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에도 깔깔 - 모든 것이 눈부셨던 그때, 거기, 우리들의 이야기
김송은 지음 / 꽃피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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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로 서른이 되었다. 이 말은, 교복을 입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는 말과 같다. 정말 신기하게도 어른들이 하던 말을 내가 그대로 하고 있다. 화장하거나 치마 줄여 입지 않아도 예쁘다, 뭘 해도 예쁘다, 교복 입을 때가 제일 편하다 등등. 이 세 문장의 공통점은 정작 내가 학생일 때는 전혀 와 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나는 치마 길이로 전교에서 1,2등을 다투었지만(집이 엄하기도 했지만 굳이 반항하고 싶지 않다는 귀찮음이 더 컸던 듯) 내심 화장하거나 치마와 셔츠를 핏되게 줄여 입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 같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교복은 지겨우니 사복을 입을 수 있는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손 꼽아 기다렸고, 용돈을 열심히 모아 그 당시 유행하던 옷도 사고(의문점은 나이를 먹고도 이때 쇼핑하던 보세 쇼핑몰을 여전히 이용한다는 것이다) 얼굴이 하얘지는 합법적인 기초 화장품도 사서 바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귀엽고 해맑을 수가 없다. 고등학생 때는 학교 국어 선생님을 애절하게 짝사랑하기도 했다. 그 덕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결국은 작가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워낙 좋아했어서 늘 국어 선생님들과 사이가 좋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조금은 뿌연 게 사실이다. 그나마 종종 연락하는 친구들 몇이 휘발되는 기억의 파편들을 붙들어주곤 한다. 그마저도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운 것 한가득이다. 서툴고, 미숙해 미성년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기억이라 당연한 걸까.


사실 에세이를 읽을 때면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접는 편이다. 내게 있어 에세이란 쉽게 읽혀서 좋고 또 같은 이유로 금방 잊어버리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랑잎에도 깔깔>은 다소 발랄한 표지와 소개글과 달리 낯선 단어들도 등장했고, 문장이 좋아 음미하며 읽었다. 그럼에도 제목처럼 "깔깔" 웃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잊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그랬다.

"야! 너 이런 사람일 거였어?"

이 문장은 읽자마자 빵 터졌다. 지금의 나 또한 어린 내가 보게 되면 필시 저 문장을 내뱉으며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 문장을 보고 웃다가 불현 듯 고등학생 때 꾼 꿈이 기억났는데,(중학생 때였을수도... 기억이 흐릿하다.) 꿈 속의 나는 그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다 왠지 고풍스럽고(?) 앤티크한(?) 전신 거울이 뿅 나타났는데, 거기에 내 모습을 비춰 보자 눈 부시게 아름답고 늘씬한 여성이 서 있었다. 아마도 미래의 나. 당시에 얼굴만 닮았다는 말을 들었던 여자 배우와 흡사한 외모였는데, 나는 거의 홀린 듯 그 모습을 보다가 잠에서 깼다. 그리고 현실의 거울을 보고는 단단히 분통을 일으켰던...

그러니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발까지 굴러가며 오열할 것이 분명하다. "너 이런 사람일 거였어?!" 하며 욕을 할 지도? 하지만 어리석은 어린 나야, 외모가 다가 아니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진행 중이라 잊어버린 K-하이틴 감성을 되찾아보려고(?) 읽은 책이었지만 오히려 부러운 시절을 보낸 선배들의 학창시절을 훔쳐본 기분이었다. 언젠가 <써니>처럼 그 시절 감성의 여학생들이 떼로 나오는 글을 써보고 싶다, 그야말로 활기로 넘쳐나는 글이지 않을까, 하며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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