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교양 서적, 지식 전달을 주로 하는 서적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 두 가지가 모두 들어가 있어서 읽게 된 책이다. 전에 여자와 심리학이 들어간 책을 읽다 크게 실망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길 바라며 책을 펼쳤다.
언제부터 미술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미술에 얽힌 추억이라면 제주도에서 빛의 벙커에 방문했던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눈에 닿는 모든 곳에 펼쳐진 그림을 보며 한참 동안 넋을 빼놓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은 매일 밤 11시에 미술작품 한 점과 에세이를 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애용하고 있는데, (구독료가 발생한다) 몰랐던 작품들을 알게 되어서 좋고 그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을 읽는 것도 좋다. 아직 작가들을 잘 몰라서 이렇게 알게 될 기회가 생기면 퍽 소중하다.

여성 작가들의 그림들을 모아두어서인지 왠지 모를 공감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앞장에는 프리다 칼로가 있었는데 그나마 내가 가장 잘 아는 여성 작가였달까. 오노 요코가 예술가인 것도 처음 알았고, 미술사에서 기록이 누락된 작가들이 무척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케테 콜비츠였다. 주로 노동자 계급의 모습을 그린 작가였는데, 아이를 잃은 부모의 그림은 가슴이 아플만큼 사실적이었다. 거친 펜놀림으로 그린 자신과 페터의 모습 또한,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그는 페터를 전쟁에서 잃게 된 후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페터의 뜻을 기리리라 다짐한다. 그 이후 그는 작품의 희소성을 포기하고 포스터와 유사한 작품들을 판화로 만들어낸다.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낸, 거친 스케치의 작품은 왠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단순히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내가 지향해야만 할 점을 배웠다.
저자의 말에 극히 공감했던 것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 될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는 것. 차마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현실에 스러져간 여성들과 치열하게 활동했음에도 잊힐 뻔했던 여성들이 있다는 것.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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