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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리나 : 해녀 할머니의 보물 ㅣ 해녀리나
Nika Tchaikovskaya 지음 / Tchaikovsky Family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책 제목 《해녀리나》를 보고는 해녀 이름이 리나인가 했다. 그러면 띄어써야 하던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이고 바람이 불었다. 여기는 제주섬이다. 초가집에는 할머니와 손녀 정옥이 그리고 작은 개가 살았다. 정옥이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일을 가서 집에 없는 건지, 다른 곳에 살고 정옥이를 할머니 집에 맡겨둔 걸지. 그건 알기 어렵겠다. 나오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져서 할머니는 빨래를 걷어 집 안으로 가져가려 했다. 바람에 수건이 날아가서 그걸 정옥이가 주워온다. 정옥이는 바람이 부는 것도 좋은가 보다.
집 안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듯했다. 밖에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집 안은 아늑하고 따듯하다. 그런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할머니는 해녀로 오늘은 물질하러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옥이는 그게 좋은 것 같았다. 정옥이는 할머니가 물질하러 가면 작은 개하고만 지냈을지도. 혼자인 것보다 개가 있어서 나았겠다. 할머니는 말린 미역을 묶고 소라와 전복을 따로 담고 성게는 천 위에 펼쳐놓았다. 할머니가 일할 때 정옥이는 할머니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혼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정옥이는 착하구나. 정옥이는 이런 말 싫어하려나.
할머니는 저녁상을 차리고 정옥이와 함께 먹으려 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휙 불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가 보다. 할머니가 문을 다시 잘 닫았다. 정옥이는 애기장에서 떨어진 작은 상자를 보고 할머니한테 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상자를 주워 열고는, 그건 할머니 엄마가 할머니한테 준 음악상자다 했다. 상자 옆 손잡이를 돌리자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위에는 발레리나가 있었다. 발레리나는 뱅글뱅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 음악상자에서 나온 음악은 뭐였을까. <백조의 호수>는 아니었을까.
한국에 발레가 알려진 건 언제일까. 할머니는 어렸을 때 발레리나가 춤추는 걸 보고 싶었지만 배를 타고 다른 곳에 가는 건 어려웠다. 집이 가난해서 일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를 달래주려 음악상자를 준 거겠다. 그 말을 들은 정옥이는 자신이 발레를 추겠다고 하면서 발레리나처럼 춤을 췄는데, 방 안 물건을 어질러 놓았다. 할머니는 춤을 다 춘 정옥이한테 손뼉을 쳐주고 정옥이가 할머니 발레리나다 했다. 그 말에 정옥이는 해녀리나다 한다. 해녀리나는 발레리나를 나타내는 거였다.
정옥이는 춤을 춘 게 피곤했는지 잠이 들고 할머니는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 할머니는 음악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듣고 엄마를 떠올렸을지도.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정옥이 엄마는 어디에 있으려나. 정옥이가 앞으로도 할머니와 개와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가끔 정옥이는 해녀리나가 되어 춤을 추고 할머니를 웃게 해도 괜찮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