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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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게될 건 알았지만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가끔은 모르는 것이 더 마음 편할 일들을 마주하고 싶어진다. 이 책이 그랬다. 어렴풋한 단어로만 알고 있던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엮은 책이다. 모든 장에, 모든 문장에, 모든 단어에 그들의 의지와 열망과 분노와 회한과 그럼에도 남은 희망들이 꾹꾹 눌러 쓰여 있었다. 비록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번역되고 윤문되어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보는 것에 불과했지만, 왠지 손때 묻은 종이에 이따금 번지고 이따금 엉망으로 지운 흔적이 있는 손편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정신이 있었다. 독립 운동가들이 그랬고, 민주화 열사들이 그랬다. 새삼 평온해진 세상에서 아직도 그러한 눈빛을 한 이들이 있다. 요즘은 인권 운동가, 환경 운동가들을 예로 들 수 있겠지. 나 또한 내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정신을 차리고자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오롯하게 걷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단 네 줄이었지만 한참 동안 책장을 넘길 수 없는 페이지였다. 고작 네 줄에 담긴 펄떡거리는 마음이 진하게 울렸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목숨마저 바치는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비루한 내 목숨을 끝까지 부여잡지 않고, 두 눈 딱 감고 소리지를 수 있었을까? 글쎄, 알 수 없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미리 예고하며 다가오지 않으므로 미리 생각해두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도 해 본다. 내가 겁쟁이라는 건 알지만 필요할 때는 무척 용감해지기를 바란다.

사형수들은 마지막까지 타인을 생각했다. 사실 자기 자신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가족, 애인, 친구에게 남긴 편지들을 읽다 보면 그들도 나와 똑같이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뛰던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로 인해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히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남긴 세상에서 나는 옳게 살고 있는가. 언제나 대답하는 고개는 좌우로만 움직인다. 언젠가는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게, 올곧으며 동시에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한다.

무척 두꺼운 책이라 손에 쥐었을 때의 압박감은 상당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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