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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평점 :

살인자의 엄마.
이 이름표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나는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의 삶에 엄마라는 존재가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엄마의 삶에 아이라는 존재가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 책을 3분의 1쯤 읽었을 때, 난 이 엄마의 생각을 100프로 공감할 수 없었다.
난 그 때까지 한 사람이 살인자라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반쯤 읽었을 때, 난 이 엄마의 생각을 90프로는 공감할 수 있었다.
살인자인 아들.
내 추억속의 아들은 어릴 적 나의 도움이 필요했던 존재였다.
친구들과 밝게 웃으며 놀던 아이였고, 형과 다투고 울던 아이였고, 운동을 하며 밝게 웃던 아이였다.
살인자라고 불리기 이전에 그 아이는 그저 남들과 똑같은..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는 것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이에게는 그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만 남겠지만, 엄마의 기억 속에는 그 아이의 행복한 모습, 즐거운 모습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었다.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다해 기르고, 감싸고, 사랑했던 사람. 다시는 딜런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어루만질 수도 없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 딜런을 키우는 일은 끝이 났다. 이 아이를 만들어내는 데 들였던 모든 사랑과 노력이 끝이 났다.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움. 그리고 배신감.
사랑하는 내 아들이 죽었다.
하지만 오롯하게 슬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막막하게 느껴졌다.
부정적인 편지 한 통을 받으면 지지를 보내주는 수백 통의 편지의 효과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한 편지는 검은 마커로 쓴 굵은 글씨로 이렇게 외쳤다.
“어떻게 모를 수 있어요??”
나 역시 처음 책을 읽으며 가졌던 궁금증이었다.
내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 어떻게 엄마라는 존재가 그걸 예측 못한걸까?
내 아이의 성향과 평소 모습을 보면 당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닐까???라는 틀에 박힌 사고.
아이는 엄마가 제일 잘 알 것이라는 아주 황당한 논리.
아이가 아니다.
스스로 사고하는 어른인 내 아이.
과연 엄마가 다 알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를 키우며 했던 행동 하나하나를 다시 곱씹어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너무 강압적으로 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기댈 수 있는 존재라 생각하지 않고 무서운 존재라 생각하게끔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이 아이가 가장 힘든 일을 겪는 순간, 그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이 생각을 하고나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 아이를 엄마인 내가 잘 모른다는 것.
엄마로써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느낌.
그 느낌을 이해하고 나서야 이 엄마의 감정을 오롯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
그건 제 3자로써의 시각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
등을 맞대고 서있는 관계.
한없이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아닐까?
가슴 찢어지게 슬픈 감정을 오롯하게 슬퍼할 수 없었던 사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의 죽음보다 더 걱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던 그녀.
아이가 죽고 그 아이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꼼꼼히 생각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한 그녀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