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이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고, 본 다음에는 정리라도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리는 어렵겠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소설은 읽고 그것에 대해 쓰려고 하면 줄거리가 어느 정도 떠오르지만 이런 책은 조금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해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말에 대한 책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보면서는 ‘응, 그래, 그렇구나’ 했지만, 막상 쓰려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사실 쓰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말로나 시작했다면 조금이라도 썼을지도 모르는데 아쉽기도 하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재미있게 본 부분도 있다. 지난해에 본 그 책 각주가 뒤에 있어서 그것까지 안 보았던가. 지금 생각하니 그 책 각주는 한 꼭지가 끝난 다음에 있었다. 다른 것보다 그것을 떠올리다니. 그 책도 그렇고 이 책도 아주 많은 자료를 찾고 여기저기 다닌 다음에 썼을 것이다. 그냥 편하게 읽기만 한 내가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덜 들려면 잘 보아야 했는데.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고종이다. 이것만 알고 있었다. 그때 처음 들어왔다고 해야 할까. 어느새 100년이 넘었다. 인류가 커피와 함께 해온 시간은 1200년이라고 한다(1200년 조금 넘었을지도).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인스턴트지만 나도 커피를 마신다. 한때는 꽤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석잔만 마시려고 한다. 인스턴트를 마셔서 다른 커피는 잘 모른다. 커피전문점에도 거의 안 간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모든 사람이 커피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카페인이 몸에 안 맞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니, 어쩌면 카페인 때문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커피는 잘 마시지 못해도 콜라를 마시는 사람 본 적 있으니까(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카페인을 먹지 않는 사람 없을지도). 나한테는 맞지 않는 차가 있다. 카모마일과 감잎차다. 그런데 녹차나 홍차는 괜찮다. 왜 카모마일과 감잎차가 맞지 않는다고 여기느냐 하면 그것을 마시면 어지럽기 때문이다. 녹차와 홍차는 괜찮은데 무슨 차이일까. 어쩌면 나한테 맞지 않는 차 더 있을지도. 그래도 커피는 잘 맞아서 다행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자주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를 좋아해서 그것을 팔게 되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그것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겠지. 바리스타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쓰인 지는 얼마나 됐을까. 이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미국도 좋은 커피를 마시게 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20세기 말부터라고 한다. 그런데 왜 미국일까.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만든 사람도 미국사람이다. 커피를 마시면 사람이 조금 달라질까. 약이나 술도 아닌데. 어쩌면 커피가 기분에 조금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커피를 가장 좋은 마약이라고 한 사람도 있다. 진짜 마약하고는 다르게 많이 위험하지 않으니 커피 마시는 거 나쁘게 볼 건 아니다. 오래전에 술에 빠져있던 유럽사람을 커피가 구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술이 깨게 하려고 커피를 마시고 또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커피가 건강에 좋다고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안 좋다고 했다. 지금도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커피에는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으리라고 본다.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책에는 커피를 재배하는 곳 지도도 나온다(커피가 퍼져간 경로). 그것을 보면서 마약이 나오는 곳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커피나무도 마리화나처럼 열대지방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커피 열매가 생두가 되려면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커피를 파는 사람보다 돈을 적게 받았다. 커피 재배를 시작했을 때는 아프리카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원주민을 노예로 부렸다. 사실 이런 거 몰랐다. 아프리카 사람이 노예로 잡혀간 곳은 미국뿐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미국 노예제도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영화, 책으로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커피농장 노예에 대한 말은 본 적 없다. 내가 다른 책을 좀 보았다면 더 빨리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노예제도가 없어지고는 이민자를 받아서 커피농장에서 일하게 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군인들이 모두 커피 중독이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도 커피에 달걀 노른자를 넣어먹은 적이 있을 거다(맛 이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미국 사람도 커피를 마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커피에 여러가지를 넣었다고 한다. 그거 먹고 죽은 사람 없었을까. 커피가 모자랄 때는 커피와 치커리를 섞어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그것은 마실만 했을까. 내가 재미있게 본 것은 광고다. 한때 미국에는 커피 대용품이 나왔다. 그때 광고에서 커피를 마시면 신경쇠약에 걸린다는 말을 했다. 커피 대용품 포스텀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찰리 포스트다. 커피 대용품을 팔았지만 이 사람은 커피를 마셨다. 그게 좀 웃겼다. 얼마 뒤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나와서 그게 잘 팔렸다. 처음에는 광고를 신문에만 실었을 거다. 라디오가 나왔을 때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커피를 말했다. 커피 회사가 방송을 후원했다. 대공황이 지난 다음에는 텔레비전으로 광고를 했다. 그런데 이때 광고에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있었다.

 

이 책 속에 나온 나라는 커피를 재배하는 곳과 커피를 많이 마시는 미국이다. 미국은 커피 때문에 돈을 많이 벌기도 했다(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생두가 미국을 거쳐서 다른 나라에 가기도 해서. 미국 CIA는 과테말라 쿠데타에 상관하기도 했다. 미국이 상관한 나라가 과테말라만은 아니구나. 오래전에 미국에서 나온 인스턴트커피(맥스웰하우스)가 지금도 나오고 있다니 신기하다. 그때와 지금 맛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한테 맞게 나올 것 같다. 커피 때문에 죽은 사람도 많다. 지금도 커피 농장에서 일하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온 게 공정무역 커피인가. 이런 게 아니더라도 일하는 사람을 잘 대해주면 좋겠다.

 

 

 

식어가는 커피

식어가는 마음

식어가는 시간

 

다시 데우자

 

 

 

희선

 

 

 

 

☆―

 

커피에 섞어 넣던 것은 치커리만이 아니다. 그때 커피에 섞어 넣던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놀랄 노자다. 아몬드, 벗풀, 아스파라거스 씨와 줄기, 구운 말의 간, 바베리, 보리, 너도밤나무 열매, 근대 뿌리, 회양목 씨앗, 고사리, 겨, 빵 껍질, 양조 부산물, 벽돌 가루, 태운 넝마조각, 나무 줄기의 돌기, 캐럽 열매, 당근, 병아리콩, 치커리, 국화 씨, 석탄재, 코코아 껍질, 컴프리 뿌리, 크랜베리, 건포도, 달리아 줄기, 민들레 뿌리, 대추야자 씨, 흙, 개먹이용 비스킷, 엘더베리, 무화과, 거킨, 구스베리(서양까치밥나무) 열매, 산사나무 열매, 들장미 열매, 호랑가시나무 열매, 마로니에 열매, 예루살렘 아티초크(돼지감자), 향나무 열매, 뽕나무 열매, 파스닙, 완두콩 깍지, 호박 씨, 퀘이커 그래스 뿌리, 쌀, 마가목 열매, 루타바가, 모래, 사사프라스, 톱밥, 슬로 열매, 해바라기 씨, 순무, 야생 완두, 밀, 유장, 나뭇조각 따위 다 열거할 수도 없다. 심지어 한번 우려냈던 커피 가루까지 다시 섞어 넣었을 지경이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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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3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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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5 0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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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4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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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5 0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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