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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셔가의 몰락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아구스틴 코모토 그림, 이봄이랑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셔가의 몰락>은 사실 낯선 작품은 아니다. 예전에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 실린 것을 읽어본 기억이 있다. 그 때도 <검은 고양이>와 함께 스산한 느낌을 주어 인상 깊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는 말을 듣고 무척 궁금했다.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드라마를 제작한 것도 인상깊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원작은 단편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영화도 아니고 무려 시리즈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원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아구스틴 코모토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들어갔다. 전반적으로 짙푸른 색감과 스산한 분위기를 듬뿍 담은 그림이어서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됐다.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한몫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셔가의 몰락>은 말 그대로, 어셔가가 몰락하는 이야기다. 우선 어셔가가 왜 몰락할지 궁금해서 이 작품을 읽게 될텐데, 이들이 살고 있는 저택이 점점 낡고 무너져가는 것부터 스산하고, 집의 주인인 로더릭 어셔와 매들린 어셔의 몰골이 스산하다. 주인공은 자신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스쳐가는 매들린을 보며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직감한다. 주인공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 로드릭 어셔를 위해서 당분간 그들의 곁에 머무른다. 그 과정에서 기괴한 일들을 겪고, 어셔가의 몰락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다.
어셔가는 분명 명망 있는 집안이었다. 로드릭과 매들린은 각자 양반 자제로서 품위와 교양을 지닌 자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었다'. 보호와 고립의 사이에는 얇디 얇은 종이 한 장이 껴 있을 따름이다. 고립된 그들은 점점 무너진다. 이 작품을 다시금 읽으며 감탄한 건, 분량이 적은 단편소설에서 인물들의 철저한 붕괴를 입체적으로 담았다는 점이다. 단편이지만 그 이후를, 혹은 그 이전의 영광을 혼자 되새겨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것이 고전의 매력이자 마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뻔하게 교훈을 하나 찾아보자면, 보호라는 명목 하에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몰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곁을 한 번 더 살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