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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ㅣ 문학동네 시인선 187
안미옥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시집을 살 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 봄(2023, 3)에 산 시집 빛깔이 봄을 닮아서.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두었는데 왜 그렇게 손이 가지 않는지. 이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를 안 보는 동안 다른 책을 많이 만난 것도 아니군. 사둔 책이 많은 건 아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는 책도 있을 것 같아.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다니. 안미옥 시집은 보게 됐군. 다행이지. 그렇게 잘 본 건 아니지만, 아주 안 본 건 아니야. 안미옥 시인 잘 몰라. 이 시집이 세번째인가 봐. 예전에 나온 첫번째 시집 《온》이 괜찮다는 말 들었는데, 그게 아니고 나중에 나온 걸 먼저 만났어.
첫번째 시집 괜찮으면 두번째나 세번째도 괜찮겠지. 누군가는 어떤 시든 잘 볼지 모르겠지만, 난 그러지 못해. 이번에 만난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에 담긴 시 쉽지 않더군. 말, 글을 알아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쉽기도 어렵기도 하지. 봄은 본다는 뜻이기도 하지. 시집 제목이 많이 본다고 해서 무엇을 많이 보는 걸까 하는 생각 잠깐 했던 것 같아. 집을 보러 다닌 걸까. 갑자기 집을 말하다니. 시집 제목으로 쓰인 말은 마지막에 담긴 시 <사운드북> 마지막이야.
앞에서 집을 보러 다닌 건가 하는 말을 했지. 집을 보러 간 시 있어. 오래된 집뿐 아니라 새로 지은 집도. 그런 경험을 시로 쓴 걸까.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생각하니 개 이야기 여러 번 나왔어. 어떤 말을 많이 썼는지 잘 볼걸 그랬어. 어쩌면 되풀이해서 쓴 말이 많지 않았을지도. 그런 게 있었다면 기억했을 테니 말이야. 봄보다 여름 이야기가 있기도 해. <유월> <여름 끝물>. 두 편 말고 더 있던가. <여름잠>도 있군. 말이 나왔으니 다음에 <여름 끝물> 옮겨 적을게.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에 두 눈을 두고 온 사람처럼
무엇을 보려고 해도
마음만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두 손도 두 발도
전부 두고 온 사람으로 있다고 한다면
쓰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한껏 울창해져서
어김없이 돌아오는 여름
불행과 고통에 대해선 웃는 얼굴로밖에 말할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
절반쯤 남은 물통엔 새의 날개가 녹아 있었다
걸을 때마다 여름 열매들이 발에 밟혔다
언제부터 열매라는 말에
이토록 촘촘함 가시가 들어 있었을까
다정한 얼굴
녹아버리는 것
밟히는 것
그 해의 맨 나중에 나는 것
우는 사람에겐 더 큰 눈물을 선물하고 싶다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모르게
-<여름 끝물>, 42쪽~43쪽
이것저것 많이 보고 제대로 보면 좋을 텐데. 어려운 시도 자꾸 보면 뭔가 알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러 번 안 보는군. 첫번째와 두번째가 좀 다르기는 했어. 한두번 더 보면 조금 다를까. 그럴지도 모르지. 전체를 몰라도 괜찮았던 말 있어. 맨 처음에 실린 시 <홈> 마지막 연인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 / 참 따듯하다 (11쪽)’야. 이 말은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