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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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의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인 FIC-PICK의 다섯 번째 책이라고 한다. 앤솔로지 시리즈인 줄 알았다가, 후기를 쓰려고 검색해보고서야 알았다. 안전가옥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인데, 여러 모로 다양한 시도를 해 매번 신선한 글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책은 다름 아닌 여성 서사 다섯 편을 모은 단편집이라 아니 읽을 수 없었다.

<수직의 사랑>, <여우 구슬은 없어>, <하나뿐인 춤>, <누가 진짜 언니일까?>, <협탐:좁은 길의 꽃>이라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으며 장르는 스릴러/로맨스/무협/판타지 등을 총망라했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 제법 무게감이 있어 당황했는데 그만큼 각 단편이 충실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각자 가지고 있어서 알차게 차려진 밥상을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만든 여자들』, 『칵테일, 러브, 좀비』, 『종이 동물원』 이후로 단편집에 조금씩 흥미를 가지고 있는데(떠오르는 단편집이 많아진 걸 보니 이제는 좋아한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우먼 인 스펙트럼』도 좋았다.

<수직의 사랑>, <누가 진짜 언니일까?>, <협탐:좁은 길의 꽃> 이 세 편이 인상 깊었는데 <수직의 사랑>은 그 세계관이 너무나 탄탄하고 참신해서, 계급을 건물로 나타내고 있을 법한 미래상을 그렸다는 사실이 확 와 닿았다. 정말 이런 미래가 도래하지 않을까? 두려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누가 진짜 언니일까?>는 탄탄한 묘사 때문에 완전히 푹 빠져들어서 봤다. 때마침 Melanie martinez의 Tag, you're it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었어서 더욱 몰입했던 것 같으니 혹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누가 진짜 언니일까?> 부분을 읽을 때는 한 번 들어주길.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서스펜스+스릴러+여성 연대+여성 빌런 전부 버무려진 종합 선물 세트였다고나 할까? 자칫 '여적여 구도'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내가 그랬음) 중요한 역할을 전부 여성이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자. 사실 <누가 진짜 언니일까?>를 다 읽고 너무 좋아서 마지막 부분에 밑줄을 긋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 자체로 스포 같기도 하지만(혹시나 해서 이름만 가렸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이 정말 실체가 없는 건지 등의 심리 묘사와 결말까지 치닫는 빌드업이 탄탄해서 실제로 읽어봐야 참맛을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는 빌런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느낌이 오고, 그 상태에서 조마조마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협탐:좁은 길의 꽃>은 내가 단 한번도 흥미를 느껴본 적 없는 장르다. 바로... 무협! 웬만한 소설 장르는 다 읽어 봤는데 무협 소설 만큼은 SF 소설보다도 더 읽기가 힘들고 고단해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제 마지막 단편이네, 하고 펼쳤다가 어? 이거 무협이었어? 하고 당황했는데 낯선 한자어가 많이 나와 그렇지 무척 재미있었다. 게다가 사실적이다. 어우...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쓰셨는지 모르겠으나 캐릭터들이 너무, 뭐랄까, 정확하다?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언급하지 않은 두 개의 단편 또한 훌륭하다. 일단, 단편인데도 읽는 이로 하여금 완벽하게 그 세계관을 이해하게 하고 사건을 일으켰다가 결론을 지었다는 것부터가 수작이다. 여성 서사를 계속 쓰고 싶고 읽고 싶은 나에게도 여성 서사가 얼마나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앞으로 나오게 될 다양한 여성 서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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