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다른 이웃님의 서평을 통해 몇 번이나 접했었다. 에세이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대체로 평이 좋은 편이었지만 끌리지는 않았다. 전에는 에세이는 아무 생각 없이 읽기가 좋아서 부러 찾아읽었다면, 지금은 부러 찾아보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에. 속사포로 출간되는 에세이들만 보더라도 나는 어쩐지 조금 질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구경하다가 이 책을 손에 든 나를 보았다. 4월에는 시험이 있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했었고 활자들에 질려서 (아, 요즘 질린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책을 읽다가 말아버리는 때가 너무 많아서 다른 분들이 즐겁게 읽었다던 이 책을 나도 모르게 집었나 보다.




이 두껍지 않은 책에는, 사랑, 엄마, 아빠, 영화가 가장 큰 주제인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웃는다는 것을 이해를 못 하는 편이다. 심지어 티비나 영화를 보면서도 잘 웃지 않는다. 아예 웃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웃으라고 만든 부분에서도 잘 웃지를 못한다. 웃음보다 울음에 좀 더 관대한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책을 읽으며 피식피식 웃는 사람은 아니어서 책을 읽으며 박장대소했다는 것에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한 번 웃었던 게 있다.


"너는 언니가 돼가지고 왜 이렇게 철이 없니?"

'내가 철이 없다고? 와, 진짜 내가 얼마나 똥을 잘 참는데!'

누구를 위해 하는 훈련인지 모를 똥 참기 훈련에 돌입했다.

똥을 참는 횟수를 세고, 결국 그녀는 변비에 시달린다.


풋.



그리고 신기했던 부분.

이걸 문화 차이(?)라고 해야 하나?


필수는 쓰레기통을 부엌 싱크대에서 닦는다.

자기네 가족은 원래 그런다고 한다.


나는 쓰레기통을 욕실에서 닦는다.

요리하는 자리에서 쓰레기통을 닦다니 말도 안 된다.


필수는 얼굴을 닦는 자리에서 쓰레기통을 닦다니 토 나온다고 한다.


어렵네.



먹는 걸 닦는 곳에서 쓰레기통을 비우는 게 나한텐 더(...)




책에 대한 소감은, 잘 다듬어진 일기장을 엿본 느낌이었다. 특히 아빠에 대한 부분.

아빠한테 나를 증명하는 일은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일보다 늘 어려웠다.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리고 지금도 그렇겠구나. 그래서 그토록 아웅다웅하는 거겠구나. 싶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덧. 사랑은 서로의 생명력을 주고받는 일이라는데, 나는 얼마만큼의 생명력을 주고받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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