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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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가? 아마 가장 편리하게, 쉽게 빠질 수 있는 취미가 독서와 영화 감상일 것 같다. 그래서 취미를 적어야 할 때면 가장 흔히 등장하는 것이 독서와 영화 감상이다. 가성비가 좋고, 그래도 있어보이는(?) 취미 아닐까. 나 역시 전에는 영화 감상과 독서를 취미로 들었는데 이제는 음악 감상과 독서를 취미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나마'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야 하긴 하지만.

나는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애(매모)호가로 평생 살아 왔기 때문에, 누군가가 무언가에 푹 빠져 허우적대다시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관심이 간다. 아마 이 책을 주저 없이 집어들게 된 것도 그러한 호기심에서 기인했으리라.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그것을 실컷 보는 직업을 가지다니. 물론 나도 글을 쓰고 그 대가를 받지만, 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사랑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영화를 즐기지 않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정신적인 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일부분인 것 같다. 올해 신문을 읽다가-사실상 신문 읽기도 취미로 보기 어렵다. 굉장히 간헐적이기 때문에- 영화 <69세>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서야 왜 내가 어떠한 영화를 볼 때 정신적인 피로감을 느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피해자들의 피해를 굳이, 길고 지난하게, 속이 불편할 정도로, 겪어본 적 없는 나까지 괴롭도록, 전시했기 때문이었다. 위 사진에서처럼, 19금 제한을 걸어두었다고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범죄를 소재로 삼을 때는 반드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도록. 그런 면에서 나는 무의식중에 한국 범죄 영화를 기피해왔던 것 같다. 여성 혐오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너무 자극적이고 남 같지가 않았다. 내 친구 같고, 내 언니 같고, 내 동생 같아서 보기가 괴로웠다. 완전히 창작된 것이 아니고 실화 기반일 경우 마땅히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불멸의 전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은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읽어 내려가면서도 이 글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니까 할 수 있는 쓴소리구나, 생각했다. 영화를 좋아하며 글을 쓰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요 근래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 역시, 누군가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일은 대체로 즐겁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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