쓱거렸다. ▶ 매슥거렸다

띄어쓰기 227. “그 꿈은 아름다운 데요.” ▶아름다운데요

오탈자 233. 애들아, 너희 슬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얘들아

띄어쓰기 233. 슬프지는 않은 데요, 어머니. ▶ 않은데요

오탈자 240. 하지만 넌 곧 보게 될 꺼야. ▶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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