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없는 미술관 - 벽을 넘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하여
임옥상 지음 / 에피파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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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하면 멋진 풍경이 떠오른다. 그림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예쁜 것만 자주 본 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보는 게 더 편하기는 하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만 보면 되니 말이다. 그런 그림이 안 좋은 건 아니다. 그림뿐 아니라 어떤 예술이든 아름다운 것을 나타내는 것도 있고 우리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도 있다. 그나마 글이나 음악은 괜찮은데 그림은 마주하기 힘들 것 같다. 바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현실을 그대로 나타낸 것도 아닐 텐데. 그건 사진이겠지. 아니 사진이라고 해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는 건 아니다. 그것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지금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 많겠지. 아쉽게도 난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에서 아는 이름이 별로 없다. 책을 내는 사람은 세상에 이름이 조금 알려져도 그러지 않는 사람은 거의 모른다. 그림 하는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클래식 음악 하는 사람도 아는 사람 아주 적다. 내가 관심을 덜 가져서 그렇지 음악이나 미술을 잘 아는 사람은 많이 알겠지. 어떤 것이든 자신이 관심을 가져야 조금 알 수 있다. 임옥상은 이름 들어봤는지 못 들어봤는지 잘 모르겠다. 한번쯤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래 기억하지 못한 것 같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는데 난 그것도 몰랐다. 어쩐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임옥상은 그림을 물감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흙이나 한지 먹으로도 그렸다. 동으로 만든 것도 있고 점토로도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도 그렸다. 한가지만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를 할 수도 있겠지.

 

 옛날에는 색깔 때문에 안 좋게 보기도 했다. 그림에 빨간색이 많이 들어갔다고 전시회를 못하게 하고 종이호랑이도 정치 때문에 전시할 수 없었다. 임옥상이 그린 그림은 한국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대를 담았다고 할까. 그림에도 그런 걸 담을 수 있다. 이 책 겉에 쓰인 그림은 많은 사람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 하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이렇게 남겨둬서 그 일은 많은 사람이 잊지 않겠다. 아니 그림이 없다 해도 모두 잊지 않겠다. 임옥상은 1980년에 5·18도 겪었다. 그 일은 임옥상 그림에 많은 영향을 미쳤겠다. 이 땅에 사는 사람한테 소중한 건 땅이고 사람이 희망이라 말한다. 이건 박노해 시인이 한 말이기도 하구나. 임옥상은 김남주 시인과도 알았던가 보다. 임옥상이 그리는 그림은 세상과 아주 동떨어지지 않았다. 현실 참여 그림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이런 말 쉽게 하면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생각났다.

 

 한국 사람인데 <아프리카 현대사>라는 그림을 그려서 왜 그랬을까 했다. 아프리카를 그렸지만 거기에는 한국도 담겨 있었다. 그림이라고 해서 모두 미술관에서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다. 일산에서는 아파트를 지으려는 땅에 종이와 흙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건 사진으로만 남겠다. 그런 그림도 괜찮은 듯하다. 임옥상은 바닷가 모래로도 그림 그린 적 있을까. 여기에는 없지만. 돌담을 만들기도 했다. 미술, 그림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어렵게 하기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좋겠다. 지금은 그런 게 많구나. 임옥상은 일찍부터 그런 데 관심을 가진 것 같기도 하다.

 

 임옥상 그림을 보고 바로 좋다 말하기 어려워도 자꾸 보면 그렇구나 하게 한다. 한번 보고 스쳐 가게 하지 않고 그림 앞에 사람을 머물게 하면 괜찮은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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