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지점에서 아날로그의 반격이 더 중요해진다. 아날로그 경험은 디지털 경험이 주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감을 주지만 때로는 디지털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최고의 솔루선이기도 하니.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록할때는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이 펜을 이기지 못한다. 이 책에서 확인하겠지만, 아날로그 기술의 태생적 제약이 사용자의 생산성을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높여준다.
"창의성은 너무나 많이 사용되어서 의미가 퇴색한 단어지요." 세브레곤디가 말했다. "그렇지만 그 의미는 강력하고 아직 살아있습니다. 사람들은 창의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자신이 창의적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요. 창의적인 사람들은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방아쇠를 만들어내는능력이 있어요. 그런 정서적 매력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날로그 세계고요."
이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아주 인간적인 욕구야말로테이블게임의 반격에 담긴 핵심이다. "가상 세계의 인터넷이 아무리 빨라져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방과 연결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깨달았어요." 컴퓨터게임 디자인과 이론의 연구자이자 저술가인 버니드 코벤의 말이다. 게임을 혼자서 하는 여럿이 하든, 우리가 컴퓨터와 놀 때는 그 경험의 주도권을 소프트웨어와 나눠야 한다.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놀이의 경험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지만 프로그램과 기기가 그런 능력을 제한해버린다. 마인크래프트같이 유연한 게임조차 그렇다. "실제 환경만큼 사용자를 깊숙이 끌어들이는 가상 환경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마주 앉아 체스를 두는 것이 온라인 체스보다 사람들의 참여를 훨씬 많이 끌어내지요. 우리가 만날 수 없을 경우 온라인은 좋은 대안이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직접 만나서 상대방이 진땀을 흘리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아야만 진정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디지털 경험에는 잉크 냄새도, 바스락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손가락에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도 없다. 이런 것들은 기사를 소비하는 방법과 아무린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패드로 읽는다면 모든 기사가 똑같아 보이고 똑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인쇄된 페이지에서 인쇄된 페이지로 넘어갈 때는 그런 정보의 과잉을 느끼지 못한다.
재숙련화는 자동화된 일터에 인간의 판단력을 되찾아오려고한다. 같은 책에서 카는 이렇게 썼다. "우리의 능력은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 관찰과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엮어서 세상을 유연하고 풍부하게 이해함으로써 이후 어떤 과제나 도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의식적 · 무의식적 지식, 이성과 영감을 포괄하는 유연한 정신력이야말로 인간을 개념적이고 비판적이고 사색적이고 재치 있게 생각하게 하며, 인간의 논리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한다. 이는 마치 고결한 이상같이 들리지만 시계 제조나 요리같이 장인 정신이 발휘되는 업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자동화 공정의 선도자였던 도요타는지난 몇 년간 일본 전역의 조립 공장에서 일부 로봇을 인간 노동자로 교체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 공정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사는 아날로그 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열쇠다. 어떤 테크놀로지도 교사를 대신할 수 없고 또 대신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가장 많은 지식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들이 없는 교육은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을 알고 싶다면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배우고 싶다면 교사를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아날로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보다 훨씬 깊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연결시켜준다. 그렇게 물리적인 공간 내에서실시간으로 형성된 유대감은 개별 언어나 단어나 상징만을 사용하는 우리의 소통 능력을 초월한다. 사람들은 보드게임 ‘카탄의 개척자‘를 하기 위해 카페 스네이크 앤드 라테스에 가고MBA학위를 받기 위해 토론토 대학교 인근의 캠퍼스로 가지만사실은 게임이나 학위보다는 그곳에서 형성되는 간접적이고 유익한 사회관계가 목적이다. 그런 사회관계는 온라인에서는 형성할 수 없다. 디지털이 줄 수 있는 것은 현실 세계의 풍성함을 흉내 낸 모사에 불과하다. 물론 그 모사는 끊임없이 개선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뮬레이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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