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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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이 모여 어떤 괴상한 과정을 감내하고 결과까지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여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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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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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표지 디자인을 예쁘게 뽑아내는 소담 출판사의 신간을 읽었다.(프랑수아즈 사강 시리즈가 압권이다. 은은한 파스텔 톤에 종이 표지 질감이 정말 좋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이었는데, 대학생 때였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라는 단편집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잔잔하니 수채화 물감처럼 물드는 감성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도 주저 없이 읽게 된, 제목도 특이한 책.

혼자 종이우산을 쓰고 간다는 말이 묘하게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비가 오고 있다면 종이우산이야말로 짐이 될 수밖에 없는 물건일텐데 그것을 쓰고 '혼자서' 간다는 건 어딘가 결연한 느낌을 준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야 하는 일은 뭘까. 의문을 품고 책을 펼쳤는데, 처음에는 웰다잉에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유쾌하고 절친한 세 노인이 한 술집에서 즐겁게 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즐거운 노년의 모습이구나, 생각하며 흐뭇해했는데 별안간 그 셋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등장해 아연실색했다. 아니... 왜요...?





내 쫄깃한 설명에 스포일러라면서 분노했다면 진정해도 괜찮다. 세 노인의 죽음으로 인해 이 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세 노인의 유가족들이 상당히 어리둥절하게 그들이 떠난 뒤의 세상에 남아 원인을 추론해 보는, 그런 내용이다. 결국 어떻게 됐는지가 궁금하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유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에서(정말정말 다양하다. 캐릭터가 많아서 헷갈린다.) 불과 몇 년 전의 나와 가족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간은 상당히 입체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두 번의 상실을 겪으며 더욱 더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따금 할머니는 영면하신 할아버지의 흠을 이야기하실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고모들이나 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지만, 나는 그것 또한 할아버지의 다른 면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돌아가신 분 이야기를 안 좋게 할 필요야 당연히 없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미화해 기억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망자의 다양한 면을 골고루 떠올리며 오롯이 받아들이게 될 때, 어쩌면 그 때가 되어서야 고요한 석별의 길에 들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가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괜히 책장을 매만지며 생각에 빠졌다. 나도 유언장에 쓰고 싶었던 문장인데 선수를 빼앗겼다는 생각과, 후회 없이 사랑하고 무너져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함께 몰아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 부딪혔다. 내일 당장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불가피하게 타노스의 복불복에 걸린다든지 볼드모트가 무작위로 머글을 공격했는데 그 위치에 내가 서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후회가 없을 수 있는가? 당연히 욕심이 많다 보니까 아쉽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나 참 열심히 살았다, 충분히 살았다, 말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다. 낙천주의자의 게으른 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그런 기분이 든다. 내가 꿈꾸는 대로 잘 될 것이며 대개의 일이 잘 풀릴 것이고 설령 돌부리, 아니 큰 바위가 나타나도 치워낼 수 있으리라는 자기 확신.

수없이 많은 캐릭터에 이끌려 읽다가 다다른 마지막 장에서 나는 요근래 가장 많이 '삶'에 관해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과 삶은 등을 대고 앉은 쌍둥이와 같은 존재이며, 우리에게 끊임없는 사색을 요구한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직접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가는 실기 수업까지 수료해보고자 한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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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추천 #냉정과열정사이 #당신의주말은몇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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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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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캐릭터에 이끌려 읽다가 다다른 마지막 장에서 나는 요근래 가장 많이 ‘삶‘에 관해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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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안전가옥 앤솔로지 9
최구실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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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빌런 또한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어느 정도로 어른이라는 트로피에 가까워져야 빌런에게 인간적인 공감을 하게 될까?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 아저씨가 사실 엄청 아량이 넓은 어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유독 죽음을 먹는 자가 많이 나오는 '해리포터'의 슬리데린 기숙사가 깊은 호수가 보이는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끊임 없이 계략을 꾸미는 다양한 빌런들을 보며 "쟤가 오히려 갓생 사는 것 아닌가? 엄청 성실한데?"라고 농담처럼 말했을 때?

시대가 변하기도 했고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적어도, 디즈니나 지브리 시리즈를 보며 정의로운 주인공에게 홀딱 빠져 권선징악의 이야기에 열광하던 어린 시절보다는 자랐다. 이따금 내 안의 '빌런'스러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품고, 진심으로 상대를 원망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가끔 빌런들에게 동정심이 생긴다.(물론 모두를 옹호하는 건 아니고... 아무튼 특이 케이스 있잖아.)






처음에는 표지가 조금 무서웠는데 다섯 편의 단편을 내리 읽고 나니 표지가 더없이 적절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런들도 저마다의 사연과 얼굴을 가졌다. 가장 무서운 빌런은 '웃는 빌런'이다. 너무나 친근하게 다가와 삽시간에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잠식해 버리는. 내 인생에서 만난 빌런들은 대개 웃거나 미워할 수 없이 연약했다. 이해관계로 인해 생성되는 빌런들도 있다는 것을 쓰게 배웠다.

앤솔로지 <빌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우세계는 희망'과 '송곳니'였다. '송곳니'는 읽는 내내 질퍽질퍽한 늪에 발 한 쪽을 담근 채로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딘가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덮을 수는 없이. 특히나 빌런을 잡기 위해서 어쩌면 빌런같은 방식을 택하게 된 수기를 보며 마음이 얼얼했다. 동시에 수기에게 이런 능력이라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분명히 막을 수 있었을텐데 치사한 어른들이 얼마나 많았나, 싶었다. 이름도 없이 숫자로 불리워지며 추악한 인간의 손에 휘둘렸던 투견들을 보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수기와 개들의 모습은, 투명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빌런이나 악당이라고 하면 막연히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인간같지 않은 어떤 존재이면서 정의로운 주인공의 손에 반드시 처단당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커서 보니 그렇지많도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영웅이거나 악당이다. 그 이면을 전부 가진 역설적인 존재가 인간이다. 그러니 영웅일 때의 면이 과반을 차지하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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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안전가옥 앤솔로지 9
최구실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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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영웅이거나 악당이다. 그 이면을 전부 가진 역설적인 존재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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