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모든 새들
찰리 제인 앤더스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상당히 도발적인 띠지의 추천 문장에 마음이 끌려 이 책을 골랐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J.K.롤링의 뒤를 잇는다, 커트 보니것의 문장으로 해리포터를 썼다 등. 이 책과 저자를 향한 추천사가 상당히 쩌렁쩌렁했다. 흥, 과연 그럴까? 하는 새침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읽는 내내 흥미를 느꼈다. 마녀가 나오네? 내 스타일이야. 컴퓨터 천재 너드? 이건 예상했지. 근데 AI도 나온다고? 어느 순간부터는 예상하기를 포기하고 기꺼이 저자에게 내 옷깃을 내주었다. 그에게 멱살이 잡힌 채 이리저리 둘러보는 소설 속 세상은 정신이 사납고, 그 곱절로 흥미로웠다.

"여자들도 괴짜"라고 말했다는 저자답게 주인공 퍼트리샤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마음이 여린 듯하나 이따금 승부수를 둘 줄 아는 과감함을 지녔다. 한 번 친구로 각인하면 절대 등돌리지 않는 의리까지. 또다른 주인공인 로렌스는 그에 반해 조금 현실적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 친구가 되어준다.




어릴 때 <해리포터> 시리즈에 미쳐 있었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새로운 세계관의 소설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특히, 저자가 방대하든 소담하게든 설정해둔 세계관을 전부 이해해야만 하는 SF 소설은 더더욱! SF 소설은 뼛속까지 문과인 나에게 어딘가 냉정한(?) 이과의 냄새를 풍겼다. (나에게도 다정한 이과 친구들이 꽤 있다. 이과 출신의 사람들이 차갑다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의 한낱 편견일 뿐이다) 그러나 올해 읽은 <천 개의 파랑>과 <하늘의 모든 새들>이 내 편견을 산산조각내 주었다. 결국 SF 소설에서도 주요 소재는 '인간'이다. 특히 <하늘의 모든 새들>에서는 단순히 인간과 인간의 연대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이 엿보이는 소설이다.

최근 <모노노케 히메> 재개봉을 극장에 달려가 감상한 뒤, 인간과 자연의 상생이 과연 가능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이 책은 조금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특히 새들과 대화가 가능한 퍼트리샤의 능력을 보면서, 그 새들이 퍼트리샤에게 '날 가두는 건 구해주는 게 아니'라고 말할 때에, 역시 인간에게는 이기적 유전자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겠구나(최근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조금 들춰보기 시작했다), 하는 쓴 깨달음을 삼켰다.

이제는 낡은 소재라고 여겼던 '마녀'와 아직 잘 몰라 어떻게 풀어나갈지 애매했던 'AI' 기술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 이 소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이 말을 너무 자주 쓴 것 같지만). 올해 읽은 <당신의 인터내셔널>처럼 밈을 활용하기도 하는 요즘 창작자들에게서 나 또한 무엇을 잊지 않고 붙들어야 할지, 또 유연한 태도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