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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 불안과 스트레스에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는 법
김세경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나에게도 공황 증상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몇 년이 지나며 잠잠해지는 듯하다 요즘 다시 비슷한 증세를 느끼고 불안 단계에 돌입했다.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공황의 전조 증세일까 싶어 전전긍긍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다행히 공황 증상이나 예기 불안은 비교적 흔한 질병에 속하므로 마음을 다스리기가 한결 쉬웠다. 그럼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나에게는 극복이 어려운 문제였다. 병원에 가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운 건 아니고, 선무당이 사람 잡은 적이 있어 차라리 느리게나마 자가치유를 해 보아야겠다 마음먹었다고 보는 편이 빠르겠다. 그리고 그 선무당 덕분에 잠깐 가졌던 꿈도 고이 접었다... 돌이켜보니 잘한 선택인 것 같지만.
그러던 와중 이 책을 알게 됐다. 공황 장애를 불현듯 겪고 전문의의 치료와 본인의 의지로 말미암아 이겨내고 있는 사람의 에세이였다. 내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앞서 간 사람의 할 수 있을 거라는 위로가 필요했다. 더불어 혼자서도 돌파할 만한 방법을 꼭 찾고 싶었다.

헤르만 헤세의 <밤의 사색>에서도 불행을 긍정하는 글이 나와 밑줄을 그었는데, 이 책에서도 불안을 어느 정도는 긍정하는 문장이 있어 밑줄을 그었다. 저자가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지점도 저 이야기를 들은 다음이라고 생각했다. 공황 상태를 마주하고 견디기 위해서는, 불안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과 회피할수록 예기 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깨달은 사실은, 나 또한 그동안 꾸준히 회피를 해 왔다는 것이었다. 조금은 충격이었다. 아직도 이토록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라니.
책을 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가장 크게 동요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틀 정도를 생각하고 겪은 끝에 일종의 갈등 상황에서 취약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에는 단순히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어지러움과 식은땀, 메스꺼움 등을 느꼈다면 이제는 청각적인 면에서 예민해졌다. 특히 부정적인 상황에서. 꼭 고성이 오가지 않더라도 짜증이나 상대를 향한 원망 등이 느껴지는 말을 듣다 보면 어김없이 두통이 일었다. 마스크가 답답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제부터는 마스크를 내릴 수는 없으니 몰래 눈을 감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놀랍게도 도망을 치거나 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거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무조건 괜찮아졌다. 책 속의 의사 선생님 말대로, 끝은 있게 마련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문득 불안감이 들어 날카로워지는 순간이 와도 한 소끔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막연하던 터널 끝에서 가냘픈 빛 한 줄기를 본 느낌이랄까. 저자가 아마도 원했을 메시지는 이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괜찮아질 수 있고, 괜찮아지리라는 것.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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