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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 ㅣ 상상초과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6월
평점 :
고즈넉이엔티 블로그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가 너무 예뻐서 눈이 갔다. 그 다음으로 시선이 간 건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라니.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바로 서평단 신청을 했다. 읽고 있는 동안에도 지인들이 제목을 보더니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사람들의 머릿속에 내리박히는 제목이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예상했던대로 가정폭력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인공이 어떻게 초능력이 생겼고, 어떤 방법으로 아빠를 없애려고 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다.
"불행한 아이여, 네가 바라던 공평함이 당도했도다. 지금부터 맞이할 변화들은 신이 아닌, 너의 선택이리라."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고생 '나'는 하루하루가 지옥같다. 학교에서는 마음에 안 든다고 시비거는 아이들이 있고, 집에는 폭력적인 아빠와 마음 약한 엄마가 있다. 불행이 가득한 '나'에게 백호신이 나타나 능력을 주겠다고 말한다. 불행한 아이들에게 능력을 주며 행복으로 바꾸라고 말하는 백호신.
"내가 주는 모든 능력은 그 능력을 받을 아이들이 가진 불행에서 비롯된다. 너의 불행은 고통과 상처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니 네가 가질 능력도 마찬가지다."
"능력을 주는 이유는 네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네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면 능력도 자연히 소멸한다."
아이의 불행에서 비롯된다는 능력.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아빠를 없애기로 다짐한다. 과연 '나'는 아빠를 없애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럴 일은 없다. 변덕으로 자른 단발머리가 하루아침에 허리까지 닿는 일, 자기 전 두 시간씩 휴대폰을 본 탓에 나빠진 시력이 갑자기 2.0으로 회복되는 일, 그리고 어젯밤 생긴 멍이 하루 만에 깔금하게 사라져버리는 일들 말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리저리 치이다 백호신을 통해 초능력을 가지게 된 '나'는 다른 초능력을 가진 학교 후배 미향을 만나게 된다. 미향은 학교 안에는 더 이상 초능력자가 없다며 다른 초능력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서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미향을 따라 간 서클에는 아이들이 각자의 불행에서 비롯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찾아내서 모은 인물은 '리더'. 그는 '나'에게 백호신이 준 능력으로 불행의 씨앗을 잘라내자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괜스레 꺼림직하다.
오직 소망으로만 끝나는 모든 생각의 끝에는, 결국 아무런 소망도 실현할 수 없다는 무력함이 있다. 시우랑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가족이 아니기에 즐거운 시간이 끝난 뒤에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시우의 집에 계실 아빠는 우리 아빠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겠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가 부러웠다. 내가 시우처럼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한 적이 언제였던가. 시우에게 집이란, 아니, 내가 아닌 친구들에게 집이란 무슨 의미일까. 새까만 도시의 밤보다 환한 형광등 아래 거실이 더 어둡다는 건 아무도 몰라주겠지. 밤공기가 마음만큼이나 찼다.
다른 집을 부러워하는 '나'는 친구와 함께 밖에서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 아빠가 잠든 캄캄한 밤이 되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나'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불행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행복해야만 할 시기에 불행을 가진 아이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 떠올라 씁쓸했다.
비록 감기 기운은 전혀 없지만, 이걸 사용하고 싶은 밤이야. 어른들이 내 세상에 아무것도 지원해주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내가 편할 구실을 찾아야만 했다. 약을 입에 넣고 어금니로 씹었다. 오도독 소리가 나며 쓴맛이 입 속 가득 퍼졌다. 씹어 먹으면 약효가 좀 더 빨리 도는 느낌이라 서둘러 잘 수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먹으면 위험하다는데……. 그럼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라도 좀 알려주고 경고하지 그래.
자고 싶은데도 잘 수 없어 독감약 중에 졸린 약을 챙겨두었던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그 약을 으깨먹는다.
겨우 열여덟 살의 아이가 아빠에게 맞고,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방어적인 성격이 가진 채 잠을 이루지 못해 몰래 약을 먹고 잠이 든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한편으로는 모든 광경이 각자의 처절한 불행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들의 능력을 보고 있으면 저 힘과 연관된 개인의 아픔이 연상됐다. 어릴 적 집에 화재가 발생해 화상을 입은 이후 불을 다룰 수 있게 된 능력자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추측 가능한 불행이었다. 초능력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에게 각인된 약점도 보여주는 셈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렸고 그 누구도 불행을 극복하지 못했기에 이 어마어마한 능력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딱하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 모두 곧 행복해질 사람들이니까.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는 상처받은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학창시절 나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소중한 책들처럼 이 책 역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 한 켠에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여기까지 읽고 관심있으신 분들은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
읽어보세요.
아래부터는 스포주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능력으로 처음에는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던 '나'지만 아파하는 아빠를 보면 볼수록 묘한 죄책감을 생기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초능력을 쓰지 않은 채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하는 '나'.
자극적인 제목에 흥미로운 소재로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사이다 전개를 기대했는데 그 부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빠를 없애기 위한 내용 역시 거의 나오지 않았고 학교와 서클의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제목이 너무 강렬해서 내용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장을 읽었을 때 바로 든 생각은 "정말 이렇게 해서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오랜만에 행복의 정의를 알려주며 교훈을 주는 소설을 읽은 기분.
작가님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실에는 초능력이 없기에 초능력이 있든 없든 개인의 마음가짐, 의지에 따라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님이 이 책을 쓴 의도 자체가 내가 생각한 스토리와는 다르니 이 점은 나만의 아쉬움인 걸로. 작가님의 메세지는 굉장히 잘 전해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현실을 똑바로 마주보고 이겨내려고 하는 '나'와 미향은 초능력이 없어도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 자극적이고 사이다를 기대했다면 조금 허탈할 수도 있지만,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가정폭력, 학교폭력 사건들은 아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서운 밤공기를 맡으며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속이 쓰리다. 이리저리 치이고 눈물을 쏟는 아이들이 이제는 제발 행복해지길 바라며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를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