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프레드릭 배크만의 책 중에 가장 전달력이 좋은 이야기 같다.
참여하는 북클럽 중 하나에서 선정된 책이기도 했고, 마침 친구 중에 하나가 연말에 선물이라고 준 책이기도 했다. 이 타이밍에 주는 걸 보니 ˝크리스마스 정신˝ 이랄까, 미국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연말 관련 이야기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처음 몇 챕터 읽으면서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안 나서 상당히 당황했다.

작가 특유의 말투기는 하지만, 그의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한층 더 비꼬는 어조로 이야기가 전개 되어서 이기도 했고...
뭐랄까, 처음에는 등장인물 모두가 ‘인생 최대의 위기‘라고 꼽을 수도 있을 법한 큰 문제들을 안고 괴로워 하고 있어서 이기도 했고...

그러나 역시 배크만은 배크만. 마지막에 이러저리 이야기를 엮으면서 감동할 만한 반전을 선사한다.

자살, 중독, 실직, 바람, 이혼 등등 가히 가볍지 만은 않은 문제들을 이런 시니컬한 어조로도 따뜻하게 풀어냈다는 데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엔딩은 뭐랄까... 할리우드 가족 영화처럼 묘한 우연과 행운이 겹겹이 쌓아서 정말 현실감 없는 (그야말로 소설 같은) 쪽으로 이야기가 끌려가지만...

그래도 코로나로 다들 힘겨운 이 시기에 필요한 이야기 같다. 별로 흥겨운 분위기도 없이 ‘아이고 또 시간이 가는구나‘ 하며 새해를 맞이한 내게는 좋은 기분 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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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the first few chapters of the book, I had no clue where this story was heading to. A good friend from one of my boolclubs presented me this book early December of 2021, saying that this one is a good story for the end of the year. Didn‘t know what she really meant until I finished reading over the half of the book. But there‘s a heart-warming twist which magically turns this story for the Christmas or New Year‘s Day sprit.

How the author gingerly touches a sensitive topic -- why we sometimes feel suicidal, why we do stupid things and why we need to keep living -- is very sophisticated. Enjoyed reading this one.

It just hurts so much at times, being human. Not understanding yourself, not liking the body you‘re stuck in. Seeing your eyes in the mirror and wonderingwhose they are always with the same question: "What‘s wrong with me? Why do I feel like this?"
- P98

She remembered when she used to read bedtime stories to the children, and Peter Pan declaring: "To die will be an awfully big adventure." Maybe for theperson doing it, Estelle thought, but not for the one who was left behind.
- P248

The four biggest little words one person, anyone at all, can say to another: It wasn‘t your fault.
- P322

Sometimes we don‘t need distance, just barriers.
- P309

They say that a person‘s personality is the sum of their experiences. But that isn‘t true, at least not entirely, because if our past was all that defined us, we‘dnever be able to put up with ourselves. We need to be allowed to convince ourselves that we‘re more than the mistakes we made yesterday. That we are all ofour next choices, too, all of our tomorrows.
- P324

Their mom felt crushed, because she thought the girls were worried she was going to stop loving them after the divorce. That everything was going to bedifferent now, that she‘d stop being theirs. It took ten minutes of sobbing and confused explanations before the monkey and the frog patiently cupped theirmom‘s cheeks in their hands and whispered: "We‘re not worried about losing you, Mom. We just want you to know that you‘re never going to lose us."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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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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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완독한 책으로 내 최애 작가 문유석 님의 책이라니 만족감이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물론, 책을 읽으며 주워 먹은 감자 칩과 맥주도 내 충족감에 한 몫 했다).

읽을 때 마다 생각하지만, 내가 평소 하고 싶은 말이었지만 통찰이 얕아서 혹은 경험이 일천해서 쉬이 말로 풀어내지 못 한 이야기들을 귀신같은 재주로 풀어내시는 분이다.

하고 싶은 게 뚜렷하고 법이 그 일을 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조숙한 꼬마였던 나는 고집대로 대학과 로스쿨을 거치면서 법 공부를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보니 내가 했던 ˝정의란 무엇인가˝ 따위의 고찰은 그야말로 바닥이 보이는 얕은 생각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몸에 익힌 게 있다면, ˝법은 극단으로 치닫는 걸 피하기 위해 인류가 켜켜이 쌓아 온 지혜구나, 뭐든 지나치면 사단이 나는구나,˝ 였다.

그래서인가 보다. 중도충이라던가, 양비론이라던가, 종종 한 소리 듣는 이유가.

그런데 나도 할 말이 많았다. 논리적으로 예시를 들어가며 할 말을 풀어낼 지혜가 없었을 뿐.

그래서 나보다 훨씬 지혜롭고 많은 경험을 가진 문유석 작가님 같은 분들이 같은 관점에서 더더욱 깊은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주시면 세상 다 가진 것처럼 기쁘다.
작가님 책은 늘 그렇지만, 읽으며 줄을 긋다 보면 무슨 깜지처럼 책이 시꺼멓게 된다. 밑줄 안 그은 문장 찾는 게 더 빠르겠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고 나서 언제 한 번 서평에 그런 말을 쓴 적이 있다. ˝질문은 실컷 던지고, 이런 대답 저런 대답이 있다더라~ 말은 하는데 정작 진짜 자기가 생각하는 답은 말을 안 해주시는 교양 수업 교수님 같은 책˝이라고... ㅋㅋㅋㅋㅋ 감히 단언컨데, 내게는 이 문유석 작가님의 <최소한의 선의>라는 책이 훨씬 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님 최선의 답을 내어주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참 행운이지, 작가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작가님이 제 속을 들어왔다 나가셨나 싶을 만큼요.

무엇보다도, 법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묘하게 ˝아~ 그 어려운 거~˝ 하고 한 발짝 씩 물러나는지라... 참 재밌게 설명하기가 힘든데, 작가님은 세상 유쾌하면서 깊이 있게 잘 풀어내셨다. 그것도 남의 말 적당히 끼얹지 않고, 작가님 당신의 말로. 이런 게 내공이라는 거구나 싶다.

문유석 작가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외 배송을 받아서라도 읽을테니... (종이책 오는 걸 못 기다려서 전차책 먼저 질러서 읽다가 종이책으로 갈아탄 건 안 비밀이다.)
책 더 많이 써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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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들에게 설명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앞에서 강간죄의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라고 했다. 말이 어려운 것같으니 다시 쉽게 직설적으로 고쳐 말한다. 강간이란 ‘누구와섹스할지, 언제 섹스할지, 어디서 섹스할지, 어떻게 섹스할지,
왜 섹스할지 각자 알아서 정할 자유‘를 침해하는 죄다. 이 자유는 모든 인간의 권리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든, 클럽에서 매일 밤 원나이트를 하는 여성이든, 5분 전에 당신과 섹스를 마친 여성이든, 술자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당신을 보며 계속 웃음을 보인 여성이든, 어떤 이유로든 지금 이 순간 당신과 섹스를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이다. - P163

위기는 자유를 사치로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자유는 위기의 시대일수록 소중히 지켜야 그것을 영영 잃어버리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는 필요 최소한이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은 개인들을 지키는최후의 보루다. - P173

각자가 자기 역할을 하는 사회가건강한 사회다. 그중에서 법은 융통성 있고 발 빠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 법은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브레이크 쪽이다. - P177

헌법에 있는 평등에 관한 조항이 무엇인지 물으면 거의 대부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대답한다.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법 앞에 평등하기만 하면?
우리는 거기에 머물지 말고 모든 국민은 신간다운 생을할 권리를 가진다"에서 평등을 갖아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국민‘ 이다.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비로 그사회는 평등하다고 부를 수 있다. 모두에게 똑같은 분배를 차자는 것도 아니고,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 앞의 평등‘ 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에 의한 평등이 필요하다. - P233

빌 게이츠가 도입을 주장한 ‘로봇세‘도 롤스의 『정의론』에 부합하는 제도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므로 노동자를 대체한 로봇에게도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과세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로봇을 소유한 기업에 대해 과세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인간 노동을대체하는 기술혁신은 그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는 최소 수혜자에게도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 P241

칼을 든 정의의 여신상이나 작두로 악인의 목을 썽둥 자르는 포청천의 이미지 때문인지 법이란 옳고 그름을 명쾌하게가리는 흑백논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법은 오히려 인간사회 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가치들을 충돌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노력의 산물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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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과연 개별 기업이 강자이고 소비자들이 약자일까? 개인으로는 약해도 집단은 힘이 세다. 기업의 생존에문제가 될 만한 타격을 한순간에 입힐 만큼 힘이 세지기도 한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언급을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성우가 교체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이유로 웹툰 작가의 퇴출을 요구하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각자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불편한 상품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의사표현일 뿐이니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 - P136

자유는 최대한, 그 제한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정치적 공정성‘을 명분으로 하는 경우에도 달라져서는 안 된다. 예술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반성 없이 자행되어온 여성 혐오, 소수자 혐오, 인종 혐오에 대하여 반대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넘어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자유에 대한 부당한 억압일 뿐만 아니라, 얻고자 하는 효과도내지 못한다. 미래는 당위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구속에 완벽하게 정의로운 유토피아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감격에 겨워한다고 해서 실제 세상이 바뀔까? 게다가 그 ‘정의‘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지도 않는다면? - P139

왜 법이 범죄자들에게 관대하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법은 범죄자들에게관대한 것이 아니다. 법이 인간에게 관대하게 만들어지다보니범죄자들이 반사적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 P144

그래도 사회 전체로 보면 범죄자들은 소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다. 다수의 권리를 가장 확실하게 보호하는 방법은 예외 없이 모든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그 결과 누군가 반사적 이익을 보게 된다 할지라도, 인본주의 체제가 치러야 할 세금 같은 것이랄까. - P145

형법 교과서에 강간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에 관한 죄라고 적혀 있는데도 일부 변호사님들은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여성, 나이트클럽에 자주 가는 여성, 과거에 바든 카페는 술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 여성은그런 자유가 없다고 보시는 것 같더라.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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