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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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완독한 책으로 내 최애 작가 문유석 님의 책이라니 만족감이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물론, 책을 읽으며 주워 먹은 감자 칩과 맥주도 내 충족감에 한 몫 했다).

읽을 때 마다 생각하지만, 내가 평소 하고 싶은 말이었지만 통찰이 얕아서 혹은 경험이 일천해서 쉬이 말로 풀어내지 못 한 이야기들을 귀신같은 재주로 풀어내시는 분이다.

하고 싶은 게 뚜렷하고 법이 그 일을 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조숙한 꼬마였던 나는 고집대로 대학과 로스쿨을 거치면서 법 공부를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보니 내가 했던 ˝정의란 무엇인가˝ 따위의 고찰은 그야말로 바닥이 보이는 얕은 생각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몸에 익힌 게 있다면, ˝법은 극단으로 치닫는 걸 피하기 위해 인류가 켜켜이 쌓아 온 지혜구나, 뭐든 지나치면 사단이 나는구나,˝ 였다.

그래서인가 보다. 중도충이라던가, 양비론이라던가, 종종 한 소리 듣는 이유가.

그런데 나도 할 말이 많았다. 논리적으로 예시를 들어가며 할 말을 풀어낼 지혜가 없었을 뿐.

그래서 나보다 훨씬 지혜롭고 많은 경험을 가진 문유석 작가님 같은 분들이 같은 관점에서 더더욱 깊은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주시면 세상 다 가진 것처럼 기쁘다.
작가님 책은 늘 그렇지만, 읽으며 줄을 긋다 보면 무슨 깜지처럼 책이 시꺼멓게 된다. 밑줄 안 그은 문장 찾는 게 더 빠르겠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고 나서 언제 한 번 서평에 그런 말을 쓴 적이 있다. ˝질문은 실컷 던지고, 이런 대답 저런 대답이 있다더라~ 말은 하는데 정작 진짜 자기가 생각하는 답은 말을 안 해주시는 교양 수업 교수님 같은 책˝이라고... ㅋㅋㅋㅋㅋ 감히 단언컨데, 내게는 이 문유석 작가님의 <최소한의 선의>라는 책이 훨씬 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님 최선의 답을 내어주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참 행운이지, 작가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작가님이 제 속을 들어왔다 나가셨나 싶을 만큼요.

무엇보다도, 법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묘하게 ˝아~ 그 어려운 거~˝ 하고 한 발짝 씩 물러나는지라... 참 재밌게 설명하기가 힘든데, 작가님은 세상 유쾌하면서 깊이 있게 잘 풀어내셨다. 그것도 남의 말 적당히 끼얹지 않고, 작가님 당신의 말로. 이런 게 내공이라는 거구나 싶다.

문유석 작가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외 배송을 받아서라도 읽을테니... (종이책 오는 걸 못 기다려서 전차책 먼저 질러서 읽다가 종이책으로 갈아탄 건 안 비밀이다.)
책 더 많이 써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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