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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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하게 이어져 온 취미답게 책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손에 잡히는 대로 읽을 것 같지만 나름 고른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한 카테고리만 치우쳐서 읽지 않는 것이다. 가령 현대 소설을 요즘 자주 읽었다면 다음번에는 필히 에세이나 민음사의 고전 문학 시리즈나 정치학 혹은 인문학 중에서 골라야 한다. 문학의 경우에는 아무리 뒷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정도의 '지구야 미안해'여도(요즘은 성공률이 많이 높아져서 만나기 어렵지만) 끝까지 읽고, 에세이라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문장을 발견하는 즉시 덮어도 용인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우습게 무시하는 건 대개 어떤 출판사의 팬이 되었을 때 이야기인데, 바로 이 책을 출판한 안전가옥 같은 경우다.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다소 괴랄한 제목에 끌려 단편집을 읽게 되었다가 출판사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 것을 '덕통사고'라고 하던데...






안전가옥은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인데, 장르문학이라 함은 역시 SF 소설이 주류인 것 같아 별로 끌리지 않던 나를 홀딱 빠지게 한 건 의외였다.(최근에 읽은 안전가옥 책 중 가장 열광한 것은 <잘 먹고 잘 싸운다, 캡틴 허니 번>인데 아직 서평을 못 씀. 히어로물이다. 재밌겠지?) 왠지 이과적인 사고를 요할 것 같아 SF나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손도 대지 않았는데 안전가옥에서 나왔다고 하면 결국 읽게 된다. 이번 <무드 오브 퓨처>도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됐는데 다 읽고 나서야 SF+로맨스 단편집인 걸 알았다. 조금 찔려서 고백하자면, 나는 이미 SF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고백했지만 로맨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나에게는 불호+불호의 조합이었던 셈.


다섯 편의 단편에서 가상 현실, AI 등의 소재를 활용해 멀거나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조각들을 끌어다 보여주었는데 로맨스가 결합되니 인간처럼 따뜻한 피부를 가진 로봇과 대화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생각 많은 문과 인간답게 4차 산업 혁명이 다가오는 근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이 다소 위로가 됐다.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 덮어놓고 걱정했던 것처럼 마냥 차갑고 손쓸 수 없이 뒤쳐지는 일은 없을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가장 첫번째인 "아날로그 로맨스"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 번역기에 의지해 연애를 하는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이었다. 정말 이런 미래가 도래하겠구나, 싶으면서 무척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천천히 흘러가는 것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데 도가 튼 나는 아마도 올리처럼 란토를 거부하지 않을까. 귓속에서 속삭이는 가짜 음성이 아니면 연인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조차 없는 세상. 연애를 할 일은 없겠지만 친구가 란토를 꽂은 채 내 눈 한 번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대화를 이어간다면 슬플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는 건 늘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래서인지 다섯 작품 모두 다소 인간미가 거세된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매개를 통해 한 줄기의 빛을 좇는 인물을 보여준다. 각자의 세상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다 내가 아는 감정이 나오면 숨통이 트였다. 그러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하고 원대하고 집요한가.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리만큼 순수하고 힘이 센 감정이다.






해당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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